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음주·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로 해매다 수백 명이 목숨을 잃고 있지만 잘못된 운전 관행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음주 운전은 사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알면서도 운전대를 잡는다는 점에서 '고의적 범죄'로 간주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습니다. 졸음운전도 최근 봉평터널 5중 추돌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음주·졸음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는 차원에서 실태와 피해자 사연 등을 중심으로 기획 시리즈를 송고합니다.]
#1. 피서철 귀경차량이 긴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지난 17일 오후 5시 54분.
강원 평창군 봉평면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봉평터널 입구에는 K5 승용차가 1차로를 주행하고 있었다.
승용차 안에는 1박 2일간 동해안 여행을 마치고 상경길에 오른 20대 여성 4명이 타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로 비용을 마련해 갔던 모처럼의 여행이었다.
차 안에서 여성들은 가족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즐거웠던 여행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다.
귀경차량이 많이 몰리는 시각이라 앞선 차들은 서행 중이었다.
'까르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그 시각. 승용차 뒤에서 관광버스 1대가 시속 91㎞의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듯 달려오더니 K5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이 승용차에 타고 있던 여성 4명은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
K5 승용차를 가장 먼저 추돌한 버스는 앞선 승용차 4대를 더 들이받고서야 멈춰 섰다.
5중 추돌사고가 발생한 봉평터널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 사고로 동해안 피서를 마치고 귀가하던 나머지 승용차에 타고 있던 일가족 등 37명도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원인은 졸음운전이었다.
사고 전날 버스에서 쪽잠을 잔 관광버스 운전자는 사고 당일 강릉과 삼척 등지를 운행해 피로가 쌓인 상태였다.
#2. 지난 3월 7일 오후 2시 25분께 경북 청도군 청도읍 신 대구부산고속도로 부산방면 구간을 운행하던 14t 화물차가 차로를 벗어나 노면 청소 작업 중이던 2.5t 작업차를 추돌했다.
이 사고로 작업차 앞에서 쓰레기를 치우던 용역업체 근로자 4명이 숨졌다.
원인은 화물차 운전자의 졸음운전이었다.
#3. 2013년 9월 12일 오후 7시 15분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구리방향 사패산 터널 출구에서는 9중 추돌사고가 밝생해 2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당시 퇴근시간대 차량 정체로 길게 늘어선 차들이 가다 서기를 반복하던 중 공항버스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달려와 쏘나타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운전자가 졸음 때문에 속도를 줄이지 못해 공항버스가 쏘나타에 올라탄 채 그대로 직진했다. 이 충격으로 앞서 있던 차량 7대도 연쇄 추돌했다.
쏘나타에 타고 있던 50대 부부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졸음운전 교통사고 건수는 2013년 2천512건에서 2014년 2천426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2천701건으로 다시 늘었다.
사망자는 2013년 121명, 2014년 130명, 지난해 108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총 359명, 연평균 120명이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시속 100㎞로 달리는 차 안에서 2초만 졸아도 차량은 50m 이상 주행해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졸음 운전은 늘 대형 사고의 주요 원인이 된다.
음주 운전 사망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1. 인천에서는 음주 운전 차량에 할머니와 손자 등 일가족 3명이 숨졌다.
사고는 지난 6월 10일 오후 10시 57분께 발생했다.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내 청라대로 앞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SM3 승용차를 느닷없이 트랙스 승용차가 들이받았다.
시속 135㎞로 달리던 트랙스 승용차는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던 승용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를 냈다.
사고 직후 트랙스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2%로 만취 상태였다.
이 사고로 SM3 승용차 운전자(42·여)와 아들(5), 운전자의 어머니(66) 등 일가족 3명이 숨지고 운전자의 남편(39)은 크게 다쳤다.
#2. 지난 5월 13일 오전 0시 30분께 경기도 양평군의 한 편도 2차로 중 1차로에서 최모(66) 씨 부부가 타고 가던 쏘나타 승용차가 마주 오던 권모(21·여) 씨의 아우디 승용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최 씨 부부가 크게 다쳤다.
권 씨는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98%로 운전하던 중 길을 잘못 들어 반대편 차로를 달리다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피해자인 최 씨는 늑골이 골절되고 장 절제로 배변 주머니를 차는 신세가 됐다.
#3. 지난해 1월 10일 새벽 청주시 흥덕구 무심천변의 한 도로.
화물차 운전을 마치고 만삭의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 들고 귀가하던 강모(사고 당시 29세) 씨는 이곳에서 길을 건너다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이른바 '크림빵 뺑소니'로 잘 알려진 이 사건은 곧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유례없이 강력반까지 투입해 수사본부를 설치한 경찰은 수사망을 좁혔고, 심리적 압박을 이기지 못한 범인 허모(38) 씨가 사건 발생 19일 만에 자수하면서 사건은 종료됐다.
당시 신혼이었던 피해자 강 씨 부부의 애틋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하지만 사고를 내기 전 소주 4병을 마셨다는 피고인의 진술에도 이를 증명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음주 운전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다만, 뺑소니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이 확정됐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졸음운전 사망자의 5.3배에 이르는 1천902명이 음주 운전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2013년 727명, 2014년 592명, 2015년 583명으로 매년 사망자가 감소 추세이긴 하지만 연평균 634명이 숨졌다.
같은 기간 음주 운전 사고 부상자 수는 2013년 4만7천711명, 2014년 4만2천772명, 2015년 4만2천880명으로 매년 수만 명이 다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의 한 관계자는 "졸음·음주 운전은 자신은 물론 무고한 타인의 생명과 행복을 빼앗는 비극이자 단란한 가정을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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