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8월 소련에서 보수 쿠데타(흔히 8월 쿠데타)가 발생했다. KGB 위원장과 국방장관 등 공산당 보수 강경파가 당시 소련대통령이던 고르바초프의 개혁을 되돌리기 위해 무력을 동원한 것이다. 그 유명한 모스크바 시민들의 탱크 저지 등을 통해 쿠데타는 3일 만에 실패했고, 이는 급속하게 소련연방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한국 대학의 운동권에서 ‘정보부족’의 해프닝이었다고 자위하기에는 몹시도 민망한 일이 발생했다. 이 시대에 뒤떨어진 쿠데타를 지지하는 세력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몇몇 대학에서는 그렇게 대자보가 붙었고, 논평이 나오기도 했다. 또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운동권은 대체로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해 4월 명지대 강경대 열사가 시위 중 사망하는 등 한국은 군사정권의 연장선인 노태우 정부 말기였다. 레드컴플렉스가 심했던 만큼 마르크스-레닌주의는 민주세력의 이념적 지향 중 하나였다. 그러니 ‘우리(운동권-좌파-맑시즘)가 진보인데, 왜 소련에서는 좌파가 보수이고 자유주의세력이 개혁(진보)이지?’라는 모순에 처했던 것이다.
#이제는 상식이지만 보수-진보는 자본주의-사회주의의 구도와 일치하지 않는다. 기존 체제를 기준으로 빠른 변화를 원한다면 진보이고, 옛것의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고 천천히 변하겠다고 하면 보수인 것이다. 좌파-우파의 어원이 된 프랑스 혁명기의 자코뱅당과 지롱드당도 마찬가지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이념경쟁이 끝났다’며 역사의 종언을 선언한 지 26년이 지났지만 한국은 아직도 이념의 과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과를 반쪽으로 쪼개듯 ‘51 대 49’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정치영역은 물론 사회 전 분야에서 진영논리가 판을 친다. 잘 만든 영화도 이념의 잣대로 재단한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말이다.
#스포츠는 ‘정치적 중립’을 표방한다. 하지만 보수-진보의 구분이 한국과 외국이 다르듯 한국에서 스포츠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독재시절부터 3S에 속해 우민화 수단으로 비판을 받았다. 역으로 정통성에 문제가 있었던 과거 보수쪽 정치권력은 스포츠 진흥에 앞장섰다. 박정희는 자신의 부하들을 체육단체장으로 임명했고, 전두환은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을 앞두고 대기업에게 회장자리를 하나씩 할당했다. 그래서일까, 체육계는 현 집권여당을 지지하는 보수인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체육계 출신 정치인은 대부분 새누리당 소속인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2012년 대선 때 방열, 권채이 등 체육인 2,013명이 문재인 지지 선언을 할 때 “야권 후보에 대한 체육인들의 지지선언은 사실상 해방 후 처음”이라는 야당측 자평이 나오기도 했다. 대한민국 체육계의 보수쏠림 현상은 연극 영화 가요 등 예술계와는 사뭇 다른 까닭에 더욱 눈길을 끈다. 같은 문화의 우산 아래 있지만 체육은 유독 보수색이 짙은 것이다.
#지난 1월 서울시청이 소속 최고의 스타플레이어였던 ‘빙속여제’ 이상화와 결별한 반면 구설에 올랐던 정명훈 서울시향 감독과는 재계약을 맺었다. 서울시는 이상화에게 연봉과 훈련지원금을 합쳐 연간 1억 1,000만 원 정도를 지원했고, ‘세계 5대 지휘자’인 정명훈에게는 연봉 12억 원에, 그가 운영하는 기획사에 별도로 일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는 진보로 분류되는, 그리고 차기 대선에서 야당측 유력 대선후보로 꼽히는 박원순이 시장을 맡고 있다. 분야가 다른 까닭에 이상화와 정명훈을 비교하는 소모적인 논쟁은 피하고 싶다. 단 우리네 스포츠의 보수편향이 더욱 짙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골프 활성화를 표명하고, 골프계가 살짝 흥분돼 있기에 더욱 그렇다. 똑똑한 진보쪽 사람들, 스포츠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면 어떨까?
- 스포츠 스타의 수입= 실력+스타성
- 실력과 스타성을 갖춘 선수들의 예
- 베컴·조던·호나우두·메이웨더·우즈·김연아 등
- 스포츠도 경제 논리의 지배를 받는다
스포츠 스타들의 수입은 대체로 그 선수의 인기와 실력의 총합에 비례한다. 시장가치는 철저히 비즈니스 논리에 의해 책정된다. 실력은 기본, 여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상품성’이다. 해당 분야 최고의 선수가 아니더라도 인간적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매력과 스토리가 있으면 선수의 수입은 배가 될 수 있다.
