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플로리앙 젤레르(Florian Zeller) 작, 임선옥 번역, 이병훈 연출의 어머니(La Mère)를 관람했다.
플로리앙 젤레르(Florian Zeller 1979-)는 동시대 프랑스연극을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신예 소설가다. 2002년 약관 22세에 첫 소설 <인공 눈 Neiges artificielles>을 발표해 ‘아셰트 문학상’을 수상하고 프랑스 문단에 데뷔한 후, 그는 2004년 파리 마튀랭극장에서 첫 희곡 <타인 L’Autre>을 공연하여 관객들의 환호와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았다. <타인>은 2007년 크리스탈 글로브상을 수상했고, 불과 10여년 동안 그가 발표한 6편의 소설과 10편의 희곡들의 절반은 프랑스의 저명한 문학/연극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러나 젤레르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것은 7번째 희곡 <아버지 Le Père>(2012)다. <아버지>는 프랑스의 토니상으로 불리는 몰리에르 작품상을 수상하였고, 2016년 영국 올리비에상 연기상, 미국 토니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오늘날 해외에서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연극 중 하나가 되었다. <아버지>는 영화 <플로리다>로 제작되어 2015년 개봉되었다.
번역을 한 임선옥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프랑스 파리-소르본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겸임교수, 서원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불문학과 강사, 한국연극평론가협회 부회장, 한국연극협회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강의하면 연극평론가,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21세기 연극서곡』(여석기연극평론가상), 『동시대 연극비평의 방법론과 실제』그 외의 저서가 있다.
사진출처/국립극단
이병훈은 연극계의 중심에 서 있는 실력파 연출가로 작품에 내재한 감성을 논리적인 분석으로 감각화 하여 극도의 절제된 표현 속에서도 항상 강렬하게 남는 감각을 선보이는 연출가로 정평이 나 있다. <노예와 사자>로 제24회 백상예술대상 신인 연출상, <꼽추왕국>으로 제26회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하여, 2008년 연극 <리어왕>으로 대한민국 연극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02년에는 한일합동공연의 모범적인 선례로 기록된 <강 건너 저 편에>로 한국연극평론가협회의 올해의 연극 베스트3로 선정됨과 동시에 일본의 권위 있는 상으로 손꼽히는 아사히 무대예술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2012년부터 국립극단 <차세대연극인스튜디오> 소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국민대학교 종합예술컨서바토리 교수로 재직중이다. 주요작품으로는 <홀스토메르>, <강 건너 저 편에>, <리어왕>, <맹진사댁 경사>, <쇼팔로비치>, <유랑극단>, <맥베스>, <손님>, <키큰세여자> 창극/<구운몽>, <배비장전>, <흥보가> 오페라/<아랑>, 뮤지컬/<크리스마스 캐롤>, 무용/<살풀이 하나-다섯>, <혼자눈뜨는 아침>, <종이무덤>, 궁중정재/<여민동락>, <왕조의꿈-태평서곡> 등을 연출했다.
윤소정(尹素貞, 1944~)은 TBC-TV 1기로 출발, 방송드라마, 영화, 연극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인 대한민국 최고여배우 중 1인이다. 1천 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고, 제16, 19회 동아연극상, 제31회 백상예술대상 인기상, 제38회 대종상 영화제 여우조연상, 서울공연예술제 개인인기상, 제17회 이해랑 연극상, 제15회 히서연극상, 제3회 대한민국연극대상 연기상, 2011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남편인 오현경(1936~)은 예술원 회원으로TV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연극에서 성격파 연기의 신화를 창조한 명배우다. 딸 오지혜(1968~) 역시 출중하고 탁월한 연기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여배우다.
연극 <어머니(La Mère)>에서는 장성한 자녀가 부모의 곁을 떠나는 것이 순리하고는 하지만 부모의 마음은 여전히 아이들 곁을 떠나지 못하고 그 주변을 맴돈다.
부모가 자식을 그리워하고 염려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이러한 걱정이 남다르게 깊어져서 마음의 병이 되는 경우 이를 ‘빈 둥지 증후군’(Empty Nest Syndrome)이라고 부른다.이러한 현상은 아버지에게서 보다는 어머니들에게서 많이 발견된다. 가사와 자녀 양육에만 집중한 어머니들은 인간관계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고 정서적으로 더 섬세한 성품을 가진 때문으로 분석되곤 한다.그동안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느라 잊고 살아온 젊은 날의 꿈과 욕망은 삶에 대한 회의와 상실감으로 이어져 중년기 이후의 삶에 대한 회한으로 나타날 수가 있다. 이러한 것들이 원인이 되어 ‘빈 둥지 증후군’(Empty Nest Syndrome)으로 나타났다가 우울증(憂鬱症)으로까지 발전한다는 게 일반적인 과정이다.
사진출처/국립극단
여주인공인 안나는 ‘빈 둥지 증후군’과 ‘우울증’을 앓고 있는 초로의 여인이다. 거기에 치매증세(癡症勢)까지 나타나는 것으로 설정된다. 그렇기에 기억의 혼란에서 야기된 착각이 연극의 줄거리 속에 갈등 구조로 형성된다. 남편과의 대화에서 동일한 질문의 반복, 아들과 연인의 심각한 갈등보다는 자신의 붉은색의 옷에 더 관심을 집중시키고, 아들의 연인과 남편의 불륜상대를 동일시하거나, 입원한 병실을 자신의 집으로 착각하고 가구배치를 기이하게 생각하는 모습 등이 차례로 연출된다.
무대 역시 한 집의 거실과 병실을 동일한 장치로 구성하고, 남편과 아들, 그리고 아들의 연인이 병원 의사와 간호사 역도 맡아 중복 출연을 한다. 안나의 집착, 혼란, 착각, 오해, 불신 등으로 인해 병증 이 악화되면서 그 혼란과정이 정면에 영상으로 미디어 아트 미술작품처럼 투사가 되고, 대단원에서 여주인공의 자아상실(自我喪失) 상태로 병원 환자실 침상에 앉은 애처로운 모습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윤소정이 주인공 안나, 이호재가 남편, 박윤희가 아들, 문현정이 아들의 연인으로 출연해 탁월한 기량의 호연으로 연극을 고품격 고수준으로 상승시키며 이끌어 간다.
무대 여신동, 조명 김창기, 의상 김우성, 소품 김혜지, 분장 백지영, 음악 박소연, 드라마투르기 이은기, 조연출 정지현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플로리앙 젤레르(Florian Zeller) 작, 임선옥 번역, 이병훈 연출의 어머니(La Mère)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박정기 문화공연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