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김현태, 안데레사기자]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1년 전 추석 1위 주자들이 모두 당선됐다. 지난 2011년 추석 때 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전 대표가 34.6%로 1위에 올랐고, 야권에서 안철수 당시 서울대 교수가 16.9%,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4.6%,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4.5%로 격차가 있었다.
2007년 대선에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 1년 전 추석에서 대세론을 굳혔었다.
대선에서 변수가 많다고 하지만 1년 전 대세론을 이루게 되면 그만큼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선두주자군과 추격주자군 사이에 치열한 견제의 동력이 작동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내년은 대선이 있는 해지요. 그러다보니 이번 추석 밥상에 대화 주제로 많이 오르는게 '다음 대통령은 과연 누가 될까?'입니다. 최근 나온 여론조사를 보면 양강 구도가 뚜렷합니다. 어제(14일) 보도된 조사를 보겠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1.5%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로 14.8%였습니다. 그 뒤는 안철수, 박원순, 오세훈 순위이다.
먼저, 서울시장은 단순한 광역단체장이 아닙니다. 언제부턴가 대권으로 가는 1순위 코스였습니다. 서울시장 이명박이 청계천 신화를 바탕으로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게 대표적입니다. 폭넓은 국민적 인지도와 언론과 여론의 주목도는 대권경쟁에서 서울시장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의 상징입니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야의 유력 정치인들이 한결같이 서울시장에 노크하려는 이유는 뭘까요? 간단합니다. 그것은 바로 서울시장 경력을 징검다리 삼아서 차기 대권에 직행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명박에서 박원순까지’ 차기 대권 1순위 코스 ‘서울시장’
1995년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민선 서울시장은 모두 대권과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조순 서울시장, 고건 서울시장이 모두 대권 근처까지 갔다가 실패했다. 특히 고건은 서울시장 경력을 바탕으로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거쳐 노무현 대통령 탄핵시절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역임했을 정도였다. 이후 중도낙마하기는 했지만 고건의 경우 참여정부 시절 박근혜, 이명박과 더불어 빅3 차기 주자로 불릴 정도로 막강했다. 재선 서울시장을 거친 오세훈 역시 여권의 차기 잠룡 중 한 명이다. 현역 서울시장 박원순 역시 유력한 차기주자이다. 이명박의 성공코스에 이어 서울시장에서 대통령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치인이다.
서울시장이 된다는 것은 차기 대선에서 유력 주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경기지사와 비교해보면 더욱 명확하다. 서울시장 이명박 vs 경기지사 손학규, 서울시장 오세훈 vs 경기지사 김문수, 서울시장 박원순 vs 경기지사 남경필. 국민적 이목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서울시장이다. 경기지사는 상대적으로 뒤로 밀린다. 과거 김문수는 경기지사와 비교할 때 서울시장에 대한 지나친 언론의 관심에 대해 서운함을 표현하면서 “남태령(서울과 경기도의 경계) 고개가 그렇게 높을 줄 몰랐다”고 하소연했을 정도였다. 박원순이 서울시장이 아니라 아직 시민운동가의 길을 걷고 있었다면 아마 야권의 차기주자로 거론조차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서울시장의 자리는 막강하다.
이른바 큰 꿈을 꾸는 여야의 유력 정치인들은 대부분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여권에서는 홍준표, 이재오, 나경원, 원희룡, 정몽준, 김황식 등이 과거 서울시장 경선 또는 본선에 나섰다. 야권도 마찬가지였다. 강금실, 한명숙, 박영선 등은 물론 노회찬도 서울시장 출마를 주저하지 않았았다. 유력 차기주자인 안철수 역시 한때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했습니다. 현직 서울시장은 박원순이다. 그는 차기 대권 도전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서울시장을 거쳐 대통령에 오른 이명박의 성공신화를 재현할 수 있다. 반면 과거 오세훈처럼 대권은 고사하고 서울시장 자리를 라이벌 정당에 넘겨주면서 온갖 비난에 시달릴 수 있다. 박원순의 도박은 성공할 수 있을까?
대중 정치인 박원순의 위력, SNS 팔로어 200만
박원순은 단순한 서울시장이 아니다. 내공도 탄탄하고 스펙도 화려하다.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과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 등을 담당한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역사문제연구소 초대 이사장도 지냈다. 이후 1994년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시작으로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등을 주도한 대한민국 시민운동의 상징이다. 2000년 4월 16대 총선 당시에는 이른바 낙천낙선운동을 주도하면서 현실정치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박원순은 달랐다. 특히 박원순다움을 강조하는 생활정치는 정치공학에 찌든 여의도와는 다른 신선함을 안겨줬다. 재선 서울시장을 거치는 동안 업적도 상당하다. 서울시 재정적자 축소,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실현, 심야버스 운행 등 생활정치 달성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공영방송 NHK의 위송방송 채널에서 박원순을 세계 개성파 시장 4인 중 한 명으로 선정할 정도로 국제적으로도 유명세를 탔다. 유권자, 지지자들과의 소통도 합격점이다. 박원순은 국내 정치인 중 가장 많은 SNS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등을 포함하면 200만명이 넘는다.
서울시장 박원순이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대중 정치인으로 거듭난 것은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 때이다. 박원순은 심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메르스와의 준전시 상황을 선포했다. 사회 일각에서는 무책임하게 공포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늑장대응보다는 오히려 과잉대응이 낫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반대론자들은 선동에 가까운 포퓰리즘이라고 반대했지만 지지층에서는 ‘역시 박원순’이라는 갈채가 쏟아졌습니다. 대한민국 수장이 박원순이었다면 극심한 메르스 공포를 겪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호사다마일까요? 박원순의 정치인생은 이후 고비의 연속이다. 지난 6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가 최대 악재였다. 여권은 구의역 참사의 최종 책임자는 박원순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도 정부와 극한 충돌을 겪었다. 새누리당에서는 돈으로 표는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용산공원 개발을 놓고도 정부와 갈등이 적지 않다.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야권의 차기주자 박원순을 향한 여권의 맹공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다.
