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뉴스프리존

[독자기고]밀양여름공연예술제, 극단 수 노현열 연출 ‘약간..
오피니언

[독자기고]밀양여름공연예술제, 극단 수 노현열 연출 ‘약간의 통증’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6/08/06 20:05

밀양연극촌 창고극장에서 젊은 연출가전 참가작 극단 수의 해롤드 핀터 작 노현열 연출의 <약간의 통증>을 관람했다.

어느 해 여름 하지(夏至), 전원 속의 집(부엌과 서재) 무대는 식탁과 의자, 휘장이 드리워진 출입구, 식탁에는 식기가 놓였다.연극은 부부의 대화에서 시작된다. 대화는 소통이라는 의미를 가지지만, 이 극에서 부부의 대화에는 특별한 의미는 없다. 빈껍데기뿐인 말의 연속이다. 이 연극에서의 부부라는 의미는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쉽게 돌아서고...가깝지만...가장 소통할 수 없는 대상으로 그려진다.훌로라와 에드워드는 아침상을 마주하고 있다. 훌로라는 에드워드에게 무엇이든 이야기하려 하고 에드워드는 그녀의 대화에 귀찮다는 듯이 대강 대답한다. 그리고 그 대화는 작은 티격태격으로 이어지고 둘은 마치 서로에게 염증을 느끼는 듯 행동한다.이 행동은 마치 우리의 실생활속 보통의 부부의 대화를 보는 듯하다. 너무 익숙해져버린 상대와의 대화는 마치 식탁위에 걸린 액자 취급을 하듯 무신경하게 쳐다보며 아무 감흥이 없이 지나간다.부부의 시선은 정원 구석에 서있는 성냥팔이 노인에게로 바뀐다.
몇 개월 째 집 후문 같은 자리에 서서 성냥을 파는 노인, 하지만 성냥을 팔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 듯 보이는 영감에게 에드워드는 묘한 반감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피곤하여 충열된 듯 했던 두 눈에 자꾸만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에드워드는 그 성냥팔이가 언제나 여기에 오는 이유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어떤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

결국 에드워드는 그가 사기꾼인 것이 분명하다며 진상규명에 나서기로 하고, 훌로라를 시켜 그를 서재로 데려오게 한다. 에드워드는 그를 앞에 앉혀 놓고 자기의 신상 얘기부터 직업적이고 학문적인 얘기까지 혼자서 떠들어 대고 성냥팔이 노인은 여기에 대해 단 한 마디의 말도 없다.훌로라는 에드워드에게 이야기하고 에드워드는 성냥팔이에게 이야기 한다.

이 극에서 대화는 소통이 아닌 일방통행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성냥팔이 노인은 두려움이다. 소통되지 않는 대상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주는 듯하다.

노인은 아무런 반응도 행동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가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알 수 없는 두려움.... 그는 어떤 질문을 해도 귀머거리처럼 대답이 없는 ....그 .....영감에게 화도 나고 제풀에 지쳐 다시 정원으로 나온다.훌로라가 자신이 성냥팔이에 대해 무언가 알아내겠다며 서재로 들어간다. 에드워드는 아내가 무슨 수작을 하려는 것으로 생각하고 못 미더워한다. 훌로라는 성냥팔이를 유혹해 보려고 하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헤롤드 핀터의 희극속 여성은 항상 부정하게 그려지고 부정하게 행동하지만. 그것에 대한 죄책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핀터의 희극 세계 속 여성은 항상 가해자인 것이다.그러한 아내의 의도를 눈치 챈 에드워드는 그녀에게 심한 욕을 하고,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그 성냥팔이에 대해서도 이유 없이 화가 나기 시작한다. 에드워드는 성냥팔이가 자기를 비웃는다고 화를 내다가 자기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고 감동을 하기도 한다.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에드워드가 눈의 통증과 함께 감기 기운마저 느낄 즈음 훌로라가 등장해 성냥팔이에게 다가가 ‘바나바스’라고 부르며 ‘당신을 위해 점심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리고 에드워드의 팔에 성냥팔이의 상자를 올려놓는다. 훌로라와 성냥팔이 노인은 함께 무대를 나간느 장면에서 연극은 끝난다.

에드워드 김성철, 훌로라 황세원, 사탕장수 김대현 등 출연자들의 호연은 갈채를 받는다.

무대미술 임일진, 무대미술협력 오미연, 조명디자인 남진혁, 포스터디자인 김정아, 조명 음향 오퍼 오택조, 조연출 심민정 등 스텝진의 기량도 드러나, 극단 수의 해롤드 핀터 작, 노현열 연출의 <약간의 통증>을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박정기 문화공연컬럼니스트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