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2016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홈페이지
밀양 연극촌 숲의 극장에서 극단 애플씨어터의 피터 쉐퍼 작 전훈 연출의 <아마데우스>를 관람했다.
연극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관련 이야기다. 모차르트가 안토니오 살리에리와 경쟁 관계에 있었으며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죽음으로 이끌었다는 이야기인데, 이것은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연극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오페라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피터 쉐퍼의 연극 <아마데우스>의 주제로 다뤄졌다. <아마데우스>는 영화로 만들어져 여덟 개의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영화<아마데우스>에서 그려진 것처럼 모차르트가 영감을 받아 머릿속에서 음악을 완성한 다음 한 번도 고치지 않고 써내려갔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한 번에 거침없이 작곡하는 것이 아닌 신중하고 노력하는 작곡가였으며, 그의 음악적 지식과 기법은 오랜 시간 동안 이전 시대의 음악을 연구함으로써 나온 것이다. 실제 그는 젊은 시절에 당대 내려오던 작품들을 분석하지 않은 게 거의 없었다 할 정도로 엄청난 노력을 했다.
피터 쉐퍼(Peter Shaffer)는 1926년 잉글랜드의 리버풀에서 출생했다. 1935년 가족과 함께 런던으로 이사를 했으며, 쌍둥이 형제인 안토니 쉐퍼와 함께 영국 세인트폴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1944년 두 형제는 학교를 떠나 군 징집 대신 모집한 탄광근무를 지원하여 3년간 켄트와 요크셔의 탄광에서 일했으며, 이후 고향에 돌아온 피터는 케임브릿지 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한다. 1954년 런던에 있는 '부지 앤 호크스' 악보 출판회사에 근무하던 중 그의 작품 <소금의 땅(The Salt Land)>이 영국의 한 TV에서 제작되고, 라디오 드라마인 <돌아온 탕부(The Prodigal Father)>가 BBC에서 방송되었다.
이후 두 개의 미스터리 소설(쌍둥이 형제 안토니와의 공동 집필), TV 스릴러 한 편을 썼고, 주로 문학과 음악에 관한 비평을 런던의 잡지에 실었다. 그 후 1964년 에스파냐의 잉카제국 침략을 주제로 한 서사시적인 희곡 <태양제국의 멸망(The Royal Hunt of the Sun)>이 영국 국립극단의 치체스터 페스티벌의 오프닝 작품으로 선정되었고 국립극단의 정규 레퍼토리로 런던의 올드빅 극장에서 공연되고, 1965년 뉴욕에서도 공연되어 관객과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는다. 이 작품은 피터 쉐퍼의 작품 중 최초로 영화화되기도 한다. 그 뒤에 쓴 <타인의 눈> <블랙 코미디> <고곤의 선물> 그 외의 성공적인 작품 공연을 거쳐 <에쿠우스(Equus)>와 <아마데우스(Amadeus)>를 발표한다. 이 두 작품은 피터 쉐퍼의 대표작이 되고, 피터 쉐퍼에게 토니상을 연속으로 안겨 주며, 두 작품 모두 영화화된다.
<아마데우스>는 2011년 명동예술극장에서 전 훈 연출로 공연된 적이 있다. 국내 연극계에서 러시아 유학파 1세대 연출가로 통하는 전훈은 러시아 국립 쉐프킨 연극대학교 연기실기 석사(M.F.A)로 졸업하고, 체호프와 스타니슬랍스키를 전공한 그는 애플씨어터를 창단해, 체호프의 4대 장막극의 연출은 물론 더욱 중요한 번역 작업까지 함께 하고 있다. 2015년에는 <플라토노프>와 <챠이카>를 공연하고, <챠이카>는 2016년까지 아트씨어터 문에서 연장 공연되고 있다.
2004년, 전 훈 연출가는 안똔 체홉 4대 장막전’을 기획해 1년 동안 <벚꽃동산>, <바냐아저씨>, <갈매기>, <세자매>를 번역하고 연출해 공연기록을 출간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한 명의 연출가가 1년 동안 체홉 4대 장막을 모두 연출한 것은 최초였다. 체홉 서거 100주년을 기념한 일종의 트리뷰트(헌정) 기획이었다. 이 공연으로 전 훈은 동아연극상 연출상과 작품상을 수상했다.
전 훈은 서울生으로, 보성고와 동국대 연극영화과 졸업하고, 96년 러시아 모스크바 쉬옙낀 연극대 M.F.A.(연기실기석사)출신 연출가다. 1996년 희곡 [강택구]로 동서희곡문학 신인작가상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극단 애플씨어터 대표 겸 연출이고, 서울예대 연극과 출강중이다.
<아마데우스>의 내용은 1823년 눈보라치는 밤, 한 노인이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하여 수용소에 수감되어 찾아온 신부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 그는 요제프 2세의 궁정 음악장인 살리에리이다.
