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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때 진로 탐색하는 '자유학기제' 늘린다지만…..
사회

중학교때 진로 탐색하는 '자유학기제' 늘린다지만…

박세미 기자 입력 2015/01/30 10:43
시골학교는 進路체험 할 곳이 없다

농협·경찰서·우체국밖에… 체험할 만한 곳, 모두 도시에
올해 시행하겠다며 예산未定

"우리 시골에선 애들 데리고 갈 데가 농협이나 경찰서, 우체국밖에 없어요. 서울 한번 가려고 해도 버스만 왕복 7~8시간을 타야 하고 버스 대절료만 100만원 넘게 나오니…."
 

올해 '자유학기제' 2년 차를 맞은 강원도 A중학교의 교무부장은 개학을 앞두고 진로 체험 활동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진로 탐색은 '자유학기제'의 주된 활동인데, 이것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교무부장은 "여건이 열악한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자유학기제를 신청했는데 현실과 이상은 달랐다"며 "진로 체험을 하려고 해도 갈 곳이 없어 겨우 동네 우체국에 갔고, 거기서도 뭘 해야 할지 몰라 전교생이 온종일 소인 찍는 봉사활동만 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교육부가 올해 업무 계획에서 발표한 '자유학기제 70% 시행'을 앞두고 일부 중학교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양질의 체험 시설이 대도시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시골 학교까지 자유학기제를 확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우린 갈 곳이 없다"

'자유학기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 교육 공약이다. 중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 한 학기 정도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자기 적성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보통 오전엔 교과 수업을 하고 오후엔 진로 탐색·동아리 활동을 한다. 교과 수업도 토론·실습·현장 체험 위주로 진행한다.
 

하지만 올해 자유학기제 70% 확대를 앞두고 교육 여건과 사회적 인프라가 열악한 일부 학교에서 "우린 도무지 갈 곳이 없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경북의 B중학교는 지난해 1학년 학생 23명을 데리고 경기도 분당의 진로체험센터를 찾았다가 낭패를 봤다. 버스 1대를 대절해 새벽 6시 출발했는데, 정작 체험 프로그램 2개만 하고 하루가 다 지나갔다. 교무부장 박모 교사는 "버스 대절료에 학생들 점심값, 센터 입장료까지 돈은 돈대로 들고 학생들이 얻은 건 별로 없었다"며 "안전 문제 때문에 수학여행도 못 가는 판에 아이들 데리고 이곳저곳 다니는 것도 솔직히 겁났다"고 했다.
 

전남 완도의 C중학교는 진로 체험을 포기하고 외부 강사를 초빙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C중학교 교사는 "외부 강사들을 초빙했지만 배 타고 와서 숙박까지 해야 하니 그것도 부담이 크다"며 "아이들은 갈수록 연예인, 법조인, 로봇 발명가 등 다양한 직업을 체험하기 원하는데 그런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예산도 안갯속

이런 지적이 잇따르자 교육부는 정부기관을 중심으로 '찾아가는 체험교실' 등 방문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농·산·어촌 학교에 이동 차량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법조인이나 기업인 등 아이들이 선호하는 직업인이 전국의 모든 중학교 수요를 전부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워낙 급작스럽게 제도를 확대하다 보니 예산도 안갯속이다. 현재 교육부는 학교 규모와 학생 수에 비례해 연구학교에는 3000만~4000만원, 희망학교에는 1000만~3000만원씩 지원한다. 올해 2230여개교로 확대될 경우 약 65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교육부는 "특별교부금으로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뚜렷한 예산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도농(都農) 격차는 물론 전국 각지의 사회적·교육적 여건을 먼저 검토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면서 서서히 시행해 나가야 제도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유학기제

중학교 교육과정 중 한 학기를 중간·기말시험을 치지 않고 토론·실습수업과 진로 탐색 활동 등을 하는 교육과정이다. 올해 전체 중학교의 70%가 실시하고, 내년에 전국 모든 중학교에 도입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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