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안데레사기자] 지난 28일부터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건물에서 학생들과 경찰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서로 팔짱을 끼고 필사적으로 버티는 여학생들을 경찰들이 한 명씩 끌어냈다. 학생들의 점거 농성이 이어지자 경찰 21개 중대 천6백 명이 투입됐다.
학생 4백여 명 가운데 3백 명 정도가 건물 밖으로 나왔고, 100여 명은 아직 건물 안에 남아 있다.
최근 이화여대는 고등학교만 졸업한 직장인이나 무직자들이 다닐 수 있는 단과대학을 만들기로 했다.
여기에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학생들은 불투명한 입학과정 때문에 일반 학생들과의 공정성 문제가 생기고, 돈 받고 학위장사를 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측은 사회에 진출한 여성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건학이념에 부합하고 다른 대학에도 고졸 직장인을 위한 전형이 있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 대화는 사라졌다.
학생들은 김활란 초대총장의 동상에 페인트를 칠하고 계란을 던져 훼손했고, 교수와 교직원 5명이 46시간 동안 갇혀 있었다.
대학 측은 총장 면담을 받아들이는 대신 학생들의 행동을 변질된 집단행동으로 규정하고 캠퍼스에 경찰 투입을 요청했다.
학생들은 경찰의 진압이 폭력적이었다며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기자회견을 열었고, 학교 측은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어 또 한 차례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찰 관계자는 “만약 수사에 들어갈 경우 농성 학생들에게 감금 혐의나 집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학내 문제인 만큼 상황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농성 학생들은 최경희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측과 학생들간 주장과 요구조건이 엇갈려 면담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양측간 대화에도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어 “이번 사태를 대학당국의 국책사업 수주를 둘러싼 건설적인 의견수렴의 본질을 넘어 변질된 집단행동으로 판단하고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화여대는 5월 교육부가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에 참여할 대학을 두 번째로 모집할 때 신청해 이달 초 동국대, 창원대, 한밭대와 함께 선정됐다.
이에 따라 이화여대는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하고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뉴미디어산업전공과 건강·영양·패션을 다루는 웰니스산업전공 등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래라이프대학 정원은 150여명이며 2017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선발한다.
갑작스럽게 단과대 신설 소식을 접한 상당수 학생은 기존 학생과 신입생의 교육의 질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미래라이프대학 학생들도 수준 이하의 교육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이화여대에는 평생학습자를 위한 글로벌미래평생교육원을 1984년부터 운영 중인 점을 지적하며 이번 단과대학 사업을 비판하기도 한다.
총학생회 측은 “60명의 정원 조정이 조건이었던 1차 선정 때에는 신청하지 않았다가 이 조건이 빠진 2차 선정 때에야 신청한 점, 교육부로부터 30억원의 지원금을 받는 사업이라는 점은 학교가 ‘돈벌이’를 위해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사회에 진출한 여성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건학이념에 부합할뿐더러 다른 대학에도 고졸 직장인을 위한 전형이 이미 있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고려대, 한양대, 중앙대 등에는 이미 고졸 재직자 입학전형이 있는 데 반해 우리는 없었다”라면서 “고등교육을 받을 능력을 갖춘 고졸 직장인에게 진학의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를 학생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입학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고 양질의 교육과정을 준비해 ‘이화인’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춘 졸업생을 배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성 학생들은 이날 오후 이화여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측이 평화시위 중인 이화인들을 경찰을 동원해 폭력적으로 끌어냈다”며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계획이 폐기될 때까지 본관에서 오늘 밤은 물론 계속해서 농성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