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사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자신의 재임 중 박근혜 의원의 세종시 수정 반대는 정운찬 당시 총리가 대통령 후보로 부상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또 “선거구 개편이나 개헌 문제 등에 대해 의사를 표현할 기회가 언젠가 오리라 본다”면서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다”고 정치적 발언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청와대는 “유감”이라며 “박 대통령은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세종시를 관철하려 한 것”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이렇게 전·현직 대통령 간 갈등이 촉발되자 이 전 대통령은 참모진과 회의를 열어 “논쟁을 일으키자는 게 본래의 취지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다음 정부에 뭔가 가르쳐 줘야겠다는 진심이 우러나와 회고록을 냈다고 했다. 하지만 먼저 그럴 자격이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말 선정(善政)을 했는지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그의 5년은 실패의 기록으로 점철되어 있다. 당시 이명박 정부와 대립, 여당 내 야당이란 별명을 얻은 박근혜 의원이 야당보다 더 큰 인기를 얻고 대통령까지 된 사실이 말해주는 분명한 메시지는 당시 대통령이 국정을 잘못 이끌었다는 점이다. 이 전 대통령이 가르칠 것이 있다면, 자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반성문을 쓰는 일이다. 그가 박 대통령 비판으로 비교우위를 누릴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면 그건 착각이다. 그런다고 그의 실패는 잊혀지거나 가려지지 않는다.
시민은 요즘 전직 대통령이 준 고통을 상기해야 하는 괴로움에 현직 대통령이 안겨준 현실적 고통까지 더해지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20%대 지지율로 추락하자 갑자기 재래시장, 광주, 어린이집을 방문하며 이미지 관리에 나서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그런 눈요기 행사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믿지 않기 바란다. 정책 목표 하나 제대로 세우지도 못하고, 집행 과정에 혼선이 생기면 먼저 책임부터 떠넘기려는 무책임한 자세로는 지지를 회복할 수 없다.
같은 당의 전 대통령이 현 대통령을 겨냥한 회고록을 낸 것은 전직의 태도 문제와는 별개로 박 대통령이 그만큼 국정을 이끌 권위가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에 화부터 내기 전에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이 무엇인지 반성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 전 대통령으로 끝나지 않고 박 대통령으로 이어진 국정 무능에 시민들이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피폐해진 삶에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도 깊이 성찰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자세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렇게 한가하게 과거사 싸움은 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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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청와대와 ‘확전’ 긴급 진화
ㆍ김두우 “논쟁 의도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논란이 되고 있는 자신의 회고록과 관련해 “정치적 논란을 일으킬 발언들을 자제하라”고 참모들에게 말했다. 자신의 회고록을 두고 전·현 정권 충돌 양상까지 보이고 있는 데 대해 ‘확전’ 자제를 지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고록 집필을 총괄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1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논쟁을 일으키려고 회고록을 출간한 게 아니다”라며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참모진과 회의를 열어 논란 발언 자제를 지시했다고 한다.
김 전 수석은 “애초 그런 취지가 아닌데 말을 하다 보면 점점 나가니까 자꾸 앞서서 논란을 증폭시키는 것을 삼가라는 뜻”이라면서 “청와대에서도 이제 관련 발언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회고록 이상의 내용에 대해서 발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전 수석은 또 “외교·안보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잘 몰라서’라고 보도됐던데 이는 와전된 것”이라면서 “장차관 등이 대부분 교체됐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다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김 전 수석은 추가 회고록 출간 문제는 “이 전 대통령이 정치적인 일들, 정치에 대한 철학들에 대해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취지였지 지금 개헌이나 선거구제 개편 등에 대해 말할 거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렇게 하면 바로 정치개입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