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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원으로 빌딩투자 해볼까?…부동산 공모펀드 ‘기지개’..
경제

천만원으로 빌딩투자 해볼까?…부동산 공모펀드 ‘기지개’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6/08/22 10:55


[뉴스프리존=온라인뉴스]지난달 19일 최소 가입액을 천만원으로 정해 개인투자자를 모집한 ‘하나티마크그랜드부동산투자신탁1호’는 순식간에 ‘완판’됐다. 가장 많은 금액을 배정받은 펀드 판매사였던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자 모집 1시간 만에 300억원어치를 다 팔아치웠다. 이에 200억원을 추가로 배정받았는데, 이도 당일에 전부 팔렸다. 사모투자가 주가 되는 부동산펀드 시장에 공모형 상품이 4년 만에 나타면서 개인투자자가 대거 몰린 것이다.

 

이는 하나자산운용이 서울 중구의 명동 인근에 자리잡은 티마크그랜드호텔 매입에 필요한 자금 2천억원의 일부인 690억원을 공모펀드 형식으로 조달하는 형태다. 유커가 몰리는 관광 중심지 건물을 호텔 운영사에 20년간 임대했기 때문에, 펀드 가입자들은 임대료 등 수익을 분기마다 배당금으로 지급받는다. 5년 뒤 건물을 매각해 원금을 상환하는데, 매각금액에 따라 추가 수익이나 원금 손실이 결정된다. 이 펀드 가입 금액의 96%가 1억원 이하였고 66%는 1천만~3천만원에 몰렸다. 개인들도 약간의 여유 자금만 있으면 ‘호텔용 빌딩’에 투자할 수 있었던 셈이다.

 

한국투자증권 쪽은 “임대료 수입을 고려할 때 연 5.5% 정도의 배당수익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가입 뒤 5년간 해지가 불가능하지만, 이내 증권시장에 상장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저금리에 상업용 부동산 투자 급증
부동산펀드 시장 6년만에 4배 팽창

 

 

빌딩매입 등에 대규모자금 동원 필요
공모펀드 모집은 자금계획 불확실해
부동산펀드 사모펀드 위주로 흘러가

 

 

올해 7월 4년 만에 공모펀드 등장
수백억 설정액 한시간 만에 ‘완판’
1천만~3천만원 개인투자자가 66%
금투업계, 개인투자 큰 수요 확인
하반기에 공모펀드 속속 출시 채비

 

 

저금리 시대 투자 대안 주목받지만
투자형태 따라 수익률 천차만별
투자금 중도회수 어려움도 주의해야

 

■ 저금리에 부동산펀드 시장 급팽창 부동산펀드란 자산의 50%를 초과하는 금액을 부동산 관련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부동산 직접투자는 웬만한 자산가가 아니고서야 개인 자금의 한계 때문에 아파트·단독주택 등 비교적 소규모 주거용 건물로 투자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동산펀드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오피스 건물 등 값비싼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 투자자 처지에선 비교적 적은 돈으로 대규모 상업용 건물에 투자할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금융투자협회 집계를 보면 공·사모를 합친 전체 부동산펀드 설정액 규모는 2009년말 11조2550억원에서 지난 8월17일 기준 41조3992억원으로 6년여 만에 4배 가까이 불어났다. 특히 저금리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2013년부터 유입금액이 연간 5조~6조원씩 늘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8월 현재만 해도 지난해 말(34조9386억원)보다 규모가 6조5천억원가량 불어났다.

 

부동산펀드의 급성장 배경은 저금리·저성장이다. 저금리로 예금은 물론 채권금리도 하락해 안전자산의 수익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주요국 국채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한국은 주식시장도 수익률이 신통찮다. 코스피지수가 수년간 1900~2100 박스권에서 오르락내리락만 거듭해왔다. 이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끈 게 주식·채권 외에 다양한 투자 대상에 투자하는 ‘대체투자’다. 한국은행 보고서를 보면 국내 대체투자 규모는 2015년말 260조3천억원으로 2006년말 61조4천억원에 견줘 4.2배 늘었다. 펀드를 통한 부동산 간접투자도 주요 대체투자 수단으로 볼 수 있다. 개인이 아파트 등을 사고파는 부동산 직접투자는 주로 매매차익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반면에, 부동산펀드는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수입 등을 통해 지속적·장기적 투자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상업용 부동산은 주거용 부동산에 비해 낮은 경기민감도, 안정적 수익 등이 부각되며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공모펀드, 개인 투자수요에 ‘꿈틀’ 최근 3년간 부동산펀드는 급격하게 몸집을 불려왔으나, 공모펀드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게 미미한 편이다. 지난 17일 기준 부동산 공모펀드 설정액은 1조87억원으로, 전체 부동산펀드 설정액(41조3992억원)의 2.4%에 불과했다. 부동산펀드 시장이 ‘뭉칫돈’을 지닌 전문 사모투자자나 기관투자자 위주로 운영되는 경향이 있었던 탓이다. 상업용 부동산 매입 계약을 맺으려면 일시에 수백억~수천억원대의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투자가치가 큰 부동산펀드를 모집한다 해도 불특정 다수가 얼마의 금액을 투자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공모형 펀드보다는 확실한 자금력을 지닌 몇몇 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모형 펀드가 성행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공모형 펀드 시장이 개화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 욕구와 수요가 충분히 감지됐기 때문이다. 저금리·저성장 상황에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은 개인이든 기관이든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 눈높이가 낮아졌다. 개인들이 예전엔 5%대 수익률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나,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안정적 수익을 올리려는 기관투자자들의 기조가 개인에게 확산되는 것으로 보인다. 운용사들이 부동산 공모 펀드를 하나둘 내놓는 배경이다”라고 짚었다.

