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밤기운이 차가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뜨거웠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성난 민심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29일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주최로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3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모여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쳤다.
29일 2시부터 본 집회 시작에 앞서 청계광장 일대에서는 ‘박근혜 하야 촉구’ 국민서명 운동이 전개됐다. ‘나와라 최순실 시민행동’은 “오늘부터 매일, 매주 박근혜 하야 국민서명 운동을 진행할 것”이라며 “오는 11월12일 청와대에 민의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2시부터 시작된 집회는 오후 6시 본집회가 시작되기도 전 청계광장은 모여든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민과 시민 사이에 갇혀 이동조차 불가능했다.
청계광장을 찾은 모두가 이날은 주최 측의 구호 선창을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주최자였다. 광장의 누군가가 “박근혜는 하야하라”를 선창하면 시민들도 “박근혜는 하야하라”고 제창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촛불집회 불참을 결정한 가운데, 정의당 노회찬 의원과 이재명 성남시장, 무소속 김종훈 의원은 이날 청계광장을 찾아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연단에선 노회찬 의원은 “대통령이 하야하면 국정 공백 사태가 오나”라고 반문하며 “대통령이 하야 안 해서 국정공백 사태가 오는 것 아닌가.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최소한 우선해야 할 것은 진실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시장은 대한민국헌법 제1조 1항으로 운을 떼고는 “대통령은 나라의 지배자가 아니라 국민을 대표해서 국민을 위해 일하는 머슴이요 대리인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존재가 국민이 맡긴 그 위대한 통치권한을 근본도 알 수 없는 무당 가족에게 통째로 던져버린걸 우리는 용서할 수 없다”며 “박근혜는 이미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를 잃었다. 박근혜는 이미 대통령이 아니다. 즉각 공식적 권력을 버리고 하야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세월호 유가족들도 함께했다. 단원고 희생자 故 임경빈 군의 엄마 전인숙 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존재하지도 않는 국가의 구조를 기다린 것”이라며 “박근혜가 그대로 있는 한 진실을 못 밝힌다”고 지적,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시민들은 광교에서 종각, 종로2가를 거쳐 인사동 북인사마당까지 행진했다. 일부 시민들은 종로구청사거리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 경찰과 대치중이다. 경찰은 방호벽과 차벽을 설치해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을 철저히 차단했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다음달 1일부터 민중총궐기 1주년 집회를 여는 12일까지 매일 저녁 집회를 여는 등 비상시국 행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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