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사망한 백남기(69)씨의 둘째 딸 백민주화씨는 1일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 열린 추모대회 단상에 올라 눈시울을 붉혔다.
[뉴스프리존= 김현태기자] “부검에 왜 동의 않냐는 말도 있지만 어느 자식이 고통 받던 아버지를 다시 수술대 위에 올려 정치적인 손에 훼손 시킬 수 있겠습니까” 지난해 시위 도중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은 뒤 그는 울먹이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법보다 위에 있는 것은 생명이라는 기본정신도 갖추지 못한 경찰의 물대포에 아버지를 잃었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는 자식으로서 감당할 몫이자 암울한 시대의 몫”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은 ‘우리가 백남기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강제부검 중단하라’, ‘부검 말고 특검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책임자 처벌과 부검 시도 중단 및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이날 백씨를 추모하고 부검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에는 백남기투쟁본부와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4ㆍ16연대 등 시민 3만여명(주최측 추산ㆍ경찰 추산 7,000명)이 모였다. 백남기투쟁본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현찬 가톨릭농민회 회장은 백씨에 대한 부검영장 발부에 대해 “물대포를 쏴 죽인 것도 분이 풀리지 않는데 이제는 시신을 난도질해도 되냐고 판사들에게 물었다”며 “시신에 절대 칼을 대지 못하도록 우리가 막고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도 “더 이상 세월호에서, 그리고 물대포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없도록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90개 중대 7,200명의 경력을 배치했다. 한 시간 반 가량 진행된 추모대회는 별다른 충돌 없이 조용하게 진행됐지만 대회가 끝나고 추모행렬이 백씨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아 쓰러진 종로구 르메이에르빌딩 앞 사거리로 향하려는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가로막혔고, 대치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분향소 확대 ▦진상규명 위한 특검 서명운동 동참 ▦추모 모금 동참 ▦경찰의 시신탈취 시도 시 서울대병원으로 집결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전 백남기투쟁본부는 “백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컵라면, 생수 등 시민들의 후원물품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며 “많은 후원물품으로 보관조차 어려워 다시 요청드릴 때까지 후원을 참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결국 이들은 더 이상 행진하지 못하고 대치가 벌어진 종각역 인근에서 추모제를 열었다. 이들은 백씨의 사진과 함께 ‘백남기님 편히 영면하십시오’라고 적힌 현수막을 설치한 뒤 헌화와 묵념을 이어갔다. 시민 강모(42)씨는 “바로 저 앞이 어르신이 쓰러진 곳인데 경찰 때문에 가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쉽다”며 “켕기는 것이 무엇이기에 추모하는 마음마저 막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헌화는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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