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론
제가 이런 글은 잘 안 씁니다. 전에도 보기 힘들었지만 앞으로도 보기 어려울 겁니다. 누구를 주제넘게 평하는 것도, 도를 넘어 비난하는 것도, 제 성격상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글은 약간의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조국론... 우리들의 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서울대 로스쿨 교수이자 전 민정수석 그리고 이제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된 바로 ‘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조국 교수를 지난 30년간 지켜봐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모른다고 할 수 없는 사이입니다. 조교수는 젊은 시절부터 워낙 유명했습니다. 학자로서 유명했지만 그것보다도 사실은 잘 생겨서 유명했습니다. 본인은 이런 말 하면 기분이 나쁠지 모르지만 우리 딱 까놓고 이야기합시다.
조교수가 유명해진 결정적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핸섬 맨‘이라는 데 있지 않겠습니까. 만일 그의 코가 0.5밀리미터라도 높거나 낮았으면 오늘의 조국이 있었겠습니까. 사실 잘생긴 것으로는 저도 어디 가서 빠지는 사람이 아닙니다만 ㅎㅎ 귀공자 같은 그와 비교하긴 어렵지요.(저 같이 외모가 되는 사람이 누군가를 이야기하면서 그보다 못하다고 고백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 말을 믿기 때문입니다. 저도 지고 싶은 사람이 아니거든요. ㅎㅎ)
조국 교수가 이번 정부에 들어와 중책을 맡았습니다. 민정수석에 이어 법무장관 후보. 많은 사람들이 기대도 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우려도 합니다. 야당에선 청문회에서 조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칼을 갈고 있습니다. 조국이 과연 법무장관을 맡는 게 우리들의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일까요?
저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그가 법무장관을 맡으면 확실히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가 법무장관이 되는 것을 반대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역대 법무장관 후보자에 비해 기대를 갖습니다. 왜냐하면 그에겐 과거 어느 법무장관보다 기대할 수 있는 요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간단히 말해 볼까요.
첫째, 그는 강남좌파의 원조입니다. 사실 저는 이 말을 그의 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백 그라운드를 살피면 누가 보아도 그는 대한민국의 0.1프로 기득권 그룹에 속합니다. 그러나 그는 소수자와 약자를 위해 그의 능력과 지식을 바쳐왔습니다. 몸은 강남에 있지만 마음은 이 사회 후미진 곳을 향하고 있는 사람, 이 얼마나 귀한 존재입니까. 저 또한 그의 말대로 강남좌파가 되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그가 젊은 시절 좌파 그룹에 몸을 두었던 것도 그런 심성의 발로였다고 저는 봅니다. 저 역시 사노맹 사건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사람인데, 제가 그 사건을 통해 만난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20대에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하지 않은 사람은 심장이 없고, 30대 이후에도 그 사상에 머물러 있으면 머리가 없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조국은 젊은 때는 팔딱이는 심장으로 대한민국을 보았다면, 나이가 들어서는 냉철한 머리로 대한민국을 보는 사람입니다.
둘째, 그는 학자 중에서도 A급 학자입니다. 전국에 수많은 법학자가 있지만 조국에 대해서 공부 안하는 교수, 연구가 부족한ㅠ 교수, 질 나쁜 논문을 쓰는 교수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과거 그가 쓴 논문에 대해 표절논란이 있지만 모두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실 조국이 표절하는 교수로 낙인찍힌다면 저를 포함해 살아남을 교수는 거의 없을 겁니다. 그의 학문적 역량은 그의 논문 피인용율이 한 때 대한민국 법학교수 중 넘버원이었던 사실 하나만으로도 입증이 된다고 할 겁니다.
셋째, 대한민국 학자 중에서 그만한 국제적 감각과 인권감각을 갖춘 사람은 찾기 힘듭니다. 그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하면서 영미의 형사법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습득했습니다. 그와 함께 국제인권이란 분야에 대해서도 안목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런 영향 하에서 그는 형사법 학자로서 분명한 자기철학을 갖고 살아 왔습니다.
개인의 자유의 확장을 법학의 기본방향으로 설정했고, 이를 위해 사적 영역에 국가권력이 개입하는 것은 극도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것이 바로 그가 명명한 ‘절제의 형법학’입니다. 이에 대해선 제가 몇 년 전 그의 책을 읽고 쓴 서평(법률신문 2014년 12월 24일자)을 한 번 읽어보십시오. 이런 생각을 그는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 인권위원 시절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넷째, 그의 능력 중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것은 대중과의 소통능력입니다. 그를 SNS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그가 민정수석으로 가 있는 동안 그 지위를 제가 이어 받으려고 했는데... 역부족이었습니다. ㅎㅎ 그는 저와는 비교가 안 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자기가 알고 있는 고급지식을 매우 간명한 언어로 바꾸어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매우 귀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 능력이 한 국가의 리더십을 형성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그 능력은 이번 한일갈등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물론 그의 주장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 받는 것은 아니나, 애국심과 공공에 대한 봉사정신을 대중과의 소통으로 보여주는 능력을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촛불정권임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것을 법무행정에 힘 있게 반영할 수 있는 사람으론 조국만한 인물이 없을 겁니다.
물론 이런 기대와는 달리 저 역시 확신할 수 없는 몇 가지 불안 요소도 있습니다. 우선 학자 출신인 그가 검사들을 비롯한 법무부 관료조직을 제대로 장악할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2년 동안 민정수석을 하면서 검사들의 조직생리를 잘 파악했을 거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학자출신인 전임자와는 분명히 다른 조건입니다. 제가 보기엔 실무역량이 출중한 인사들이 장관을 보좌한다면, 이 문제는 충분히 돌파할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능력이라면 검사들이나 관료들에게 휘둘리지는 않을 겁니다.
다음으로 그가 법무장관이 된다면 수사권 조정을 비롯한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등의 개혁과제를 잘 풀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입니다. 지금 관련 법안이 국회로 간 상황에서 법무장관이 야당반대 인사가 임명되면 개혁작업을 더욱 꼬이게 한다는 것입니다. 아주 일리 없는 주장은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이런 이유 때문에 조국이 이 시기 법무장관을 맡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내년 총선 전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등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습니다. 정국상황으론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 시기에 관련 법안이 통과된다면, 여야의 이상한 합의로 개혁이상에서 거리가 먼 기형적 국가제도가 탄생할지 모릅니다. 저는 이것을 조국이 막아야 한다고 봅니다.
개혁 원안에서 거리가 멀어질 때, 제동을 거는 것은 법무장관 조국이 할 수 있을 겁니다. 임기 중 개혁안을 더 다듬어 내년 총선 후, 제대로 된 개혁을 하는 게 낫습니다. 그동안 개혁을 위해 2년 넘게 기다려 왔는데, 앞으로 1년을 더 못 기다릴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그 사이 적폐청산과 법무부 개혁만이라도 한다면 적지 않은 성과가 될 겁니다.
결론적으로 조국 법무부장관 카드는 문재인 정부의 성격을 극명하게 나타내는 빅딜입니다. 개혁 작업이 사느냐 죽느냐를 판가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겁니다. 저는 한 번 조국의 행보를 기대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그가 멋지게 자기 몫을 한다면, 저는 그가 이제 교수 조국이 아닌 정치인 조국으로 재탄생하는 것도 대한민국을 위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