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비용>은 이명박 회고록에 대해 '본격 반박'하는 책이다. MB 회고록이 말하지 않은 'MB의 비용'에 대해 정리했다.
자원외교 회수율 114.8% vs 회수율 3.4%
이명박 회고록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자원외교'다. 이명박은 "눈에 보이는 전쟁보다 총성 없는 자원 전쟁이 더 무섭다"며 자원외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의 말만 들으면 자원외교는 성공적이다.
"우리 정부 시절 공기업이 해외 자원에 투자한 26조 원 중 4조 원은 이미 회수됐다. 2014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미래의 이자비용까지 감안한 현재가치로 환산된 향후 회수 예상액은 26조 원에 달한다. 총 회수 전망액은 30조 원으로 투자 대비 총회수율은 114.8퍼센트에 이른다"
MB의 비용 /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엮음/ 알마 펴냄<MB의 비용>은 360쪽의 분량 중 100쪽을 할애해 자원외교의 성과는 형편없다고 반박한다. 고기영 한신대 교수에 따르면, 에너지 공기업 3사는 MB정부 기간에 해외자원개발 신규 사업으로 60건의 사업에 총 29조 7092억 원을 투자했다. 2014년 6월 기준으로 이 중 1조 1275억 원을 회수하였고 회수율은 겨우 3.8%에 그쳤다.
"공기업 중 해외자원개발에 가장 앞장 선(10개 공기업 투자액의 57.3%) 석유공사는 2014년 6월 기준 17조 8940억 원을 투자해 겨우 6140억 원을 회수하는 데 그쳤다. 회수율은 3.4%다. 석유공사는 탐사, 개발단계 사업보다 생산단계에 있는 사업에 주로 투자했다. 즉 이들 투자는 개발과 거리가 먼 단순 '지분투자'다. 이미 생산하고 있는 기업에 투자한 것인데도 회수율은 고작 3.5%에 그쳤다"
"가스공사의 경우 2014년 6월 기준으로 9조 1972억 원을 투자해 약 5112억 원을 회수했다. 회수율은 5.6%다"
"석유공사와 달리 가스공사는 개발단계 사업에 주력했다. 개발단계는 본격적인 생산단계로 가기 위해 탐색과 준비를 하는 과정이다. 조심스럽게 접근하며 투자 규모도 크지 않다. 보통 서서히 투자를 늘려가는 패턴을 보인다"
"그러나 가스공사 사례들을 보면 투자액이 1억 달러가 넘는 대규모 투자가 여덟 건, 투자액이 10억 달러가 넘는 초대형 사업도 두 건(캐나다 혼리버, 호주 GLNG)이다. 서서히 투자금액을 늘려간 게 아니라 한 번에 거액의 자금을 투입했다. '묻지마 투자'가 대형 손실을 자초한 것이다. 개발단계 회수율이 말도 안 되게 낮은 이유는 개발사업 특성 때문이 아니라 리스크를 무시하고 한번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이해할 수 없는 투자를 해서 천문학적 손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광물공사는 어떨까."2014년 6월 기준으로, MB정부시기에 약 2조 6180억 원을 투자해 회수한 자금은 단돈 22억 뿐이다. 회수율은 0.08%다"
자원외교 평가 아직 이르다? 이미 실패했다
자원외교는 미래를 내다보는 사업인데, 너무 현재의 기준으로 비판하는 것은 아닐까? 이명박은 회고록에서 "자원 외교는 그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거쳐 나타나는 장기적인 사업"이라며 "퇴임한 지 2년도 안 된 상황에서 자원 외교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고기영 교수는 "이런 주장은 회수 기간이 길다는 자원개발 일반 속성에 비추어볼 때 그럴듯하게 들린다"며 회고록 내용을 정면 반박한다. 고 교수는 석유공사 투자를 사례로 든다. 회수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탐사 단계부터 투자하기 때문인데, 석유공사는 대부분 생산단계에서 투자했으므로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
천문학적 자금이 추가로 들어가야 하는 사업도 있다. 새정치연합 '국부유출 자원외교 진상조사위원회'는 "해외자원 개발 사업에 2018년까지 31조 원 이상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광물공사가 추진한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사업의 경우, 부도가 났을 때 1600억 원 정도 손해보고 손을 뗄 수 있었는데 사업을 지속하다 1조 4000억 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이명박은 회고록에서 "자원개발사업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을 기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MB의 비용>에는 온갖 비리의혹과 졸속으로 진행된 인수과정, 5일 만에 이루어진 경제성 평가, 내부평가기준과 절차를 무시한 각종 사업들이 등장한다.
