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연극촌 우리동네극장에서 극단 화이트캣 시어터컴퍼니의 김별아 원작, 전옥란 각색, 최치림 연출, 박정자의 낭독콘서트 <영영이별 영이별>을 관람했다.
김별아(1969년~)는 강원도 강릉 출신의 작가이다. 강릉여자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실천문학에 중편소설 '닫힌 문 밖의 바람 소리'를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소설집으로《꿈의 부족》, 장편소설로는《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개인적 체험》《축구전쟁》《미실》《영영이별 영이별》《논개 1.2》《백범》《열애》《가미가제 독고다이》《채홍》《불의 꽃》, 산문집으로는 《톨스토이처럼 죽고싶다》《가족판타지》(《식구》개정판)《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죽도록 사랑해도 괜찮아》《이 또한 지나가리라!》《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삶은 홀수다》, 동화로는《김순남》《장화홍련전》《치마폭에 꿈을 그린 신사임당》《거짓말쟁이》《네가 아니었다면》을 발표했다.
1991년 제1회 청년심산문학상, 2005년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기대되는 작가다.
<영영이별 영이별>은 단종 비 정순왕후의 이야기다. 정순왕후 송씨(定順王后 宋氏, 1440~ 1521) 는 단종(端宗)의 정비이다. 시호는 의덕단량제경정순왕후(懿德端良齊敬定順王后)이다. 여량부원군 송현수(礪良府院君 宋玹壽)의 딸로, 전라북도 출신으로 본관은 여산(礪山)이다.
김종서의 사후 1454년에 간택령에 따라 왕비교서를 받고, 즉위하였다. 성품이 공손하고 검소해 가히 종묘를 영구히 보존할 수 있는 인물이라 하여 간택되었는데, 그 배경에는 고모가 영응대군의 부인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였다. 열다섯의 나이로 한살 연하였던 단종과 혼인하여 왕비에 책봉되었다. 단종이 수양대군(세조)에게 왕위를 일임하고 상왕이 되자 왕대비가 되어 의덕(懿德)의 존호를 받았다. 그러나 1457년, 성삼문, 박팽년 등 사육신이 추진하던 단종 복위 운동이 발각되자 상왕 단종은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봉되어 영월로 유배되었고, 의덕왕대비는 군부인이 되어 궁에서 쫓겨났다.
친정마저 풍비박산 난 상태였던 그녀는 동대문 밖 숭인동 청룡사 근처에 초암을 짓고 시녀들과 함께 살았다. 송씨는 시녀들이 동냥해온 것으로 끼니를 잇고 염색업을 하며 어렵게 살았는데, 이를 안 세조가 집과 식량 등을 내렸으나 끝내 받지 않았다. 한편, 그녀를 가엾게 여긴 동네 아녀자들이 조정의 눈을 피해 그녀의 집으로 먹을 것을 건네주고자 시장을 조직하는 일도 있었다.
청계천에 있는 영도교(永渡橋)는 귀양 가는 단종과 정순왕후가 마지막으로 헤어진 곳으로 전해지는데, 결국 두 사람은 이승에서는 만날 수 없었다. 단종이 끝내 유배지인 영월에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부군의 죽음을 전해들은 송 씨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큰 바위를 올라 영월을 향해 통곡을 하며 단종의 명복을 빌었다. 한때 신숙주가 그녀를 자신의 종으로 달라고 했다가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후 세조는 그녀를 노비이지만 '신분은 노비이지만 노비로서 사역할 수 없게 하라'는 명을 내려 아무도 범하지 못하도록 정업원(淨業院)으로 보냈는데 정업원은 부군을 잃은 후궁들이 출궁하여 여생을 보냈던 곳이다. 후일, 영조가 친히 동망봉(東望峰)이라는 글씨를 써서 바위에 새기게 하였다. 일제 강점기 때 동망봉 근처 지역이 채석장으로 쓰였으며 그 바위는 깨어져 나가 버렸다. 현재, 서울 종로구 낙산 근처인 이곳 동망봉 남쪽에는, 동망정이라는 이름의 정자가 들어서 있다.
단종과 그녀의 복위로 종묘에 배향되면서 능호를 사릉(思陵)이라 했는데 이는 억울하게 살해된 남편을 사모(思慕)한다는 뜻에서 지은 것이다.
그녀의 묘소 뒤편에 심은 나무들이 단종의 능인 장릉 쪽을 향해 고개 숙여 자란다는 전설이 한 때 전해졌다. 무속의 신의 한 명으로 숭배됐는데, 무속에서는 그녀를 송 씨 부인 신이라 부른다.
중종 때부터 복위가 거론되다가 송시열, 김수항의 거듭된 건의로 1698년(숙종 24년)에 단종과 함께 복위되어 왕후로 추봉되었다.
무대는 배경에 영상을 영월 청령포의 영상과 자연의 변화를 투사하고, 무대 전면에 낭독자의 자리가 마련되고, 그 오른쪽에 해금과 기타 연주자의 연주석도 마련했다. 천둥과 벼락의 음향과 어린 임금 단종과 그 외 등장인물의 음성을 녹음해 극적효과를 높인다.
국민배우 박정자가 백색의 한복을 입고 착석해 <영영이별 영이별>을 낭독한다. 이자연의 해금과 이정엽의 기타 연주가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낭독콘서트답게 낭독은 청령포 주변 동강의 물결처럼 잔잔한 흐름을 보이다가, 차츰 바람이 불고, 그 바람이 거세지면서 폭풍우가 몰아치고, 동강의 물결이 격랑으로 바뀌듯, 낭독자의 감정변화에 따라 관객은 동강을 건너는 일엽편주에 몸을 싣고, 파고와 격랑에 몸과 마음을 요동시키며, 마치 실제 단종 비 송 씨가 환생해 자신의 비운의 일대기를 펼쳐 보이는 듯한, 명배우 박정자의 생생한 낭독콘서트를 감상하게 된다.
프로듀서 서정림, 영상 이지송, 음향 지미 세르, 조명 김철희, 영상감독 신규빈, 분장 백지영, 음향오퍼 최은솔, 기획·진행 장성은·장지연, 홍보·마케팅 임현희·황민지, 등 작업자의 열정과 노력이 일치되어,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참가작, 김별아 작, 전옥란 각색, 최치림 연출, 박정자의 낭독콘서트 <영영이별 영이별>을 기억에 길이 남을 낭독공연으로 만들어 냈다./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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