데이비드 베컴(39)이 대표적인 예다. 베컴은 분명 전설적인 미드필더(MF)지만, 호나우두나 지네딘 지단처럼 시대를 지배한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베컴은 세계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며 축구선수 가운데 수입이 많기로 유명하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지난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은퇴한 베컴이 2013년 한 해 벌어들인 수입은 무려 3700만 달러에 이른다. 또렷한 이목구비로 전형적 조각미남형인 베컴은 현역시절부터 CF 모델로 각광받았다. 연봉 외 광고 수입 만해도 천문학적인 액수에 달했다.
부가 수입으로 따지면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51)이 최고봉이다. 현역시절 그는 연봉도 최고였다. 이전까지 실력과 업적에 비해 대단히 짠 연봉을 받았던 조던은 1996-1997시즌부터 엄청난 거액의 연봉을 받게 됐다. 이전 시즌까지 400만 달러 이하를 받던 그는 1996-1997시즌부터 2시즌 동안 매년 3000만 달러 이상을 받았다. 당시 환율 등을 고려해도 그의 연봉은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은 초고액이다.
그 시절 조던의 연간 수입은 한화 1400억 원에 이르렀다. 1998 프랑스 월드컵 당시 ‘축구황제’ 호나우두는 약 400억 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조던은 시그니처 농구화 에어조던 시리즈를 포함한 나이키 광고 수입 등으로 연봉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 들였다.
조던은 세 차례(1993, 1999, 2003년)나 은퇴했다. 아버지 피살과 동기 부족 등 이유도 드라마틱했다. 실력만으로도 역대 가장 압도적인 스포츠 스타로 꼽히는 조던은 스토리텔링과 상품성이 더해지면서 미국 경제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영향력을 갖추게 됐다. 1999년 1월 14일 2차 은퇴를 선언했을 때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조던이 현지 경제에 끼친 영향을 100억 달러로 추산했다. 조던이 은퇴한 직후 그가 모델로 활동하던 나이키, 맥도널드, 게토레이의 주식은 30%p 가량 떨어졌다는 얘기도 있다.
조던은 은퇴 후에도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 스타 목록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은퇴한 지 10년이 지난 2013년 그의 연간 수입은 9000만 달러로 조사됐다. 이는 FIFA 발롱도르를 수상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레알 마드리드)보다 1000만 달러 가량 많은 수입을 올린 것이다. 르브론 제임스(30·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리오넬 메시(27·바르셀로나)보다도 각각 1800만, 2500만 달러 가량 많은 금액이다.
현재 가장 많은 연간 수입을 올리고 있는 선수는 플로이드 메이웨더(37)다. 메이웨더는 광고수입이 없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대전료를 받고 있다. 메이웨더는 지난 1996년 프로 입문 후 47승(26KO승)으로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포브스 발표 자료에 따르면 그의 연간 수입은 1억500만 달러다. 그는 고작 72분(2경기)간 출전해 이 같은 거액을 벌어들였다. 1990년대 중후반 조던의 경기당(48분) 수입은 4억원선이었다. 조던과 비교해도 메이웨더의 시간당 수입은 압도적임을 알 수 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39)는 지난 2001년부터 2013년까지(2012년 제외, 3위) 수입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외도 사실이 알려진 후 서서히 수입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기준 그는 수입 6120만 달러로 이 부문 6위에 그쳤다. 전성기 시절 우즈의 시장가치는 조던 다음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외도, 성중독 등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으면서 광고 계약이 잇따라 해지됐다. 그 여파로 수입도 줄어들었다.
한국에서는 김연아(24)가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는 선수로 꼽힌다. 지난해 5월 은퇴 전 연간 수입은 163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세계 여성 스포츠 스타 가운데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실력도 압도적일뿐더러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내세운 피겨 종목의 특성, 피겨 불모지에서 탄생한 ‘피겨여왕’의 이미지, 여성스러운 외모 등은 김연아의 시장가치를 천정부지로 치솟게 했다. 그는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수차례 기부를 하면서 ‘기부여왕’이라는 수식어도 갖게 됐다.
스포츠 스타들의 수입은 철저히 경제 논리에 의해 매겨진다. 실력이 뛰어나도 매력적인 요소, 즉 스타성이 떨어지면 시장가치는 그다지 높지 않다. 반면 실력으로 해당 종목 최고가 아니라도 스타성이 뛰어난 선수는 부수입을 통해 많은 돈을 벌어 들일 수 있다. 광고주들은 선수들의 이미지와 스타성, 평판, 대중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모델 발탁 여부를 결정한다. 상품 홍보에 해가 되거나 그다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 같은 모델은 철저히 배제시킨다.
스포츠 스타들의 수입은 실력의 척도라기보다는 실력과 스타성의 총합이라 볼 수 있다. 낭만적일 것만 같은 스포츠에도 결국 철저한 경제적 논리가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