중도
데칼코마니처럼
푸르른 그 시절에는
대쪽처럼 가리라 했는데
저기 저 고갯마루
다가갈수록 멀어지고 높아져
구비구비 휘돌아 가는 오르막길
때론 좌로 갔다가
때론 우로 갔다가
접었다 펴면
일란성 쌍둥이 데칼코마니처럼
중앙선 이쪽 저쪽이 분신처럼
두 날개인 것을
두 귀가 부드러운 나이테 되니 알겠네
두 바퀴 자전거로 힘겨이 오르는
저기 저 고갯길
직선으로 한숨에 갈 수는 없어
좌왕우왕하다가
마침내 고갯마루에 서서 뒤돌아보면
데칼코마니의 가운데 길이 보이거니
때로 그 무엇에 취하여
비틀거리는 걸음거리일지라도 자책할 일은 아니라고
구비구비 굽은 중도에서
흔들리며 솟아오른
풀잎 하나 눈길 보낸다.
ㅡ산경 김향기 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