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정한나(25여가명)씨의 통장에서 이달치 대출금 이자 20만 원이 빠져나갔다. 정씨는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을 마치면서 손에 남은 것은 졸업장과 등록금 빚 2400만 원 뿐이다. 정 씨는 초등생 과외지도로 월 20만원을 벌어 이자를 갚고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부모님께 아직 용돈을 받아쓰느라 늘 마음이 무겁다.
한 달 생활비 30만 원에 이자만 10만 원... 돈을 벌어도 대출금은 제자리
지난 2005년 정씨가 명문대로 꼽히는 한 사립대학의 지방캠퍼스에 합격했을 때만 해도 주변 사람들은 다들 축하하고 부러워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꿈을 활짝 펼치겠다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 든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한해 600만 원이 넘는 돈을 마련할 길이 막막했기 때문이다. 경상도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은 근근이 생계를 꾸릴 정도라 손을 벌리기 어려웠다. 생활비만 부모님께 지원받고 학비는 모두 대출을 쓰기로 했다.
첫 학기 등록금 300여만 원은 은행에서 일반대출을 받았다. 이자가 좀 더 싼 학자금 대출제도가 2005년 2학기부터 생겼기 때문에 그 때부터는 학자금 대출을 이용했다. 3학년이 됐을 때는 누적 대출금이 1500여만 원이 됐고, 한 달 이자로 10만 원이 넘게 빠져나갔다. 집에서 한 달 생활비로 30만 원을 받아도 3분의 1을 대출금 이자로 쓰고 나면 한 학기 30만원인 기숙사비와 별도로 사먹어야 하는 밥값, 그리고 책과 생필품을 사는 일이 늘 빠듯했다.
2007년 정씨가 3학년이 되자 농사가 잘 안 돼 집에서 용돈조차 보내기 어려운 형편이 됐다. 정씨는 결국 그해 여름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기 위해 서울로 갔다. 대치동의 한 학원에서 사무 보는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6개월 정도 매일 정오부터 밤 10시까지 일하고 한 달에 100만원씩을 받았다. 아는 언니 집에서 방값은 월 20만~30만원에 해결했고 교통비를 포함해 약 20만원을 생활비로 썼지만 부모님을 돕느라 많을 땐 월 50만 원까지 집에 보내다 보니 수중에 남는 돈이 하나도 없었다. 결국 대출금은 전혀 줄이지 못했다.
다단계 조직의 유혹, 저축은행 대출 알선까지
그러던 2009년 2월, 중·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25여)가 오랜만에 연락을 해왔다. 한 번도 같은 반을 한 적 없는 친구였지만 타지 생활에 지쳐 있던 정씨는 고향 친구가 무척 반가웠다. 함께 만나 밥을 먹은 친구는 “서울 모 대학의 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컨설팅 관련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한 달에 300만 원 가까이 번다”고 자랑했다. 그리고 일자리가 나면 연락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일주일 쯤 지나서 그 친구가 “인턴 자리가 하나 났다”며 연락을 해왔다. 서울 신사동에 있는 회사인데 영어학원 프로그램을 파는 곳이라고 했다. 정씨는 일하던 학원에 휴가를 내고 그 회사로 찾아갔다. 마중 나온 친구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정씨 또래의 젊은이 20여 명이 미리 와 있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세 명씩 정해진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니까 직원이 예쁜 노트 하나를 주더라고요. 그리고 거기에 돈 벌면 뭘 하고 싶은지 써보래요. ‘부모님 여행 보내드리기’, ‘등록금 내 돈으로 내기’ 그런 것을 써내려갔어요. 눈물이 나더라고요. 잘만 하면 내가 집안을 일으킬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 쓰고 난 후에 직원 몇 명이 들어와서 자기네도 집안이 어려워 학비를 마련하느라 고생했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그 말에 공감이 되니까 마음이 뭉클하고, 동기부여가 됐어요.”
오전 교육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자 친구와 회사 직원 한 명이 정씨에게 따라 붙었다. 직원은 본격적으로 정씨에게 학원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한 뒤 ‘프로그램을 팔려면 먼저 체험을 해야 하니 300만 원을 내라’고 요구했다. 빨리 진급하려면 체험이 필수라는 말과 함께. 정씨가 돈이 없다고 하니 ‘돈은 빌릴 수 있다’며 곧바로 인근의 한 저축은행으로 데려 갔다.
