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야당·전문가 ‘책임회피 회고록’ 맹비난
ㆍ자원외교·4대강·한미 FTA “사실관계 다르다” 파장 확산
ㆍ해외 출장 한승수 전 총리는 전문 검토 후 입장 밝힐 듯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내용이 29일 경향신문 보도로 알려지자 야당과 관련 당사자, 전문가들은 이 전 대통령이 변명과 자화자찬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회고록 내용이 사실과 다른 일방적 주장이란 반발도 이어지면서 파장이 확산되는 기류다.
자원외교 국정조사특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의원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이 전 대통령이 야당의 자원외교 비판을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한 데 대해 “이 전 대통령은 아직도 자원외교와 관련한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은 ‘나는 모른다, 총리실이 한 일이다’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할 것이 아니라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나와 진실을 증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김성수 대변인은 “재임 당시에는 자원외교의 빛나는 성과를 역설했던 이 전 대통령이 국정조사를 앞두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으니 어처구니없다”고 비판했다. 또 “(4대강 사업을) 운하라고 했다가 강 살리기라고 했다가 이제는 재정투자라며 번번이 말을 바꾸는 이 전 대통령의 변명은 이제 조금도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의당 김제남 원내대변인은 “국정운영 실패 책임을 덮으려는 ‘구름 같은 회고’인 허언”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을 경제위기 극복의 대안인 양 포장하는 것은 헛된 주장”이라면서 “강바닥에 퍼부은 22조원의 혈세가 일부 토건마피아 등에게는 이득이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대다수의 국민과 우리 국토는 큰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블로그를 통해 “4대강 사업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결부시키는 것은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자기정당화”라며 “길가던 분견(糞犬)이 이 말 듣고 가가대소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비판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측은 회고록에 대표가 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섰다고 기술된 것에 대해 “FTA를 졸속으로 추진하면 안된다는 것이었지 FTA 자체를 반대한 게 아니다”라면서 “사실관계가 틀리다”고 반발했다.
노무현재단 오상호 사무처장은 이 전 대통령이 ‘쇠고기 협상 여지가 좁아진 것은 민주당 집권 때’라고 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두 번 만났고, 노 전 대통령이 쇠고기 협상을 카드로 활용하라고 하자 이 전 대통령은 ‘현명하십니다’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새정치연합 노영민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자원외교가 노무현 정부의 자원외교보다 회수율이 높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2014년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의한다고 되어 있는데 산업부 자료가 허위 데이터”라고 지적했다.
현재 유엔 회의 참석차 출장 중인 한승수 전 국무총리는 해외 자원개발 총괄지휘를 총리실이 맡았다는 부분에 대해 귀국 후 회고록 전문을 살펴본 후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한 측근을 통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