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등급인 ‘AA’로 상향조정했지만 국내 경제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구조조정 여파로 경기 회복세가 제약될 수 있다고 경고한데 이어 9일 기획재정부도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등 정책효과 약화로 내수 회복이 제약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기재부는 이날 발표한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경제는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수출회복 지연 등으로 생산은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브렉시트와 구조조정 본격화 등 대내외 하방위험 요인이 상존하는 가운데 승용차 개소세 인하 종료 등 정책효과 약화로 내수 회복세가 제약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상반기 중 우리경제는 정부의 개소세 인하 연장조치와 재정 조기집행 등에 힘입어 내수를 중심으로 힘겨운 회복세를 보였다. 6월 중 소매판매는 승용차 판매가 큰폭 증가하며 내구재 중심으로 1.0% 증가했고, 서비스업 생산도 1.0%의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수출이 지난달까지 19개월 연속 감소한데다 조선업 등 구조조정 여파가 현실화하면서 광공업 생산과 제조업 고용이 하강세로 전환돼 경기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광공업 생산 증가율은 5월 2.7%에서 6월엔 -0.2%의 감소세로 돌아섰고, 제조업 취업자 증가규모는 조선업 분야의 대량해고 속에 올 1분기 12만6000명에서 5월에는 5만명, 6월에는 1만5000명으로 급격히 둔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 등 대외 불안요인에다 내부적으로는 조선업 구조조정, 김영란법(반(反)부패법) 시행 등 심리 악화요인이 도사리고 있어 전망이 불투명하다.
때문에 국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에 현혹되지 말고 구조개혁과 경제회복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용평가는 한국의 대외지급능력이나 거시지표의 안정성 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실질적인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데엔 한계가 있다.
S&P는 등급상향 배경에 대해 한국이 최근 수년간 선진경제보다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고 지난해 대외 순채권 상태로 전환되는 등 대외지표가 개선된 점을 들었다. 통화정책이 견조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지원해왔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올린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 만으로, 이번에 받은 ‘AA’ 등급은 전체 21개 등급 가운데 3번째로 높은 것이다. 특히 한국이 AA 등급을 받은 것은 사상 최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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