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민족 대명절, 추석이 어느덧 코앞입니다. 여러분의 추석 계획은 무엇인가요?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기 위해 기나긴 귀성행렬에 합류? 집에서 뒹굴뒹굴 휴식 취하기? 어떤 모습이든 다 좋지만, 이번 추석에는 특별히 책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세요! 긴 연휴동안 책의 재미에 푹 빠질 수 있도록 독서산책이 7권의 책을 준비했습니다.
1. [문학] 그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 문태준, 마음의숲
“시를 끄려고 할 때마다 나는 이상한 곳에, 알 수 없는 곳에 있게 되는 기분이다”
시인의 감성이 열매 맺는 자리는 어디쯤일까. ‘시를 쓰고 싶다’는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순간들, ‘이런 느낌은 시로 표현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은 언제일까. 이런 질문에 매혹을 느끼는 독자라면 문태준 시인의 아름다운 에세이집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를 추천하고 싶다. 자연의 다채로운 변화 속에서 사랑과 연대와 공감의 기적을 바라보는 문태준 시인은 일상 속에서 저마다 영롱한 보석처럼 반짝이는 시적인 순간들을 포착해낸다. 샛노랗게 무르익은 유자를 따는 부부를 보면서, 눈이 오면 눈이 쌓인 나무가 되고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는 나무를 바라보면서, 시인은 그 모든 자잘한 일상의 순간 속에서 시처럼 아름답게 반짝이는 순간들을 그려낸다. “바깥세상과의 만남과 접촉을 내가 일방적으로 종료하지 않고 그 끝을 가만히 기다려야 한다. 이러할 때 우리 내면은 그 스스로의 여린 떨림을 느끼게 되고 이내 감격하게 된다. 내 속의 거인이 깨어나는 순간이다.” _정여울 <빈센트 나의 빈센트> 저자
2. [인문예술]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 | 고영애, 헤이북스
“나는 미술관에서 느꼈던 색다른 경험과 현대건축의 공간들 속에서 힐링하며 행복했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건축은 한 시대와 공간의 정신을 압축하는 상징물이다. 미술관은 그 대표적 결정체며, 현대미술관은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현대미술관은 동시대를 사는 예술가의 지각이 섭렵된 곳으로 무한한 사고의 진원지이며 동시대 문화 예술의 발상지다. 미술관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미술관 ‘건물’이다. 그런 미술관 건물을 보는 것 자체가 시대정신의 진보성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단초다. 현대미술관은 현재와 미래를 잇는 매우 상징적이고 효과적인 가교다. 미술관 건물만 봐도 자연스럽게 현대미술과 친해질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하나의 사회적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완수하는 것이다. ‘예술이 일상의 한부분이 된 풍경’으로서의 현대미술관들이 우리의 도시들에 경쟁하듯 나타나는 때가 바로 진정한 문화선진국의 시대가 된다. 사실 건축에 대한 책은 매우 많다. 하지만 대부분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해석한 것들이다. 아무래도 건축공학적인 서술이나 공간의 배치 등에 대한 해석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책은 시대와 예술의 ‘거울’로서의 현대미술관이라는 특정한 주제를 충실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 한 권을 위해 십수 년 발품, 시간, 돈을 들여가며 애쓴 글쓴이와 작은 출판사로서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출판사대표에게도 고맙다. _김경집 인문학자, 전 가톨릭대학교 인간학교육원 교수
3. [사회과학]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 | 강보라, 인물과사상사
“브이로그가 내포하는 ‘해설과 대화’ 기능은 많은 사람들이 브이로그를 찾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사람의 마음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학술적으로는 물론 누구나 관심을 갖는 실제적 궁금증이다. 다양한 접근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졌지만 개별적으로는 수긍이 가는 설명들도 막상 모아놓으면 종합적 해설이 되지는 못한다. 우스갯소리에 자조가 섞인 “내 마음 나도 몰라”라는 말은 참 잘 만든 마음의 카피 같다. 어려운 마음읽기는 개인이 모인 복잡한 사회를 대상으로는 더욱 어렵기만 하다. 다만 SNS까지 포함해 다양한 미디어가 쉴 사이 없이 작동하면서 복잡한 사회지만 공감하고 열광하는 현상의 수렴은 빠르게 일어난다. 개인이 이미 인지하던 마음인지 혹은 미처 인지 못하던 마음인지는 불분명하지만 개인의 마음을 읽기 위해 행동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사회의 보편적 마음을 읽기 위해 필요한 사회현상은 조금은 정리가 가능해졌다. 이 책은 그 현상과 이면의 마음을 읽고자 하는 노력을 담고 있다. 정답여부는 모르겠지만 때론 과정만도 의미가 크다. 과연 사회의 마음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_이준호 호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4. [자연과학]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 | 박한선, 아르테
“우리는 불안에서 해방되고 싶어 하지만 살아있을 동안은 그럴 가능성이 없습니다.”
