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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완성, 결국 檢 '용두사미' 롯데 수사..
사회

미완의 완성, 결국 檢 '용두사미' 롯데 수사

김현태 기자 입력 2016/10/19 20:14

[뉴스프리존= 김현태기자]  신격호 롯데그룹(94) 총괄회장과 신동빈(61) 회장 등 수사가 검찰이 19일, 4개월여에 걸친 그룹 차원의 경영 비리 의혹 수사는 마무리로 총수일가 5명을 한꺼번에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이날 신 회장과, 신 총괄회장, 신동주(62)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롯데 경영을 책임진 신 회장에게는 500억원대 횡령과 1천750억원대 배임 혐의가 적용됐고,  검찰 안팎에선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제2롯데월드 인허가 특혜 등 핵심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검찰은 신 전 부회장, 신 총괄회장의 '세번째 부인' 서미경(57)씨와 딸 신유미(33) 씨 등이 2005∼2016년 국내 롯데 계열사에 이사나 고문으로 이름만 올려놓고 508억원의 '공짜 급여'를 받아간 것으로 파악했다.

2004년 수사팀은 정책본부장에 오른 이후 국내 롯데 경영을 실질적으로 총괄한 신 회장이 다른 일가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경영권 승계 과정의 지지를 받고자 '공짜 급여' 지급을 총괄 지시했다고 판단해 횡령 책임을 물었다.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를 동원하는 등의 그룹이 서씨와 신 이사장이 운영하는 롯데시네마 매점에 778억원의 영업이익을 몰아준 행위와 부실화한  방법으로 471억원의 손해를 끼친 부분에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신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검찰은 지난달 법원은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그는 2006년 차명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를 서씨 모녀와 신 이사장이 지배하는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에 액면가에 넘기는 방식으로 증여를 받은 이들이 1천156억원의 증여세 납부를 회피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유미씨가 일본에 머무르면서 조사를 받지 않아 그와 관련한 조세포탈액 298억원 부분은 기소 중지했다.

검찰은 그룹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이들 3명의 포탈세액이 2천857억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일본 롯데홀딩스 측이 자료 제출에 협조하지 않아 일단 서씨와 신 이사장 등이 인정한 최소 금액으로 먼저 기소했다. 향후 한·일 국세청 공조를 통해 공소장을 변경할 계획이다.

또 서씨와 신 이사장이 운영한 롯데시네마 매점에 778억원의 수익을 몰아주도록 지시한 특경법상 배임 혐의, 2009년 비상장 주식을 계열사에 고가로 넘겨 회사에 94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도 범죄 사실에 포함됐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 전 부회장 역시 2005∼2015년 391억원의 '공짜 급여'를 받아간 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는 수년간 롯데건설, 롯데상사·호텔롯데 등 그룹 주요 계열사 7∼8곳에 등기이사로 이름만 올려놓고 급여 명목으로 400억여원을 수령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탈세와 횡령 등 혐의로 서씨와 신영자(74)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재판에 넘겨져 이번 수사로 기소된 총수일가는 모두 5명으로 늘어났다.

전문경영인 중에는 그룹 차원의 횡령·배임 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정책본부 지원실장을 지낸 채정병(65) 롯데카드 대표, 황각규(61) 정책본부 운영실장, 소진세(66)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이 불구속 기소됐다.

7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채널 재승인 정관계 로비를 주도한 것으로 의심받는 강현구(56) 롯데홈쇼핑 사장, 270억원대 세금 환급 소송 사기 및 일본 롯데물산 '통행세' 지급 의혹이 제기된 허수영(65) 롯데케미칼 사장 등도 재판에 넘겨졌다.


그리고 하도급 업체에 공사 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돌려받아 비자금 302억원을 조성해 대관 업무 등에 쓴 횡령 혐의로 이모(62) 전 롯데건설 대표, 법인자금으로 산 상품권을 유용하는 등 11억원대 횡령 혐의로 최모(59) 전 대홍기획 대표가 기소됐다.

개인 22명과 법인 2곳(롯데건설·롯데홈쇼핑)을 포함한 전체 기소 인원은 총 24명이며, 총수일가 5명을 제외하고 구속·불구속 기소된 그룹 정책본부 간부와 계열사 대표 등 전·현직 임직원은 모두 14명이다.

검찰은 "회사 자금 빼먹기, 계열사 불법 지원, 조세포탈 등 총체적 비리를 규명하고 책임 있는 총수일가 모두를 재판에 넘겼다"며 "적발된 범죄 금액이 3천755억원에 이르고 총수일가의 횡령성 이득액이 1천462억원에 달하는 심각한 수준의 기업 사유화 폐해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직후 롯데그룹은 이날 "오랫동안 심려를 끼쳐 죄송하고 향후 재판 과정에서 성실하게 소명하겠다"며 "롯데가 사회와 국가경제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앞으로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 수혜 기업으로 지목된 롯데 역시 이런 논란과 연결됐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성과가 좋지 않은 특별수사 대부분은 정치적 논란이 뒤따랐다"며 "충실한 내사를 토대로 수사 명분과 목표, 필요성을 명확히 해야 불필요한 논란을 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수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수사를 시작하며 '신속히 곪은 환부만 도려내겠다' '신속·정확한 수사로 특별수사의 모범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수사 장기화에 따른 재계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검찰은 애초 수사 기간을 3∼4개월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4개월 남짓한 기간은 최근 수사와 비교하면 비교적 짧은 축이다.

하지만 큰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빛을 잃었다. 오히려 짧은 시간에 제기된 의혹을 모두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는 사실만 새삼 확인했다. 한정된 기간에 그룹 전반을 수사하다가 '먼지털기식 수사'라는 역풍도 불렀다.

검찰 관계자는 "디지털 증거물 압수·분석에 피의자측 변호인을 참관시켜야 하는 등 기업 수사가 예전만큼 쉽지 않다"며 한계를 토로하기도 했다.

 "기존의 기업 수사 방식을 재검토할 시점"이라며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과거처럼 '털면 나온다'는 식의 관행적 수사를 벗어나 간결하게 치고 빠지는 효율적 기법을 연구·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잇따른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따른 수사 차질을 막기 위한 영장항고제 도입과 함께 참고인의 수사 비협조 등을 극복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주요 인물의 신병 확보에 실패해 비자금·로비 수사를 이어가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며 "수사팀 관계자는 다만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재벌기업의 고질적인 비리를 밝혀내 단죄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의미가 있는 수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kimht10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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