저축은행 직원은 얼마가 필요한지만 물었고, 간단한 신원 조회를 거쳐 돈을 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이 없고 학자금 대출기록이 있어도 상관없다고 했다. 연체기록만 없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마침 정씨의 휴대전화 요금이 한 달 밀려 있었기 때문에 대출을 받지 못했고 정씨의 ‘취업’도 무산됐다.
“나중에 다른 친구들을 통해 들으니 그 회사가 불법 다단계 판매회사였다고 하더군요. 저를 소개했던 그 친구도 등록금 대출을 갚으려고 들어갔다가 300만 원 넘는 빚만 더 지고 나왔다고 해요.”
정씨는 그 때 만일 휴대전화요금이 연체되지 않았었다면 300만 원의 빚을 더 지게 됐을 것이고, 결국 서울 거여동과 마천동 일대에서 장기합숙하며 다단계판매를 한다는 ‘거마대학생’ 신세가 됐을지도 모르겠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등록금 빚을 갚으려다 자기도 모르는 새 범죄에 연루되거나 사채에 손을 댔다가 유흥업소 접대부로 끌려간 대학생들의 얘기도 멀지 않게 느껴지더라고.
정씨는 그 후 복학했다가 4학년 2학기 때 다시 휴학하고 1년간 커피숍, 편의점과 전단지 배포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학자금 이자와 생활비를 버는 우여곡절을 거친 뒤 지난해 가까스로 졸업했다. 하지만 4년간 빌린 학자금의 원금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일단 등록금이 너무 비싸요.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이자가 있으니 겨우 겨우 이자 갚다 수천만 원씩 빚을 안고 졸업하게 되죠. 취업도 잘 안되는데 말이에요. 우선은 등록금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 혜택을 늘렸으면 좋겠어요.”
편의점, 백화점 아르바이트로 보낸 대학 4년 "추억이 없어요"
충북의 한 사립대학을 내년 2월 졸업하는 최솔희(24여가명)씨도 학자금 대출 때문에 4년 내내 고생했다. 지난 4년간 대출받은 돈은 모두 2700여만 원. 첫 학기를 빼고 7학기 동안의 학비를 모두 대출로 충당했다. 한 학기 등록금은 320만 원 정도인데 때로는 생활자금까지 빌려야 했다. 집안 형편상 처음부터 대학 진학이 무리였기에 부모님께는 손을 벌리지 못했다.
정부 장학재단에서 대출해주는 학자금은 연 5% 내외의 저금리였지만, 원금 자체가 많다보니 매달 갚아야 하는 이자가 큰 부담이 됐다. 특히 2학년 때까진 거치기간을 1년으로 정해, 어떤 때는 한 달에 원금과 이자로 70만 원 정도를 갚아야 했다. 이 돈을 갚기 위해 평일엔 편의점에서, 주말엔 백화점 의류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시급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한 달 내내 일해도 수입은 60만~70만 원 수준이었다. 시험기간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도서관 대신 편의점에서, 책 대신 바코드 인식기를 들어야 했다.
공부를 잘 해서 장학금을 받고 싶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학원까지 다녀가면서 공부에 전념하는 친구들과 경쟁이 되지 않았다. 쥐꼬리만한 수입을 아무리 절약해도 빚을 갚는 게 힘이 부쳐 최씨는 3학년을 마치고 휴학했다. 1년 동안 닥치는 대로 일을 해서 1천만 원 가까이 쌓였던 대출금을 갚았다. 하지만 복학하려니 다시 빚을 낼 수밖에 없었다.
복학 후 두 학기 등록금에 생활비를 더해 900만 원 정도의 학자금을 추가로 대출받았다. 다행히 4학년 2학기가 시작된 지난 9월 자동차 부품 납품업체에 취직이 돼 월 150만 원의 수입을 갖게 됐다. 지난 세 달 동안 200만 원을 갚았고, 이제 700만 원 정도가 남았다. 지금처럼 꾸준히 갚아나가면 머지않아 대출금의 멍에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최씨는 빚에 쫓겨 공부도, 동아리 활동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졸업해야 하는 게 너무 서글프다고 한다.