 

지난달 사모펀드 형식이었지만 최소 가입액을 2억원으로 잡아 개인에게 투자 문호를 연 미래에셋증권의 ‘베트남 랜드마크72 자산유동화증권(ABS)’은 예비청약 이틀 만에 모집금액 2500억원을 다 채웠다. 이 상품은 미래에셋증권이 투자한 베트남 하노이 랜드마트72 빌딩에 대한 선순위대출채권(3000억원)의 일부를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한 것이다. 원금 손실 위험은 있지만 확정 이자수익률 4.5%가 제시됐다.

 

이처럼 기관투자자나 일부 자산가들의 전유물이던 부동산펀드 시장이 개인에게도 열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스테이트팜 오피스 빌딩’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현지 부동산개발사와 체결하고 이 빌딩의 임대수익을 기반으로 한 공모형 부동산펀드를 다음달에 선보일 예정이다. 신한금융투자도 이지스자산운용 등과 함께 서울 중구에 있는 ‘퍼시픽타워’(옛 올리브타워)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형 부동산펀드를 10월께 출시 목표로 입찰에 나섰다.

 

공모 펀드는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도 어느 정도 도입돼 있다. 우선 부동산펀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인 유동성 문제는 증권시장에 상장해 사고팔 수 있게 함으로써 어느 정도 해소된다. 부동산펀드는 투자 성격상 대개 수년간 중도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인데, 이를 공모펀드로 모집할 경우 반드시 상장하도록 돼 있어 투자금을 회수할 길이 완전히 막히지 않는다.

 

■ 평균수익률 5%?…투자 따라 천차만별 부동산펀드는 시장에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부동산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5% 정도이고 요즘 공모로 나오는 펀드의 기대수익률도 그 정도 선에서 제시된다. 하지만 개별 물건마다 투자가치의 차이가 크다 보니 평균 수익률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예를 들어 서울 광화문·강남·여의도 등 이른바 ‘목 좋은 곳’으로 임차인이 구해진 건물에 투자한 뒤 임대료를 주수익원으로 삼는 펀드라면 투자 위험은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임차인이 구해지지 않았거나, 증축 등 새단장(리모델링)을 거쳐 임차인을 구해야 하는 건물이라면 투자 위험은 좀더 커진다. 더욱이 인허가부터 시작하는 개발 단계에 투자하는 펀드라면 사업 좌초 문제 등 위험도가 상당한 편이다. 결국 평균 수익률보다는 투자 대상 건물의 입지, 노후 정도, 상권 분석 등을 투자자가 면밀하게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실시간으로 가격이 노출되는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적 투자자산과 달리 대형 부동산 가격은 수년에 한 번, 거래가 일어날 때만 확정되다 보니 ‘적정가격’에 대한 판단도 쉽지 않다. 최근 외국 부동산에 대한 간접투자도 늘고 있는데, 이런 경우 건물을 둘러싼 상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더욱 판단하기 힘들다. 게다가 오피스 공실률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경기는 물론 자산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 전망 같은 거시경제 상황도 살펴야 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부동산 가격은 실시간으로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해당 물건에 대한 정확한 가치평가를 내리기가 어렵다. 자산운용업계에도 부동산 전문가가 많은 편이 아니고, 부동산 경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부동산 침체 땐 원금회수 쉽지 않아 부동산펀드의 구조적 위험은 유동성 부족이다. 공모 펀드는 상장을 의무화해 유동성을 보완하지만, 주식·채권만큼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필요할 때 원하는 가격으로 팔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나 임대료 하락 등으로 인해 투자 수익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처분이 어려워 손실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 한국은행은 8월 발간한 ‘국내 대체투자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대체투자는 전통적 투자 대상에 비해 유동성이 낮고 투자위험이 높아 대내외 여건 급변에 따른 충격 발생 때 큰 폭의 손실이 우려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의 경우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경기 침체 영향으로 부동산 자산에서 -47.9%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손실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부동산 간접투자의 55.8%(2015년 9월 기준)가 쏠려 있는 오피스 빌딩 공실률이 상승하고 있어 수익률 하락이 예상되는 점도 위험요인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자료를 참조하면,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2009년초 6.5%에서 올해 2분기 13.4%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이에 따라 오피스 임대가격지수도 2013년 이후 지속적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내외 경기부진에 따른 기업들의 임차수요 위축, 공기업의 지방 이전, 공급 증가 등의 이유로 오피스 공실률이 상승 중이다. 공실률 상승은 임대료 하락을 불러 투자수익률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거시경제 상황을 보면 향후 미국이 금리인상 속도를 올릴 경우 자산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점도 위험요인이다. 저금리 기조 아래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실물경기와는 괴리된 상태에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자금이 풍부하게 들어왔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황세운 실장은 “수익률이 무조건 5%는 된다고 생각하고 투자해서는 안 된다. 환매가 어렵고, 시장이 침체되거나 매각에 실패할 경우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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