박원순은 한때 여야 차기 주자 지지율에서 1위를 기록한 적이 있었다. 지금 박원순 앞에는 반기문, 문재인, 안철수 등 이른바 빅3 후보가 버티고 있다. 상황은 쉽지 않지만 박원순은 대권을 향해 차근차근 내딛고 있다. 최근 방미 과정에서는 “내년 대선이 정말 중요하다. 어지럽고 도탄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는 정권교체가 답”이라며 차기 대선 출마에 대한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또 전국적 규모의 박원순 지지단체인 ‘희망새물결’이 공식 창립했다. 이달 말에는 도올 김용옥 교수와의 대담집을 출간하고 관훈클럽 토론회도 예정돼 있다. 다소 애매했던 대권도전 표현도 이때쯤이면 보다 분명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과 안철수 사이에서’ 깊어지는 박원순의 고민
박원순의 선택은 쉽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할 경우 문재인 대세론을 넘을 수 있을까? 국민의당이나 제3지대를 선택하는 것 역시 어렵다. 국민의당에는 사실상 본인을 서울시장으로 만들어줬다고도 할 수 있는 안철수가 버티고 있다. 제3지대 역시 야권의 차기주자 손학규가 이미 선점한 전략적 공간이다. 대권으로 가는 어떤 길을 선택하든 박원순에게는 하나같이 어려운 코스이다.
재미있는 것은 박원순의 연령대다. 박원순은 1956년생으로 내년 대선 국면에서 61세가 된다. 만약 이번 대선을 건너뛰고 차차기 대선에 나선다면 우리나이로 66세로 그렇게 늦은 것도 아니다. 박원순은 현존하는 정치인 중 SNS를 가장 잘 활용하면서 젊은층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자연인으로 66세는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 만약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한다면 준비된 대통령의 지위에 오를 수도 있다. 특히 서울시장 임기가 2022년 6월에 마무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선에서 전략적으로 한 템포 쉬어갈 수도 있다.
물론 서울시장 3선을 담보할 수 없다는 문제가 떠오른다. 재선 서울시장의 기득권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야권 안팎에서 무수한 도전에 시달릴 수 있다. 차라리 대권으로 직행하는 게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 20대 총선 이후 나타난 박원순의 언행을 종합해보면 그의 진심은 기약할 수 없는 차차기 대선보다는 차기 대선에서 모든 것을 거는 것으로 보여진다.
제3 지대론을 손학규로 보는이유?
야권에서는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계복귀가 제3지대론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이유가 되고 있다. 손 전 대표는 복귀의 명분이 불확실하다는 지적에도 "나라를 구하는데 죽음의 각오로 저를 던지겠다"(9월 2일 광주)고 선언하며 링 위에 뛰어들었다.
안철수 전 대표가 강진 토담집에 찾아가 독대하는 등 국민의당이 공개적인 구애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손 전 대표는 탈당하지 않고 더불어민주당의 당적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계복귀를 위한 메시지와 시점, 방식도 조율 중이다. 추석 직후인 20일 강진군수 초청으로 열리는 다산 정약용 강연회에서 구체적인 안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손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당분간 당원의 한 사람으로써 자연스럽게 활동하게 될 것이다.당의 미래를 위해 비판의 목소리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탈당이나 창당 대신에 가치를 공유하는 모임을 통해 중간지대를 규합한다는 구상도 손학규계 및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손학규계 의원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서 합리적 중도를 중심축으로 파이를 키워야 한다"며 "국민의당도 종국에는 자연스럽게 함께 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서도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전남 강진의 토담집에 머무는 손 전 대표를 찾아가는 등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이재오 전 의원도 늘푸른한국당을 만들어 세력화에 나선 상태이다.
여권 관계자는 "제3지대는 유력한 대선 주자들이 많은 야권보다는 오히려 여권에 유리한 시나리오이다. 현 상태로는 정권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간 지대를 끌어오기 위한 노력이 여권에서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3지대론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이미 국민의당이 총선을 통해 제3지대로서의 포지션을 가진 상황에서 외곽에서 세를 또다시 규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 국민의당은 "우리가 바로 제3지대"라며 손 전 대표, 정운찬 전 총리부터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들어오라 손짓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과거 어느 때 대선보다 합리적 중도층의 규합 요구가 있는 것은 맞지만 이미 그 포지션을 선점한 당이 있기 때문에 외곽에서 따로 제3지대가 만들어지기 힘들 것이다"며 회의적인 의견을 냈다.
손 전 대표가 가진 중도적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정계은퇴 번복 등의 내상을 입은 상황에서 세를 규합하기는 어렵다는 비관적 시선도 있다. 총선이나 지방선거 등 세력을 한번에 규합할 수 있는 이벤트도 마땅치 않다는 것도 문제이다.
제3지대론에 대해 기대와 회의적인 시선이 엇갈리는 가운데 여야 중간지대의 인물들이 정당의 외곽에서 어느정도 세를 규합할 수 있을지에 따라 제3지대론의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변수도 많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근 여론조사로 보면 제일 가까이 있는 게 안철수 전 대표, 야권에선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정도는 흐름만 타면 언제든 가능성 있는 후보로 분류된다.
여권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이거야 말로 추측이고 결국 내년 초가 되어봐야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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