“대학생활에 아무 추억이 없어요. 해외는커녕 국내여행 한 번 가보지 못했어요. 인턴도 해보고 싶었지만 못했고요. 기억에 남는 거라곤 백화점, 편의점 같은 곳에서 일할 때 겪은 일들뿐이에요.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에 진학했지만 대출금에 짓눌려 공부를 제대로 못한 게 너무 안타까워요.”
빚으로 쌓은 대학원 공부, 상환 부담에 결혼 꿈 못꿔
박지훈(27가명)씨도 돈 때문에 대학생활을 잃었다. 지난 2004년 지방의 한 사립대에 입학한 박씨는 아버지가 한 공립 초등학교 행정실에 근무한 덕에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무이자 학자금 대출을 받아 2학년 1학기까지 별 걱정 없이 공부했다. 그러다 2005년 9월 군에 입대했는데 박씨의 부모가 한 다단계업체의 횡령사건에 휘말려 투자금 3억원을 날리게 됐다. 박씨의 부모는 살던 집을 팔고 월세로 옮겼는데도 대출금 상환 독촉에 시달리는 신세가 됐다. 박씨는 제대하자마자 자취방 월세와 생활비 등을 벌기 위해 일터로 뛰어 들어야 했다.
2007년 12월부터 2010년 1월까지 박씨는 매 주말과 방학 때마다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유흥업소에서 웨이터로 일했다. 근무하는 날은 오후 5시에 출근해 아침 8시에 퇴근했다. 낮과 밤이 바뀐 탓에 일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었다. 방학 때면 하루 15시간 씩 한 달을 일해 약 200여만 원을 벌기도 했지만, 학기 중엔 주말에만 일할 수 있어 차비와 식비 등을 제하면 주당 10만 원 정도가 손에 들어왔다. 박씨는 이렇게 번 돈으로 자취방 월세 등 생활비를 해결했고, 수업 교재를 샀다. 빚을 갚느라 고생하는 부모님을 생각해서 몇 십만 원씩을 부쳐드리기도 했다. 숨 쉴 틈 없이 일했지만 대출금 원금까지 갚을 여유는 없었다.
졸업할 무렵이 되자 박씨는 회의에 빠졌다. 그래도 학기 동안 주중에는 열심히 학과 공부를 했지만 취업에 필요한 공인영어점수 등 이른바 ‘스펙’은 갖춰 놓은 게 없었다. 4년 동안 자기계발과 취미생활, 동아리 활동 등 대학 생활이라고 떠올릴 만한 추억이 하나도 없었다. 그 상태로는 직장을 얻기도 어렵고, 취업을 한다고 해도 후회가 될 것 같았다. 고민 끝에 박씨는 전문직의 발판이 될 수 있는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했다. 빚을 더 지더라도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공부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2010년 3월 대학원에 진학한 후 박씨는 4학기 동안의 등록금과 생활비 등을 시중은행과 한국장학재단 등에서 대출받았다. 대학 때 이미 대출받은 2400만원을 포함, 현재 박씨가 갚아야 할 돈은 총 3855만 원이다. 대학 때 대출받은 돈의 원금 상환은 내년 2월, 대학원 학자금의 원금 상환은 2013년에 시작된다. 내년 2월부터 매달 50만 원을 갚다가 2013년이 되면 매달 130만 원씩을 갚아야 한다.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박씨는 요즘 부쩍 초조한 마음이 든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에서 공학계열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민호(29가명)씨도 지금까지 대출받은 학자금이 6000만 원을 넘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부 때까지만 해도 아버지의 지원으로 걱정 없이 공부했지만 넉넉지 않은 형편에 곧 정년을 맞게 된 아버지에게 대학원 학비까지 의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 학기 7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지난 8학기 동안 모두 대출받았다.
전기신호처리를 전공하는 이씨는 석사과정 동안 한달 80만원, 박사과정 동안에는 월 200만 원 가량의 연구비를 학교에서 지원받아 왔다. 빚만 없다면 생활하고 연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현재 월 60만 원 가량의 대출금이자를 갚고 방세로 50만 원을 내고 나면 생활비와 자료구입비 등이 빠듯하고 때때로 마련해야 하는 해외학회 참가비가 막막해지기도 한다. 앞으로 학위를 받고 취업하기까지 생활을 꾸려가는 것도 문제지만, 취업을 해도 그 많은 원금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까마득하기만 하다. 이씨는 “친구들이 청첩장을 많이들 보내오지만 나는 연애도, 결혼도 꿈꿀 수가 없다”고 푸념했다.
