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스님 '사부대중 100人 대중공사'서 자아비판… '중 정신' 부재와 매너리즘 질타
"나도 출가해 절 뺏으러 다니고 은사 모시고 종단 정치만 해… 참선·포교 목숨 걸고 안 한다"
"도대체 우리(불교)는 '중[僧] 정신'이 없다." "지난 50년 동안 불교가 사회를 위해 기여한 게 하나도 없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연초 쏟아낸 '폭탄 발언'은 사실 '작심 발언'이다. 우선 무대 자체를 본인이 만들었다. 자승 스님은 2013년 총무원장 선거 당시 '대중공사'를 공약했다.
그가 염두에 둔 '모델'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1962년 당시 요한 23세 교황이 소집한 공의회는 1965년까지 전 세계 가톨릭의 중의(衆意)를 결집, 가톨릭 현대화를 이뤘다. 그 이전까지 제대(祭臺)를 향해 신자를 등지고 섰던 사제들이 신자를 향해 돌아섰고, 라틴어 대신 현지어로 미사를 드리게 됐다. 자승 스님은 바티칸공의회처럼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 불교의 체질 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보고 불교 전통 방식의 '대중공사'를 공약했던 것.
그는 애초 작년 하반기 시행을 원했지만 지지부진하자 총무원 집행부를 강하게 질책했고, 새해 벽두 첫 무대가 마련됐다. 총무원장의 발언이 터져 나온 것은 10여명씩 나눠 진행한 '모듬(조) 토론' 때였다. 자승 스님은 "자정과 쇄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손석춘 건국대 교수가 말하자 답변을 자청해 흥분하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는 스님들의 '중 정신(성직자 의식) 부재'와 매너리즘을 질타하며 자신의 이야기까지 털어놓았다. "어려서 출가해 정화(淨化·대처승을 절에서 쫓아낸 일)한다고 절 뺏으러 다니고, 은사(정대 전 총무원장) 스님 모시고 종단 정치 하느라 중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종단 정치만 아는 사판승(事判僧)'이라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 "그래, 맞다. 그렇다고 이대로 후배들에게 물려줄 것인가"라며 정면으로 되받아친 셈이다. 그는 이어 승려 교육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참선, 포교 뭐 하나 목숨 걸고 하겠다는 게 없다. 왜? 안 심어줬기 때문이다. 안 심고, 안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오늘 5˚, 10˚ 방향을 틀어놓아도 당장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10리쯤 떨어져서 보면 그 차이가 보인다. 지금 당장은 '쇼'로 보일지라도 10년, 20년 후에 추수한다는 심정으로 씨를 뿌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