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읽는 좋은시 한 편
창 너머 마주친
팽팽하거나 시들었거나
힘겨운 두 세대의
얼굴들이 교차하는
구립도서관 열람실에서
책은 덮어놓은 채
유리창을 읽고 있자니
보이는 것은
소나무 가지와 전봇대의 몇 줄기 전선 그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하늘뿐
창틀에 기대어 졸다 꾸는 꿈속에
빛 바랜 사진처럼
턱을 괸 채
교실 창밖을 응시하는
한 소년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햇살이 눈부시거나
빗물이 흘러내리거나
때론 바람에 덜컹거리기도 하는
너른 창 너머
교정을 가로질러
줄지어 선 플라타너스 위로
한 없이 펼쳐진 텅빈 하늘
그 속에서 소년은
무얼 보고 있는 것일까
사십오년의 시공간을 넘어
어렴풋이 다가오는 팽팽한 얼굴
세월의 창 너머로
중년의 시든 사내를 바라보는
해맑은 눈빛
하늘 가득 가슴 가득
푸른 빛으로 번지는 소년의 꿈이 창에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