“엄마, 마음이 뭐야?” 이제 갓 말을 하고 그림책을 보기 시작하던 나이의 첫째 아들이 물었다. 엄마는 뇌과학자 아빠를 쳐다보았고, 그는 의외로 말문이 막혔다. 세상에서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우리는 왜 슬프고, 불안하고, 기대고 싶고, 사랑에 빠질까? 혼자이고 싶으면서 또 사람이 그립고, 머리를 비우고 싶은데 생각이 복잡할까? 모두 마음 때문이다. 그 누구도 설명하기 어려운 이 ‘마음’이라는 존재를 한 신경인류학자가 명쾌하게 풀어냈다.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계속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마음은 너의 뇌 속 도파민 D4 수용체의 유전자 변이 때문일지도 몰라.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은 뇌의 편도핵 안에서 생겨나는데, 수천만 년 전부터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진화한 거래. 이렇게 몇 걸음 떨어져서 내 마음 안의 여러 감정과 생각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뇌과학의 진화생물학의, 사회심리학의, 문화인류학의 돋보기로 잔잔히 들여다보면, 어느 순간 이 책에 푹 빠져들고 만다. 내 마음에 대해 궁금해 하고 조금 더 깊이 알고 싶어 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첫째 아들에게도 좀 더 크면 선물해줄 생각이다. _장동선 뇌과학 박사 / 과학 커뮤니케이터
5. [실용일반] 아홉 살 독서 수업 | 한미화, 어크로스
“나는 독서교육이 마치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 하듯 극약처방이 아니라 즐거운 경험이 되엉야 평생을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책을 읽는 게 희귀한 일이 되고 있다. 아이들도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들고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본다. 그러나 ‘모바일 네이티브’로 자라난 아이들에게도 독서는 필요하다. ‘아홉 살 독서 수업’은 부모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의 독서지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혼자 읽을 줄은 알지만 독서의 참맛은 아직 느끼지 못한 상태다. 부모들이 어떻게 지도하느냐에 따라 독서를 사랑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 책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며 한번쯤 고민했을 법한 다양한 상황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한다. 예컨대 부모들은 아이들이 추리소설만 읽을까봐 걱정하지만, 어린이들은 누구나 한 번쯤 추리소설에 푹 빠졌다가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단계를 거친다.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골라 읽는 경험이 쌓여야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자신에게 필요한 책을 고르게 된다. 저자인 한미화 어린이책 평론가는 풍부한 경험과 역량을 갖춘, ‘믿고 읽을만한’ 필자로 꼽힌다. _송현경 내일신문 기자
6. [그림책/동화]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 | 권정민, 문학동네
“그곳이 어디든 아주 가까이에서 당신을 지켜볼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 화원에서 팔려가 도심 곳곳에 자리 잡는 화분 속 식물에 관한 그림책이다. 제목만 보자면 ‘우리’ 인간이 ‘당신’ 식물에 대해 안다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이건 식물들의 인간 관찰 보고서이다. 평소 신경도 쓰지 않던 화분이 사실은 눈을 크게 혹은 게슴츠레 뜨고(실제로 식물들 줄기에는 교묘하게 눈이 그려져 있어서, 그것들과 눈 맞추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를 지켜보며 우리가 하는 말을 마음에 담아 둔다고 생각해보자. 하지만 오싹해 할 필요는 없다. 그들은 얼마나 다정하고 너그러우며 긍정적인지 모른다. 당신을 따라 기꺼이 빛도 없는 지하실로, 냄새나는 화장실로 들어온다. 말라죽어가면서도 우리를 돌아볼 수도 없을 만큼 힘든 당신을 이해하고, 마지막 힘을 다해 당신을 불러본다. 누렇게 시든 화분 하나가 뭉클한 회오의 염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화분을 데려다 정성스레 보살펴서 싱싱하게 살려내는 '당신이 있어줘서 참 다행이다. _김서정 동화작가, 평론가
7. [청소년] 헌법수업 | 신주영, 푸른들녘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게 보이면 부당한 상황을 계쏙 유지하는 법질서에 대해서 회의를 품는 사상이 생겨나게 마련입니다.”
이야기(서사)의 힘은 크고 깊다. 이는 사건을 서술하여 줄거리(스토리)를 형성하는데, 전자매체와 인터넷 혁명으로 소통의 전면에 떠올라 ‘스토리텔링 시대’를 열었다. 이제 문화산업 분야는 물론이고 어디서나 의식적으로 이야기를 표현과 전달에 활용한다. 하지만 애매한 삶을 그럴듯하게 그려내어 ‘졸가리’가 서도록 활용하는 일은, 사물에 대한 명료한 인식과 섬세한 언어능력을 요구하므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은 대개 딱딱하고 추상적이라 여기는 헌법의 내용과 역사를 각종이야기들 – 설화, 소설, 역사적 사건, 영화 등을 동원하여 수업 형식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것들이 매우 재미 어서 독자는 자기 일처럼 체험하게 된다. 이야기는 재미와 함께 그 의미가 문제인데, 예로 든 이야기들이 각각 따로 읽어도 좋을 만큼 적절하고 통일성도 있다. 헌법의 역사는 자유인의 저항의 기록이라는 에필로그의 제목은, 그것들을 다시 꿰는 의미의 축이다. 이야기를 설명에 탁월하게 활용한 책이다. _최시한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