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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대원 2300명, 스트레스 장애 위험군에 시달려..
사회

소방대원 2300명, 스트레스 장애 위험군에 시달려

김현태 기자 입력 2016/10/13 07:45



[뉴스프리존= 김현태기자] 긴장으로 시작하는 하루 “긴급 환자를 이송하던 119구급차가 교통사고로 전복됐다는 무전을 받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봤던 망자가 쌍둥이 어린 친구들이었어요. 그 자리에서 즉사를 했는데 (시신을 수습하고) 다시 돌아와서 남은 식사를 하다가 '이게 뭐하는 거지'란 생각이 들었었어요." 기자가 만난 이 만난 소방관은 일을 열심히 할수록 우울하게 변한다고 토로했다.

많은 실제로 소방관들이 이같은 사고를 접한다.

붕괴 사고 현장에서 지난 3월,  소방대원들이 온 힘을 다해 무너진 벽을 들어올렸지만 시간과의 사투. 하지만 매몰자는 결국 숨졌다.

 '차바'의 피해 속에서 지난주 태풍 구조활동을 벌이던 소방대원이 안타깝게도 순직했고,  이렇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지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게 소방대원의 숙명이다. 이렇다 보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위험군에 들어있는 소방대원이 2300명을 넘는다.  하지만 이들의 정신건강을 관리해주는 시스템은 엉성하기만 하다.


전복된 차량에 탔던 소방관들이 자기 다리에서 피가 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살리려 안간힘을 다했다. 하지만 환자는 결국 운명을 달리했다. 그런데 이 구급차를 몰던 소방관은 어떻게 됐을까. 사이렌을 켜고 신호를 어겨 가며 환자를 신속히 옮기려 했던 그는 결국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11일 전북 전주 완산소방서 관계자는 안타까운 듯 말을 이었다. 전주 완산구 평화동의 8월 28일 오후 5시 17분, 한 사거리에서 행인 이모(54·여)씨가 시내버스에 치였다는 신고를 받은 이모(38) 소방관 등 구급대원 4명은 119구급차에 몸을 실었다.

3분 뒤인 오후 5시 20분 현장에 도착한 대원들은 이씨의 숨이 멈추기 직전임을 확인하고 사고 현장에서 2.7㎞ 정도 떨어진 예수병원으로 황급히 차를 몰았다.

이 소방관은 길을 양보하지 않는 차들을 피해 다급하게 차를 몰았고 병원을 800m 앞둔 사거리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좌회전을 했다. 1, 2차선에 있던 차는 구급차를 보고 급히 멈췄지만 3차선에 있던 스포티지 승용차가 구급차를 못 본 채 오른쪽 뒷바퀴를 들이받았다. 출동 8분 만인 오후 5시 25분쯤 구급차는 도로 한가운데서 전복됐다.

이 소방관은 무전으로 상황을 알렸고, 시민들의 도움으로 차에서 빠져나온 다른 대원들은 머리와 다리에 피를 흘리면서도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다른 구급차들이 수습을 위해 현장에 도착한 5분 뒤까지 응급조치는 계속됐지만, 이후 병원에 이송된 이씨는 사망 판정을 받았다.

대원들은 병원 치료를 받고 다시 정상 근무를 시작했지만 구급차를 운전했던 이 소방관은 경찰 수사를 받고 이달 초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긴급차량의 경우 경미한 교통사고는 면책이 되지만, 이번처럼 구급차와 충돌한 승용차에서 중상자가 발생하면 면책이 어려운 게 현행법의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 소방관의 동료는 “운전자 부주의라고 주장한다면 일정 부분 책임은 져야겠지만, 긴급 출동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소방차, 경찰차, 구급차 등을 운행하던 소방관이나 경찰관이 낸 교통사고는 2012년부터 4년간 한 해 평균 689건이다.

특히 구급차의 교통사고 건수는 2012년 159건에서 지난해 288건으로 81.1%나 늘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소방관 가운데 5.1%(395명)가 최근 2년간 교통사고 경험이 있고, 이 중 69.4%(274명)가 본인이 병원비를 부담하고 있었다.

경남의 한 소방관은 “응급 상황이니 어쩔 수 없이 중앙선을 넘거나 과속, 신호 위반을 해야 한다”며 “물론 내 부주의로 사고가 나면 책임을 져야겠지만 양보하지 않는 차를 피해 가거나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오다 생기는 사고까지 개인이 책임지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소방관은 “소방차를 뒤따라오며 레이스를 벌이거나 마이크로 양보를 부탁하는 방송을 하면 일부러 길을 막는 경우도 있다”며 “내 가족이 다쳤다는 생각으로 잠시 멈춰 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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