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한림원의 노벨위원회가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음유시인이자 대중가수인 밥딜런(Bob Dylan)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뉴스프리존= 김현태기자] 노벨문학상 측은 공식적으로 후보를 발표하지 않지만, 가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의 후보로 2008년부터 거론돼 화제를 모았다. 당시엔 최종 수상자는 프랑스의 르 클레지오였지만, 뛰어난 노래 가사로 수년째 후보가 된 밥 딜런도 주목할 만하다. 영국의 온라인 도박사이트 래드브로크스(www.ladbrokes.com)에서 수상자로 점쳐지는 이들에게 베팅을 하면서 이들이 흔히 후보자로 거론된다. 밥 딜런이 수상했을 경우 배당률은 200 대 1 정도. 수상 가능성이 낮은 만큼 높은 배당률을 자랑한다.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봐야 깨닫게 될까
흰 비둘기는 얼마나 많이 바다 위를 날아야 백사장에서 편히 쉴 수 있을까
전쟁의 포화가 얼마나 많이 휩쓸고 나서야 영원한 평화가 찾아올까
친구여, 그 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네” - 밥 딜런, ‘Blowin' in The Wind’ 중에서
꾸준한 관심은 밥 딜런(Bob Dylan)을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스웨덴 한림원의 노벨위원회가 반전과 평화, 저항과 자유를 노래한 미국의 싱어송 라이터, 노벨위원회는 음유시인이자 대중가수인 밥 딜런의 노멜문학상 수상 이유에 대해 “미국의 노래 전통 속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했다.”(“for having created new poetic expressions within the great American song tradition”)고 밝혔다.
실로 파격적이고 의외의 일이었다. 노벨문학상 116년 역사상 시나 소설 등 순수 문학 장르를 벗어나 대중 가수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사례가 없었기에 밥 딜런의 수상은 그래서 국내외적으로 파장을 불러일으키면서 심지어 논란이 일고 있기까지 하다. 노벨문학상 사상 116년 만에 최초로 문학 작가들을 제치고 노벨문학상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인 연세대 국문학과 정과리 교수조차도 14일 CBS라디오 프로그램,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한 10여 년 전부터 이미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지만 정말 (노벨 문학상을) 받을 줄은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정 교수는 “아무래도 일단 순수 문학이 아니니까 무의식적으로 제외하고 있었던 셈”이라며 “ 노벨상 위원회가 문학의 영역을 단순히 문학작품에서가 아니라, 문학이 들어나는 모든 문화적인 생산물들에서 그 문학을 찾겠다고 그 영역을 확대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략 12세기 전후로 해서 유럽에서는 투르바두르 투르베르라고 해서 음유시인들이 굉장히 많이 쏟아져 나왔고 결국 그 음유시인들이 사실상 오늘날 문학의 기본 토대를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본다면, 사실 밥 딜런은 음유시인의 전통을 충실히 이어받고 그걸 발전시킨 사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어느 시인이 ‘시적인 것은 어디에나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문학적이라고 하는 것은 문학작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표현할 때 그걸 감동적으로나 우리의 정신을 일깨우는 방식으로 표현하면 그게 다 문학적인 것일 수 있고, 그런 점에서 노래도 역시 그런 문학적인 정신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이번 노벨문학상의 결정은 이제까지의 문학서적을 잣대로 평가하던 전통적 방식을 탈피, 다른 장르인 대중음악과 가사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평가함으로써 노벨문학상 심사의 외연을 넓힌 것으로 보인다.
밥 딜런의 음악과 시 세계
‘Blowin' in The Wind’, ‘Knockin' On Heavens Door’, ‘Like A Rolling Stone’, ‘Visions Of Johanna’ 등에서 드러나는 그의 곡들은 밥 딜런의 시적인 은유와 상징으로 그의 가장 큰 문학적 무기다.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는 이미 밥 딜런의 노랫말을 연구하는 강좌가 있을 정도로 그에 대한 관심이 높으며, 다의적이고 문학적 향기와 철학적 메시지가 강한 그의 시와 음악에 대한 관심은 국내.외를 불문코 진행 중이다. 대중음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스타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천되고 있던 관계로 이번 노벨상 수상은 결코 새삼스런 일이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밥 딜런은 뮤지션으로 태생적인 오만함과 굴곡 많은 결혼생활이 말해주듯 고정적인 틀에서 벗어나 자유분방의 전형이었다. 그의 이러한 캐릭터는 1960년대 반전운동과 청년문화, 기성세대의 낡은 질서에 저항했던 청년 문화를 대표했다.
그런 점에서 노벨문학상의 후보에 오른 고은 시인도 일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고은 시인은 사회적인 메시지가 강한 시를 써왔고 그래서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케냐의 응구기와 시응오, 시리아의 아도니스 등과 함께 강력한 후보 중의 한 사람이었다.
밥 딜런은 그의 가사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거부하지만, 그의 두 번째 앨범 ‘프리윌링 밥 딜런’의 수록곡 ‘블로잉 인 더 윈드’에서 알 수 있듯이 전쟁에 대한 그의 분명한 반대의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1960년대 민권운동과 반전운동에서 저항정신을 대변했다.
씁쓸한 일이지만, 시중에서는 이번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들 두고 1만여 명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자료가 공개되어 충격을 주고 있는 이 땅의 이데올로기적 경직성과 사회적 폐쇄성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게 읽혀지고 있다.
밥 딜런의 앨범은 현재까지 약 1억 3천여 만 장이 팔렸고 11개의 그래미상,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엔 “팝 음악과 미국 문화에 깊은 영향”을 인정받아 퓰리처상도 수상했다. 2012년에는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최고의 영예인 자유의 메달을 수여받기도 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14일,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 수상 후, 첫 공연 무대인 13일(현지 시간)의 미국 라스베가스 코스모폴리탄 카지노 안에 있는 첼시 극장에서 1960년대 반전과 평화의 상징 곡인 '블로잉 인 더 윈드'를 열창하자 객석에서 특히 뜨거운 반응이 터져 나왔는데도 묵묵히 노래만 했다고 전하고 있다.
몇해 전부터 밥 딜런이 후보로 거론되면서, 노벨상 자격논란도 벌어졌다. 뛰어난 작사가이긴 하지만 과연 대중 음악 가사가 노벨 문학상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올해도 밥 딜런은 후보로 당당히 올랐다.
밥 딜런은 1960년대 미국 민주화 운동과 반전의 아이콘으로 전세계에 걸쳐 존경을 받는 음악가이다. 2005년에는 `구르는 돌처럼(Like A Rolling Stone)`의 가사 "아무 것도 없으면 잃을 것도 없다(When you got nothing, you got nothing to lose)"가 연방대법원 판결문에 인용돼 화제가 됐다. 그의 작품은 미국 고교와 대학에서 교과서로 널리 쓰이는 `노턴 인트로덕션 투 리처러처`(Norton Introduction to Literature)에 실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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