세계 50위권 1인당소득에 등록금은 2위...학비 낮추고 대출조건 개선해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1년 교육지표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대학의 연평균 등록금은 구매력을 감안했을 때 전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등록금이 비싼 대신 장학금제도가 잘 구비돼 있어 가난한 학생들의 어려움이 우리나라보다 덜한 편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50위권인 우리나라가 대학 등록금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현실은 학비 때문에 공부를 포기하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빚에 시달리는 대학생을 양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6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연 이자가 최고 39%에 이르는 전국의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대학생 수가 5만 명, 이들이 빌린 돈이 794억6000만원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 2005년부터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학자금 대출이 필요한 학생에게 4.9%의 금리로 대출을 해주고 있지만 성적 등 제한조건이 있어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졸업 후 소득이 발생할 때 갚는 ‘든든 학자금대출’은 직전 학기에 12학점 이상 이수해야하고, B학점 이상의 성적이 돼야 한다. 상대평가로 치열한 학점 경쟁이 벌어지는 대학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좋은 성적을 받기 힘든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벽이 있는 셈이다. 대출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학생들은 눈물을 머금고 이자가 훨씬 비싼 은행이나 대부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다. 또 정부 학자금대출에 붙는 낮은 이자도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에게 큰 부담이다.
호주, 영국, 네덜란드 등의 학자금 대출 금리는 3% 미만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2% 이상 낮다. 네덜란드에서는 15년 상환 조건으로 학자금 대출을 해주는데 지난해 금리는 2.39%였다. 영국의 학자금 대출 금리는 매년 정부가 결정하는데 지난해 상반기에는 0%, 무이자였다. 선진국들은 대출 금리를 낮게 운영할 뿐 아니라 소득 수준에 따라 이자를 차등화해 저소득층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고 있다.
국공립대학이 적고 사립대학 위주인 우리나라의 대학구조도 학생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다. 2011년 대학 알리미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4년제 대학 194곳 중 사립대가 166개, 국립대가 26개, 공립대가 2개로 전체 대학 중 85%가 사립대학이다. 유럽의 경우 국공립대학이 더 많고 미국만 해도 주립대 등 공립대학 수가 전체의 30% 이상이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대학 교육까지 ‘국가의 책임’으로 규정해 재정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등의 경우 대학 학비가 무료고 프랑스, 독일 등은 지역에 따라 학비가 무료거나 연간 등록금이 우리 돈으로 수십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사립대 중심인 우리나라는 각 대학이 막대한 재단 적립금을 쌓아둔 채 등록금을 계속 올려도 정부가 규제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2007년부터 ‘반값 등록금’ 운동을 펼치고 있는 ‘등록금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등록금넷)’는 정부가 교육 예산을 대폭 확충해 학생들이 부담하는 등록금을 당장 내년부터 반값 수준으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 다른 시민단체들도 등록금을 일정 수준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등록금 상한제를 도입하고 사립대학의 재정 운용에 대한 감독을 통해 등록금 인하를 유도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학자금에 대한 이자를 없애고 취업 후 소득에 비례해서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 ‘등록금 후불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많은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학자금과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신대 강남훈(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대학등록금 정책은 정부가 등록금의 절반을 지원하고 나머지 절반은 후불제로 하는 영국식으로 바꿔가야 한다”며 “정부가 대학에 직접 재정을 지원함으로써 대학 개혁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등록금을 낮출 뿐 아니라 대학의 질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방송통신대 임재홍(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정책을 보면 국가나 지자체가 부담하는 공공보조금 비율이 22% 밖에 되지 않아 78%를 개인이 부담하는 꼴”이라며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서는 사립대 등록금의 절반 수준인 국공립대를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국공립대 비율이 낮고 그마저도 법인화를 통해 국가가 재정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며 “국공립대를 신설하거나 확충하고, 사립대를 준국공립화해서 국공립대 비율이 50%는 넘게해야 고등교육의 질이 향상되고 학생들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영 양호근 정혜정 기자 jiyeong8506@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