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편안한 시 한편
대추씨의 한 말씀
이웃집 키 높은 감나무
홍시 딴다고 사다리 놓고 매미채 들고 야단법석 조심조심인데
한뼘 앞뜰 그늘에도 우뚝 자란 대추나무야!
장대를 들어 때릴 수밖에 없으니,
참 매정한 천형이네.
후드득 후드득 우박처럼
아프게 떨어지는 운명이어도
조율이시, 젯상에서는 가운데 윗자리라.
달콤한 과육을 씹고 나니
야무진 씨앗이 유언처럼
한 마디 남기네.
만사 색깔 요란한 껍데기는 가라.
나는 죽어도 죽지않는 알맹이야!
대추알 같은 대한의 누이야, 신부야!
너른 치마폭 한가득 받아라.
ㅡ산경 2015.10.12, 2016.9.25 수정
ㅡ오늘 신나게 대추를 털었다. 지난 해보다 수확량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