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성 선수는 전체 선수의 45%로, 역대 올림픽 중 가장 비율이 높다. 한국도 남자 103명, 여자 101명(49.7%)으로 2012 런던올림픽(45.5%) 때보다 늘었다. 그러나 여성 차별적 보도 행태는 한 치도 나아지지 않았다. 6일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칼럼을 통해 “(리우올림픽 여성 비율이 높다는 것이) 모든 선수들이 평등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며 미디어를 통해 드러나는 성차별적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 중계진도 마찬가지다. 최승돈 <한국방송>(KBS) 아나운서는 6일 여자 펜싱 에페 8강전에 웃으며 들어오는 최인정 선수를 두고, “무슨 미인대회 출전한 것 같네요. 피아노도 잘 치고, 펜싱도 잘하고, 서양의 양갓집 규수의 조건을 갖춘 것 같은 선수다”라는 엉뚱한 이야기를 꺼냈다. 김정일 <에스비에스>(SBS) 아나운서는 6일 여자 유도 중계 도중 몽골 선수한테 “야들야들한데 상당히 경기를 억세게 치른다”고 해 누리꾼의 뭇매를 맞았다. 한상헌 <한국방송> 아나운서는 7일 비치발리볼 중계 도중 “해변에는 여자와 함께 가야 한다”거나 비치발리볼 소개 영상을 보며 “해변엔 미녀가, 바닷가엔 비키니”라며 선수들을 성적으로 희화화하기도 했다.
여자 선수의 외모를 언급하는 일은 다반사다. 8일 여자 배영 100m 예선 경기에서 노민상 <에스비에스> 해설위원은 최연소 출전자인 네팔 가우리카 싱(13)이 1위로 도착하자 “박수 받을 만하죠. 얼굴도 예쁘게 생겼고 말이죠”라며 뜬금없는 외모 평가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남자 선수도 아니고 여자 선수가 이렇게 한다는 건 대단하다”(허일후 아나운서) 식의 성차별적 발언도 쏟아진다. 외국에서도 여성의 선전을 남성의 덕으로 돌리는 일이 문제가 됐다. 미국 지상파 <엔비시>(NBC)의 해설자 댄 힉스는 7일 여자 개인혼영 400m 결승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딴 헝가리의 카틴카 호슈주 선수를 두고 “아내인 호슈주가 완전히 다른 수영선수가 된 것은 바로 남편 덕분”이라고 말해 거센 비난이 일었다.
비단 국내뿐만이 아니다. 지난 5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이 스포츠 기사에 등장한 1억6000만여개의 단어를 분석해 공개한 연구 결과를 보면, 남성 선수들에게 많이 쓰인 단어는 ‘가장 빠른’, ‘강한’, ‘큰’, ‘대단한’ 등이었던 반면, 여성 선수들에게는 ‘나이 든’, ‘임신한’, ‘결혼한’, ‘결혼하지 않은’ 등의 단어가 가장 많이 쓰였다.
올림픽에서 여성 차별적 발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체육계에서는 여전히 남성중심주의인 스포츠계의 분위기를 꼬집는 목소리가 많다. 감독, 선수 출신들이 해설위원을 맡으면서 직접 지도했거나, 한솥밥을 먹었을 당시의 시선으로 선수들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지금은 은퇴한 한 여자 선수는 “스포츠는 다른 분야보다 여전히 보수적인 곳이다. 훈련 때 감독, 코치들의 불편한 발언은 늘 있어왔다. 그런 분위기가 해설에서도 고스란히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해설 자체보다는 이슈에 주목하는 방송사의 탓도 크다. 방송 3사는 올림픽을 앞두고 이영표나 안정환 등 해설위원들을 여러 예능프로그램에 내보내 띄워주기에 사력을 다했다.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중계할 종목 분배 합의가 되지 않으면서 눈길끌기 전쟁은 더 치열해졌다. 지상파의 한 관계자는 “무조건 재미있고, 튀는 해설을 해서 주목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해설위원들이 거르지 않는 말들을 내뱉는 것 같다”며 “요즘은 실력보다는 재미있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선호하면서 기본이 안 된 해설위원도 많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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