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김현태기자] 박형규목사의 사망소식에 한달음으로 달려와 상주로 5일장을 치룬, 야권 개편의 한 축인 더불어민주당 손학규(사진) 전 상임고문이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내달 정계 복귀가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행선지는 여전히 묘연하다. 중도지대에서 집단세력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3당 체제로 인해 벌어진 ‘구인난’ 탓에 현실적 한계가 있다. 다음달 초 귀국하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손 전 고문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에서 지지층이 모여 ‘탈당론 대 제3지대론’을 두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지지자 중심으로 탈당론이 제기됐지만 더민주 평당원 신분을 유지한 채 당 밖에서 힘을 키워 정계 개편에 나서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이날 토론은 탈당에 대한 비판, 승산 없는 주류와의 싸움을 모두 피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한 것이다.
손 전 고문 측 관계자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평당원 신분을 유지한 채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자는 의견이 우세한 편”이라며 “민주당에 들어오기 전 만들었던 ‘선진평화연대’ 같은 개념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선진평화연대는 2007년 손 전 고문이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창립한 정치조직이다. 이후 열린우리당 탈당 세력과 중도통합민주당 탈당파, 시민사회 세력과 합쳐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대 국회에서 3당 구조가 등장하면서 인재를 찾기 어렵다. 야권 관계자는 “양당 체제에선 활용할 수 있는 야인(野人)이 많았다. 그러나 3당 체제에서 대부분 각 당에 소속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정 전 국회의장과의 연대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양측엔 ‘뿌리가 같은’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정 전 의장 측 관계자는 “양 극단을 배제하면 중간세력이 50%는 넘을 것이다. 손 전 고문과 정 전 의장 사이 통하는 것이 많아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을 방문 중인 정 전 의장이 다음달 3일 귀국한 뒤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다음달 초로 예견됐던 복귀 시기는 추석 이후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한 측근은 “복귀 시기는 추석 이후가 될 것”이라며 “복귀 형식과 메시지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계 복귀를 하더라도 한동안 신중한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친정체제’ 구축을 앞둔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나 총선에서 약진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달리 ‘기회’가 많지 않아서다. 다른 측근은 “손 전 고문에게 남은 총알은 한 발뿐이다. 장고가 거듭되는 건 그만큼 절박하다는 얘기”라며 “20대 총선에서 끝내 움직이지 못한 것도 주어진 기회가 단 한 번뿐이라는 현실인식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난 13일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독대했던 손 전 고문은 이날 제주에서 원희룡 제주지사와 조찬회동을 했다. 원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손 전 고문이) 추석이 지나면 칩거를 마치고 몸을 던지실 것 같은 느낌”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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