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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호가 아니라 이정현號 ..친박이 다시 모였다..
정치

호남호가 아니라 이정현號 ..친박이 다시 모였다

김현태 기자 입력 2016/08/13 19:44
▲ 지난 8월7일 새누리 전당대회 이정현의원이 당선 되었다 (뉴스프리존= DB자료)


지난 7일 새누리당은 전당대회에서 친박계인 이정현 대표가 선출되고 최고위원에도 친박 후보들이 대거 진입했다.

[뉴스프리존= 김현태기자]  사전투표 후 33만7375명의 선거인단 중 6만9662명(20.7%)이 투표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승기는 이정현 후보에게 기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무성 대표가 당선되던 2014년 전당대회의 사전투표율이 29.70%로 30%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결국 조직 투표가 이번 대표 선거의 향방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친박은 지역세를 많이 확장함으로써 조직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TK지역에서는 1만9326명이 투표해 전체 투표자 수의 27%에 이르렀다. 인구가 월등하게 많은 수도권에서 TK지역보다 조금 많은 2만1037명이 투표한 것을 보더라도 TK지역의 표가 얼마나 위력을 발휘했는지를 알 수 있다. 경북지역의 투표율은 31.6%으로 압도적이었다. 대구지역의 투표율은 전체 평균인 20.7%와 거의 비슷했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TK표의 힘은 2011년 유승민 의원이 친박 TK 후보로 출마하면서 드러났다. 당시 사전투표 때 폭우가 쏟아져 25%대의 낮은 투표율이었다. 하지만 TK지역 경북이 42.1%, 대구는 39.4%였다. 그때 친박 TK후보였던 유승민 의원은 2등을 하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친박계가 예상을 넘는 승리를 거두고 당권을 장악하면서 내년 대선을 노린 잠룡들의 입지는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우선 친박계가 선호하는 차기 대선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고,  충청 출신인 반 총장이 영남 기반의 여당 후보로 확정되면 호남 출신 당 대표와 손을 잡고 지역의 고른 지지를 얻게 되면서 여당 대권 후보의 경쟁력은 크게 강화될 수 있다.
 
이 대표도 취임 직후 대선 후로의 외부 영입론을 강조해 가능성을 높였다.
 
이정현, 호남 인사 아닌 박근혜 복심하지만 점점 기류는 바뀌었다. 친박의 한 인사는 “TK에서는 이정현 후보를 호남 출신 인사로 보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보고 있다”며 전당대회 전에 이정현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이 인사는 “결국 TK지역에서는 친박의 오더가 그대로 먹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친박의 다른 한 인사는 “이정현 후보가 승리한 결정적인 요인은 김무성 전 대표가 전당대회 선거국면에서 등장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이정현 후보 대 주호영 후보의 대결이 결국 박근혜 대통령 대 김무성 전 대표의 대결로 바뀌면서 TK지역의 표심이 친박으로 쏠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당대회 사전투표에서도 경북의 투표율이 압도적으로 높자, 비박 측은 TK 비박인 주호영 후보의 우세를 한때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친박의 한 인사는 “대구지역은 오더가 잘 먹혀들지 않았지만 경북지역은 오더가 거의 다 내려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TK의 한 친박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TK지역의 투표가 많은 기여를 했다”며 자찬했다. 이정현 후보가 당선되는 데 경북지역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8월 4일 박 대통령이 TK 초선 의원들을 만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 협조를 구하면서 TK지역의 당심(黨心)이 박 대통령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동정심 쪽으로 흘렀다”고 평가했다. 황 평론가는 “TK지역 당심이 김무성 전 대표의 대리인인 주호영 후보보다 박 대통령의 복심인 이정현 후보를 밀어준 것이 이번 전당대회 투표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TK지역뿐만 수도권의 선거인단에는 TK지역 출신의 투표자도 많았다. 한 친박 측 관계자는 “이정현 후보 쪽으로 찍으라는 오더를 내리자 TK 출신 투표자들이 가장 망설였다고 한다”면서 “주호영 후보 대신 이정현 후보를 찍는 것이 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당대회 선거에서는 TK지역에서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순혈주의가 겉으로는 작동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계파(이정현 후보)가 지역(주호영 후보)보다 진하다’는 논리로 바뀐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역시 피(박근혜 대통령)가 물(김무성 전 대표)보다 더 진하다’는 더 심오한 순혈주의가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친박 측은 이번 선거의 ‘오더 열풍’에 대해 책임을 비박 측으로 돌리고 있다. 비박 측에서 문자메시지나 카톡을 통해 주호영 후보를 찍으라는 오더를 먼저 남발했다는 것이다. 친박인 이양수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가 비박을 결집하고 나서고 친박-비박 간의 갈등이 부각된 것이 주 후보에게는 마이너스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원들은 친박-비박 나뉠 것 없이 열심히 일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정현 후보는 대통령과 가까운 친박이긴 하지만 친박 책임론에서 자유로운 만큼 당원들의 선택을 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TK지역의 한 친박 의원은 “오더라고 하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오더를 내리기 전에 지역 선거인단에서 누구를 찍어야 할지 물어본다”고 말했다.
 
계파 간, 대리인 간의 경쟁으로 점화되면서 중립을 표방한 이주영 후보는 쓴잔을 마셨다. 이 후보 측은 후보 출마 선언을 하면서 ‘총선 심판론’을 내세웠다가 결국 친박 쪽의 선택을 받지 못해 3위로 전락했다. 친박과 비박의 싸움으로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진 격이 된 것이다. 이 후보 측은 “결국 오더를 받지 못하면 1등은커녕 2등도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친박 의원은 “친박에서는 이정현 후보와 이주영 후보를 놓고 고민했으나 사전 투표를 앞두고 당선 가능성을 고려해 이정현 후보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새누리당의 캠프 선거가 종언을 고했다고 볼 수 있다. 사무실을 마련해 김무성 캠프식, 서청원 캠프식 선거운동을 했던 이주영 후보는 3등에 그친 반면, 캠프를 아예 꾸리지도 않은 이정현 후보가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주영 후보 측은 “이제는 선거꾼들이 몰려다니는 식의 아날로그 선거는 끝이 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새누리당에서도 문자메시지와 카톡으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아날로그 선거는 끝났지만 ‘디지털 오더’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비박의 오더 대 친박의 역(逆)오더 대결은 친박의 승리로 끝났다. 그 후유증이 만만찮다. ‘오더 열풍’을 낳은 계파 갈등은 더욱 가팔라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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