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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에서 구석기부터 선사 시대의 문화양상 담은 동굴유적 ..
사회

정선에서 구석기부터 선사 시대의 문화양상 담은 동굴유적 발굴

김원기 기자 입력 2016/08/13 22:57
매둔 동굴유적에서 구석기부터 신석기 시대의 다양한 유물 출토


사진재공/문화재청

[뉴스프리존=강원 정선군, 김원기 기자]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의 허가를 받아 연세대학교박물관(관장 한창균)은 지난 6월부터 약 한 달간 2차례에 걸쳐 강원도 정선군 남면 낙동리에 자리한 석회암 동굴을 조사했다. 그 결과,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의 문화층이 있는 동굴유적이 확인됐다. 정선군에서 선사 시대의 동굴유적 발굴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선 매둔(낙동리의 옛 지명, 일명 큰굴) 동굴유적은 해발고도 약 330m에 있는 동굴로 병풍처럼 펼쳐진 수직 절벽의 아래쪽에 정남향으로 뚫려있다. 동굴 바로 앞에는 함백산과 금태봉에서 시작해 고한읍에서 합류하는 지장천(地藏川)이 서쪽으로 흘러 동강과 만난다.

이는 당시의 입지 조건을 보여준다. 동굴 입구는 지장천보다 약 8~9m 높은 곳에 있다. 길이 25m, 최대 너비 15m, 최대 높이 8.5m로 선사 시대 동굴유적으로는 규모가 큰 편이다. 유적 주변의 몇몇 지점에는 하안단구가 형성됐다. 한 곳에서 구석기 시대의 여러면 석기(때려 깨서 둥근 형태로 가공한 석기)가 발견돼, 구석기 시대의 야외유적이 존재할 가능성도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사 결과, 정선 매둔 동굴에서는 신석기 시대의 문화층(화덕자리와 그 주변부)과 구석기 시대의 문화층이 드러났다. 신석기 시대 화덕자리는 두텁게 형성된 회백색의 재층을 이루면서 이 재층과 주변부에서 유물이 출토됐다. 구석기 시대층은 낙반석과 토양이 반복적으로 퇴적된 지층으로 전체 두께는 2.5m가 넘는다. 구석기 시대의 일부 문화층에서 나온 숯의 방사성탄소 연대는 약 2만 5,000~2만 6,000년 사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측정돼 후기구석기 시대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 조사에서 신석기 시대의 문화층은 일부분만 드러났다. 화덕자리와 그 주변부에서 사람 아래턱뼈 조각을 비롯해 꽃사슴, 말사슴, 고라니, 곰, 멧돼지 등의 동물 뼈와 함께 물고기 뼈, 담치와 다슬기 같은 조개류 등 다양한 종류의 생태유물이 출토됐다.

인공유물로는 빗살무늬토기 조각, 뼈연모, 뗀석기, 망치돌, 갈린자갈돌 등이 발견됐다. 특히, 간뼈연모 한 점은 겉면을 완전하게 다듬어 만든 양끝찌르개 종류로, 자루에 매어 작살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는 국내에 선사인들의 물고기 수렵에 관한 자료가 매우 드문 편이라 이번에 발굴한 물고기 뼈와 함께 냇가에 살았던 신석기인들의 생활상을 연구하고 복원하는데 중요한 고고학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석기 시대 문화층에서는 뗀석기, 망치돌, 사용 흔적이 뚜렷한 자갈돌 등이 나왔다. 뗀석기 한 점은 돌날몸돌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떼어낸 격지(몸돌에서 떼어낸 돌조각)로 추정된다. 짐승뼈 화석으로는 꽃사슴, 호랑이, 산양, 사향노루, 꿩이 확인됐다. 그 가운데 꽃사슴뼈는 아래턱을 비롯해 대부분의 부위가 확인됐다. 구석기층 위에서부터 아래층까지 고르게 출토돼 구석기인들이 주로 사냥한 동물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양상은 제천 점말용굴, 단양 금굴, 단양 상시바위그늘, 영월 연당쌍굴 등의 유적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정선 매둔 동굴유적의 발굴조사는 비교적 좁고 한정된 범위 안에서 진행돼 어려움이 많았지만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에 해당하는 다양한 성격의 인공유물과 자연유물이 출토돼  강원도 지역의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의 생활상과 문화양상 파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대학교박물관은 “앞으로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유적의 성격을 체계적으로 밝히기 위한 장기적인 발굴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원기 기자, coolkim20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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