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년 전 7·30 보궐선거에서 경기 수원 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곧바로 정계 은퇴를 선언을 했었다가 기자회견을 열고, 2년 2개월 만에 정계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이유는 제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며 개헌 추진을 강조했다.
[뉴스프리존= 김현태기자] 오후 4시 국회 정론관에서 손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정치와 경제의 새판 짜기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이 일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 의원, 장관, 도지사, 당 대표를 하면서 얻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겠다. 당직(당적)도 버리겠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는 개헌 추진세력에 동참할 뜻을 강하게 시사했다. "87년 헌법 체제가 만든 제6공화국은 그 명운이 다 했다"며 "지난 30년 동안 조금씩 수렁에 빠지기 시작한 리더십은 이제 완전히 실종됐다"고 말했다.
이어 "제6공화국 체제에선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더이상 나라를 끌고 갈 수 없다"며 "이제 제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고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손 전대표는 "제가 무엇이 되겠다는, 꼭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도 없다"며 "명운이 다한 6공화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 저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해 개헌 추진을 전제로 대통령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손 전 대표는 정계복귀 연설 초반에 자신이 강진에서 저술한 책 '강진일기'를 직접 들어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마음으로 썼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손 전 대표는 앞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만나 공감대를 나눴으며, 김종인 전 대표 등 개헌론자들과도 활발히 접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손 전 대표는 외부의 활동은 자제하고 개헌 추진을 위해 전현직 의원들을 활발히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대표의 탈당과 개헌 추진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양당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야권 지형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끝으로 손 전 대표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 텅빈 제 등에 짐을 얹어주라"며 "제 7공화국을 열기 위해, 꺼져버린 경제성장의 엔진을 갈아 다시 시동을 걸기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만 보고 소 걸음으로 뚜벅뚜벅 걸어나아가겠다"고 진정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선언 내용 전문입니다.
[손학규 / 전 민주당 대표]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손학규입니다.
2년여 전 2014년 7월 31일 정치를 떠난다는 말씀을 드린 바로 그 자리에 다시 섰습니다.
그동안 저는 전라남도 강진 만덕산 자락에 있는 조그마한 토담집에 머무르면서 정치라는 짐을 내려놓고 저의 삶을 정리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마침 강진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면서 경세유표, 목민심서 등 나라와 백성을 위해 저술작업을 했던 곳입니다.
저도 나라를 위한 책 한 권쯤 쓰는 게 도리라는 생각이 들어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어느덧 강진살이가 두 해를 넘겼습니다. 다산의 18년 유배 생활에 비하면 제가 머문 시간은 너무나 짧고 수백 권의 책을 쓴 다산에 비교하는 것조차 부끄럽습니다.
저의 지난날을 되돌아보면서 다산에게 묻고 다산의 질문에 대답하는 상상의 대화를 끊임없이 나누었습니다. 다산의 눈으로 그리고 저의 가슴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바라보며 제 부족한 능력을 다해 겨우 완성한 작은 책, 나의 목민심서 강진일기를 송구한 마음으로 세상에 내놓습니다.
200여 년 전 다산 선생이 하신 말씀. 이 나라는 털끝 하나인들 병들지 않은 게 없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말 것이다. 제 가슴에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향한 경고로 울렸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무너져내리고 있습니다. 87년 헌법 체제가 만든 6공화국은 그 명운을 다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조금씩 수렁에 빠지기 시작한 리더십은 이제 완전히 실종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