음악을 하기에는 거리가 먼 가난한 시골 마을 출신이지만 아름다운 음악의 세계에 매료되어 그야말로 각고의 노력으로 교회 지휘자 자리를 거쳐 궁정 악사자리까지 올랐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모차르트의 공연을 보고는 그의 천재성에 감탄한다.
살리에르가 짜여진 형식을 준수하고 음악에 관한 주제도 하나님을 찬양하는 전통적인 시대의 교회중심의 대세에 따르는 음악가였다면, 모차르트는 신들린 연주력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편곡 능력, 그리고 시대의 감성을 뛰어넘는 작곡 실력까지 갖춘 천재적 음악가였다. 하루하루 신에게 감사를 드리고 불굴의 의지로 자신을 채찍질 하는 수도승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살리에르에게 모차르트란 존재는 경이롭고도 부러운 존재로 다가온다.
그런데 모차르트는 음악적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은 폐인에 가까울 만큼 방탕한 삶의 연속이었다. 버는 돈이 적은 편이 아니지만 버는 족족 결혼한 아내에게 선물 사주랴, 최신 유행에 맞추어 옷 사랴, 밤마다 화려한 파티를 벌이랴 모두 탕진해버렸다. 게다가 워낙 기분파라서 한번 시작한 파티는 모두에게 꼭 ‘쏴야’ 직성이 풀리는 그였다.
그렇게 방탕한 생활을 함에도 불구하고 모차르트가 만들어내는 작품들은 세간의 관심을 끌고, 모차르트는 유명 오페라 배우들의 개인교사 및 음악계의 유명인사로 승승장구하며, 결국엔 살리에르가 궁정음악가로 있는 오스트리아 황제에게까지 소문이 들어간다. 그런데 처음에는 인정받는다 싶더니 유명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도피’의 작곡을 맡으면서 오페라를 이태리어로 공연하는 오스트리아에서 독일어 오페라를 선보이는가 하면, 오페라를 늘어지게 한다는 이유로 황제가 금지한 발레를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삽입하는 등, 황제의 미움을 살 짓만 골라서 한다.
음악을 너무도 사랑하지만 재능에 한계를 느낀 살리에르는 그러한 모짜르트를 가까이 혹은 멀리서 지켜보며, 하나하나 작품이 나올 때마다 그의 작품에 대하여 경배를 하면서도, 그러한 위대한 작품들이 모차르트란 인간에게서 나온 것을 저주한다. 게다가 평소 살리에리가 사모하던 오페라 배우가 모차르트에게 몸과 마음을 바치기까지 하자, 살리에르는 이제 모차르트에게 재능을 부여한 신마저 저주하기에 이른다.
마침 모차르트는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망 소식에 생기를 잃고, 거기에 폐렴과 각종 합병증으로 병자의 신세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을 살 돈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을 즈음, 살리에리는 검은 천으로 온몸을 가린 모습으로 모차르트에게 가서 장례식에 쓰일 곡을 하나 지어달라고 의뢰한다. 모차르트를 마치 서커스단의 동물처럼 조련하고 학대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모차르트를 사랑했던 아버지의 망령이 병약해진 모차르트의 주변을 떠돌아다니게 하면서 모차르트를 심리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결국 모차르트는 그로 인해 죽게 되고, 살리에리 역시 모차르트를 죽음으로 이끈 죄악감에 대한 후회와 반성으로 여생을 보내며 모차르트를 회상한다.
무대는 백색휘장을 삼면벽에 늘어뜨리고 무대 좌우에 백색 의자를 여러 개 배치해 출연자 전원이 앉도록 하고, 장면변화에 따라 탁자와 의자를 출연자들이 이동시킨다. 백색의 의상과 백색 가면이나, 검은 의상과 검은 가면으로 극적 분위기를 창출하기도 한다. 전자건반악기를 무대 왼쪽에 비치해 출연자들이 연주를 하고, 모차르트가 작곡한 유명 오페라의 아리아를 출연자가 부르거나, 성악가가 녹음한 것을 사용하기도 한다. 장면변화 시 사용되는 음악 역시 적절하고, 특히 백색 가발을 사용해 출연자의 연령변화를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황제나 궁정악장의 의상도 고풍스런 특성을 살린다.
박현욱, 조 환, 권윤현, 김예준, 김원경, 조희제, 권대현, 이창현, 강명산, 윤효정, 김도연, 이규빈, 뷔슈라 투르크셉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열연 그리고 탁월한 연주솜씨와 노래는 관객을 시종일관 연극에 몰입을 시키고 갈채를받 는다.
총감독 전훈, 안무감독 장정인, 음악감독 박현욱, 무대감독 김정겸, 피아노 연주 이창현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피터 쉐퍼 작, 전 훈 각색 연출의 <아마데우스>를 연출력이 감지되고,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걸작 음악연극으로 탄생시켰다./박정기 문화공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