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앞으로 다가온 내달 2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58명인 여당 의원들의 투표로 승패가 결정되는 미니선거지만 그 결과에 따라 당과 청와대의 관계, 향후 여당의 정책기조, 더 나아가 차기 총선결과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경선이 진행될수록 당청관계와 정책 방향에 있어서 노선차이가 확연히 갈리고 있어 투표권을 가진 새누리당 의원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이주영 "당정 화합" vs 유승민 "당, 국정 중심서야"
원내대표에 출마한 이주영 의원은 전날(29일) 가진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여권결집을 이뤄야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우리 당은 당청 간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과감하게 대통령과 청와대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그간 정부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경쟁자 유승민 의원 진영에 대한 견제다. 유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과 오랫동안 같이 일해온 '원조 친박'이면서도 직언을 서슴치 않는 성향 때문에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했다. 유 의원이 원내대표가 맡으면 당청관계가 삐걱거릴 수 밖에 없고 그러면 당에 이로울 것이 없다는 논리다. 이 의원은 출마선언 때부터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면 당청 관계 조율의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과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손잡은 것도 이런 노선을 보다 확실해 하는 효과를 주고 있다.
유 의원 진영은 '할 말은 하는 여당'을 강조한다. 지난 27일 출마선언에서도 유 의원은 현실에 안주하여 이대로 간다면 누구도 (우리 당의) 내년 총선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며 "국민이 원하는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당이 정치의 중심, 국정운영의 중심에 서야한다"고 말했다. 연말정산 논란 등으로 청와대의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한 회의감이 팽배하면서 이런 주장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고하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 때 30% 벽이 허물어지는 등 급락하면서 지난 2년과 같은 '당청 관계'로는 내년 총선이 어렵다는 위기감이 여당 의원들 사이에 적지 않은 실정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연말정산 파동이 이번 원내대표 선거 판도를 사실상 바꿔 놨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 진영은 당선시 당청 관계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할말은 하겠지만 오랫동안 함께 해왔고 의리를 중시하는 유 의원의 성향으로 볼 때 청와대와의 관계도 잘 해나갈 수 있다는 반론이다.
◇이 "새 정책 보다 잘 마무리" VS 유 "국민편, 확실히 보여드릴 것"
누가 당선 되느냐에 따라 당청 관계 못지 않게 여당의 정책 향방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 의원은 "이미 나와 있는 정책들이 많아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 보다는 잘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고, 유 의원은 "경제·복지·노동·교육 등 민생 전반에 걸쳐서는 새누리당이 고통 받는 국민의 편에 서 있다는 확신을 드리겠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이 맡을 경우에는 여권이 추진하는 정책들이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유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정책 노선 자체에 변화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유 의원은 '사회적 경제' 논의를 주도하는 등 여권 내 손에 꼽히는 경제전문가이면서 개혁적 성향도 함께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미 구체적인 정책 사안에 대해서도 두 후보간에 성향차이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대표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이 의원측은 박 대통령의 공약 기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정책위의장 후보인 홍문종 의원은 "국민이 억울하거나 섭섭하지 않도록 정부와 잘 조율해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유 의원 측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실질적 증세를) 증세가 아니라고 하니 당의 모양새가 이상해지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증세 검토에 대해선 이 의원측이 좀 더 신중한 입장이고 유 의원측은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스탠스다. 유 의원은 "증세는 매우 어렵다"면서도, 여야간 합의를 전제로 "법인세·근로소득세·부가가치세 등을 백지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법인세 인상 등에 대해 "기업들이 어렵게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 출신의 한 여당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투표권이 있는 의원들의 내년 총선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순히 계파나 진영논리보다는 양 진영의 주장과 정책에 대한 개별 의원들의 분석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투표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