자원외교로 인한 MB의 비용은 빚으로 남았다. 2014년 6월 기준 에너지 공기업의 부채는 161조 9400억 원으로, MB정부 이후 110조 400억 원이 늘어났다. 자원개발 주도한 에너지 3사는 MB정부 5년 동안 40조 원이 늘어났고, 그 후 2조원이 더 늘어나 42조원이 됐다. 공기업 부채의 상당부분은 '외화부채'였다.
4대강 22조는 아무것도 아냐! 아직 84조는 더 써야
이명박이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4대강이다. '5년 대통령이 100년을 내다봤다'는 자찬도 아끼지 않는다. 이명박은 4대강 사업을 통해 물을 확보하고(가뭄 해결) 수질을 개선시키며 홍수까지 예방하겠다며 그 성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2012년 5월부터 6월까지 전국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기록적인 가뭄이 찾아왔다. 그러나 충남, 전남, 전북지역 등 주요 농경지의 가뭄 피해는 전체의 0.5퍼센트 수준에 불과해 그 정도가 미미했던 것으로 판명됐다"
"가뭄 때면 흐름이 멈추고 군데군데 고인 물이 썩어 악취를 풍기던 4대강의 수위도 평년 갈수기 평균수위보다 1.7미터 높아졌다. 전국의 모내기 실적은 99.8퍼센트로 가뭄이 없던 2011년 봄보다도 오히려 0.6퍼센트 높아졌다. 2모작 논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논이 제때에 모내기를 마친 것이다. 과거 가뭄 때면 어김없이 하던 생활용수와 공업용수의 비상급수도 104년 만의 가뭄이라 불릴 정도로 심각한 봄 가뭄이 있었던 2012년에는 없었다"
"대가뭄이 끝나자 이번에는 태풍이 몰아닥쳤다. (중략) 그러나 2012년에는 낙동강 유역의 범람 피해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아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성과가 또 한 번 입증됐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홍수와 가뭄 등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데는 강바닥의 퇴적물을 파내는 준설작업과 함께 4대강에 설치된 16개의 '보'가 큰 역할을 했다"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4대강 공사가 끝나가던 2011년 하반기부터 2012년까지 집중호우와 대가뭄, 태풍 등 시험대를 거치며 대부분 과장됐음이 드러났다"
박창근 카톨릭관동대학교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환경부가 2013년 민주당 김경협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3년 4조 400억 원의 예산이 수질개선 사업에 투입될 얘정이다. 수질개선 사업비는 (4대강) 사업 착수 시점인 2009년 처음 3조원 대로 진입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박근혜 정부 취임 첫해부터 집권 5년간 수질관리 비용으로만 총 20조원이 넘게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4대강사업으로 하천의 수질이 악화되자 수자원공사는 댐에 저장된 물을 수질개선용으로 방류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은 연간 3230억 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홍수 예방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4대강 사업 전에 홍수 위험 지역이었던 곳을 살펴봐야 한다. (중략) 약 3,000킬로미터 길이의 국가하천 중에서 홍수예방을 위한 4대강사업의 준설구간은 686킬로미터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준설구간이 21세기 들어 홍수로 인한 범람 피해가 크게 발생하지 않은 구간이라는 점이다. 지난 10년 간 국가하천에서 발생한 홍수 피해액은 피해액 전체의 3.6%인데 4대강사업 구간에서는 전체의 0.2% 정도에 그쳤다"
"오히려 홍수 위험 지역은 4대강사업의 대상인 국가하천보다 지방하천이다. 불행히도 지방하천은 4대강 사업으로 홍수 위험이 더 커졌다. 4대강에 조성한 자전거길, 공원 등이 홍수 위험에 노출된 것은 물론이고 역행 침식으로 지방하천의 제방이 유실되고 교량이 붕괴됐다. (중략) 4대강사업 이전인 2008년 523억 원에 불과했던 홍수 피해금액은 2012년에는 4167억 원으로 여덟 배까지 늘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사업을 완료하면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물 문제를 거의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예산이 획기적으로 절약될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수자원 부문 예산을 4대강 사업이 끝난 2012년에 1조 3359억 원 편성해 하천 정비 사업을 추진했다"
