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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미친게 아니야...세상이 그 사실을 알아야 해’..
문화

‘난 미친게 아니야...세상이 그 사실을 알아야 해’

안데레사 기자 sharp2290@gmail.com 입력 2016/09/22 13:44
국립극단, 연극 ‘나, 말볼리오’ 공연

사진제공/국립극단

[뉴스프리존=안데레사 기자]국립극단(예술감독 김윤철)은 오는 24일까지 윌리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영국문화원과과의 공동초청공연으로 팀 크라우치의 ‘나, 말볼리오’를 공연한다.


‘나, 말볼리오’는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십이야’의 등장인물  ‘말볼리아’를 주인공으로 한 팀 크라우치의 1인극으로, 원작 ‘십이야’에서 고지식하고 허영에 찬 성격 탓에 누구 하나 좋아하는 이 없는 말볼리아는 주변 인물들에게 속아 여주인공 올리비아에게 구애하다 결국 망신을 당한다.


그간 일상 속의 크고 작은 폭력과 그로 인해 생기는 의도치 않은 피해자들에게 주목해온 팀 크라우치는 이번 공연에서 말볼리오 역으로 ‘십이야’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원작 속에서는 고집불통인 성격 탓에 결국 주변 인물들에게 속아 망신을 당하는 역할이지만, 그는 이 ‘비호감’ 캐릭터를 통해 인간이 특별한 의도 없이 저지르는 비웃음이나 무시, 조롱이 때로는 다른 이를 파멸로 이르게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원작 속에서 그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던 ‘노란 양말’을 싣고 우스꽝스러운 차림새로 등장하는 말볼리오는 어리석은 행동과 과장된 슬랩스틱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뭔가 보여줄 게 있어”라는 대사를 끝으로 사라지는 말볼리오의 뒷 모습은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웃음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만든다. 팀 크라우치는 “셰익스피어의 극은 다양한 인간군상을 담고 있다”면서, “그 중 말볼리오는 질서와 무질서를 동시에 갖고 있는 인물”이라면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영국 연극계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인정받고 있는 그의 작품들의 규모는 작지만 매 공연마다 그만의 개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의  창작극 중 이 작품을 포함한 다수의 작품들은 관객들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대사가 반 이상을 차지한다.그는 관객을 직접 극 속의 인물로 끌어들이면서 무대와 객석 간에 세워진 ‘제 4의 벽’을 여지없이 허물지만, 극이 진행됨에 따라 관객이 알게 된 인물과 무대 위 팀 크라우치가 분한 인물 사이에 있었던 갈등관계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밝혀지면서 반전을 맞는다.


뺑소니 사건을 소재로 한 ‘An Oak Tree’, 국제적으로 성행하고 있는 불법 장기 이식을 다룬 ‘England’ 등 그는 자신의 작품들 속에 의도치 않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숨겨 두고 반전을 통해 그 충격과 여운을 극대화한다. 한 조각씩 맞춰지는 퍼즐처럼, 관객은 팀 크라우치의 대사와 극의 흐름 속에서 불편한 진실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팀 크라우치의 극에서는 언제나 인간이 부지불식간에 저지르는 도의적인 죄악과, 그로 인해 파멸을 맞은 피해자들을 만날 수 있다. 관객은 정신없이 웃다가 우리 사회에 숨겨져 있던 약자에 대한 진실을 마주한다.


안데레사 기자, sharp229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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