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펴낸 시점을 두고 29일 정치권 한편에서는 ‘왜 지금이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의 자원외교를 대상으로 다음달 본격화할 국회 국정조사를 앞두고 선제적 방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연말 여야가 자원외교 국정조사 협상을 벌일 때, 이 전 대통령 참모들 사이에서는 “민감할 수 있으니 책 출간 시기를 좀더 늦추는 게 낫겠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초께 “그런 거 따질 필요가 있나. 그냥 준비되는 대로 (1월 말쯤) 내자”고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고록 집필 작업을 총괄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정치적 성격이 아닌 정책 위주 회고록이기 때문에 시기를 일부러 늦추거나 당길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더구나 자원외교 부분은 전체 800쪽 회고록 가운데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고려한 택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오히려 애초에는 지난해 가을께 회고록이 완성되길 원했을 정도로 ‘이른 출간’에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기록과 보완 등으로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남북 정상회담 추진 뒷얘기와 외국 정상과의 대화 공개 수위를 두고 내부적으로 논란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모는 “실제 있던 일보다 많이 가다듬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향후 언론 인터뷰나 글 등 별도로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김두우 전 수석이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후기에서 “책을 쓰면서 ‘사실에 근거할 것, 솔직할 것, 그럼으로써 후대에 실질적인 참고가 될 것’이라는 원칙을 갖고 있었다”며 “얼마나 이 원칙에 충실한 책이 되었는지는 독자의 평가와 역사의 몫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