이명박은 4대강 사업의 성과를 위해 '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치켜세운다."심지어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야권의 후보는 자신이 당선되면 한강 수중보를 철거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물론 그 후보는 당선이 된 후 시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파리를 관통하는 776킬로미터의 센 강에는 34개의 보와 갑문이 있다. 346킬로미터의 영국 템스 강에도 45개의 보와 갑문이 있다. 선진국의 강들과 비교해볼 때 4대강에 설치된 16개의 보는 결코 많은 것이 아니다"
반면 박창근 교수는 보 철거를 검토해야한다고 주장한다."급격한 수질 악화에 의한 녹조 발생으로 식수대란을 걱정해야할 지경이다.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은 하천에 설치한 보다. 보는 물을 고이게 하고 고인 물은 썩는 법이다"
"보 구조물은 오히려 홍수 위험을 증가시키고, 물을 고이게 해 수질을 악회시킨다. 4대강에 설치한 보들은 효용성은 없고 오히려 홍수 위험을 증가시키는 구조물이다. 파이핑 현상, 누수 현상 등 각종 부작용을 발생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비용이 지속적으로 들어갈 것이다. 보의 안전성은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4대강 사업 역시 수많은 비용을 남겼다. <MB의 비용>에 따르면 국토부가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건설사들이 담합을 통해 취한 부당이득은 1조 6635억 원, 농수산부 사업에서 건설사들이 담합으로 취한 이득은 2992억 원, 환경부 사업에 담합으로 취한 이득은 4844억 원, 훼손된 습지의 가치는 5조 8712억 원이다. 운하반대교수모임이 산정한 4대강사업의 연간 유지관리비는 5794억 원(국토부가 산정한 유지관리비는 1353억 원). 그 외에도 각종 추가 발생할 비용을 다 합치면 4대강 사업의 비용은 84조 원에 이른다.
부자감세로 경제 살려? 고용 안 늘었다
이명박은 최근 다시 도마 위에 오른 법인세 인하, 부자감세의 정당성을 역설한다."감세는 투자와 소비를 촉진시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세계적인 추세였다. 특히 세계 금융위기로 경기 부양이 시급한 상황에서 G20이 선택한 국제 공조 차원의 대응책이기도 했다. '부자 감세'라는 왜곡된 단순 논리로 치부될 일이 결코 아니었다"
<MB의 비용>은 법인세 인하의 효과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와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법인세 인하로 고용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국민들도 다 안다. 법인세 깍아주면 일자리가 생긴다고 했는데, 안 생겼다. 대기업은 돈 벌어 쌓아놓고 해외에나 눈 돌리고 국내 투자는 안 한다. 세금만 깍고 규제 풀어준다고 물건 살 가계에 돈이 없는데 국내투자가 이뤄지겠나"
"보유 부동산 100분위 현황을 보니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상위 1%가 소유한 부동산이 서울 면적의 다섯 배나 늘어났다. 공시가격 기준으로 보면 400조 원 이상이다. 5년 동안 세금 깎아주고 환율 방어도 해주고 임금은 적게 주고, 전기 깎아주고 해서 사내유보금이 쌓였는데 그 돈이 전부 다 '땅투기'로 쏠린 것이다"
"가계의 소득을 늘리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임금이다. 임금이 올라야한다. 그런데 이명박 경제의 특징이 임금 정체다. 김대중 정부나 참여정부 때도 외환위기, 카드위기 등이 있었지만 실질임금 증가율이 3.5% 수준은 됐다. 그런데 MB정부 때는 고작 0.2%였다"
위에 소개한 자원외교, 4대강, 부자감세는 <MB의 비용>에서 최근 가장 화제가 된 것들이다. <MB의 비용>은 이 외에도 롯데와 KT, 포스코 등에 주어진 각종 특혜, 원전 비리, 영부인의 한식세계화 사업 등의 비용을 파헤친다.
이명박은 지난해 12월 18일 측근들과 가진 만찬 자리에서 '국정조사 증인으로 출석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름 같은 이야기를 하고 그러나"고 답했다. 이명박 회고록에는 MB정부 시절 치적들에 관한 '구름 같은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뜬구름 같은 이야기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MB의 비용>과 같은 작업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