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안데레사기자] '광란의 질주' 부산 해운대에서 17명의 사상자를 낸 운전자는 뇌전증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운전면허를 갱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조사하는 해운대경찰서는 가해 차량을 운전한 푸조 승용차 운전자 53살 김모 씨가 올해 7월 면허갱신을 위한 적성검사를 하면서 뇌전증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1993년 2종 보통면허를 취득하고 2008년 1종 보통면허로 변경해 운전을 해왔다.
올해 7월 면허갱신을 위한 적성검사를 통과하고 자동차 면허를 갱신했다.
면허시험장 적성검사 때 시력, 청력, 팔·다리 운동 등 간단한 신체검사만 했고 뇌전증 검증은 없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는 증세를 보여 울산에 있는 한 병원을 찾았고 같은 해 11월 뇌전증 진단을 받고 하루 2번씩 약을 먹어왔다.
김씨는 자신이 뇌전증 환자로 약을 먹고 있었지만, 운전면허 적성검사 신청서에 뇌전증 환자라는 것을 표시하지 않았다.
뇌전증 환자가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적성검사 때 환자라는 사실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
그러나 같은 해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이 건보공단에서 정신과 진료 관련 개인정보를 받아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 자료로 이용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며 경찰청장 징계까지 정부에 권고했다.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령은 6개월 이상 입원·치료를 받은 뇌전증 환자에 대해서만 경찰이 관계 기관으로부터 치료 사실과 개인정보를 통보받아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고로 뇌전증 환자의 운전이 위험하다는 사실이 증명된 만큼 6개월 이상 입원·치료받은 이들뿐 아니라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이들까지 수시적성검사 대상에 포함하는 쪽으로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뇌전증 장애등급을 받은 이들이 전국에 약 7천명이며, 이 가운데 운전면허 취득 이후 장애 판정을 받은 이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당장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를 무작정 확대하자는 뜻이 아니라 뇌전증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사람들만이라도 파악해 수시적성검사 대상으로 추가하면 인권침해 소지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를 위해 현재 운전면허 보유자 가운데 뇌전증 장애등급을 받은 인원, 운전에 미치는 악영향 정도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이후 의료계 등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받아 세부 내용을 조정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또 기존에 6개월 이상 입원·치료받은 이력이 있는 중증 치매환자에 대해서만 하던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를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에게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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