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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칼럼]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칼럼]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6/11/12 06:30
원불교 문인협회 회장을 지낸 김덕권선생님의 칼럼 글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여이설화/驢耳說話>가 실려 있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로 알려진 신라 경문왕(景文王)의 얘기입니다. 여러분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하고 싶어 질 때 어떻게 하시나요? 갈대밭에 숨어서 일렁이는 바람에 날려 보낼까요? 아니면 광화문 광장에서 하야(下野)를 외치실까요? 세상에 영원히 묻힐 비밀은 없습니다.  
 
신라 제48대 경문왕은 귀가 유달리 컸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숨기고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철저하게 막고 있었지요. 왕의 의관을 만드는 복두장(服頭匠)은 이 비밀을 알고 있었지만 평생 아무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입이 근질거렸지만 목숨이 아까워 평생 참고 산 것입니다. 죽음이 가까워지게 돼서야 대나무밭에 들어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후 바람이 불 때마다 대나무밭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나 순식간에 그 소문이 퍼져 나갑니다. 왕은 화가 나서 대숲을 모조리 베어내고 산수유를 심게 했습니다. 그렇다고 비밀이 숨겨지고 진실이 묻혀 질까요? 그래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는 계속 들려옵니다. 이 이야기는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잠시 사람들을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세상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어떤 비밀도 언젠가는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요즘 ‘최순실 게이트’를 보고 이 세상에 영원한 비밀이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권력 주변의 내놓는 답변이 막무가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우병우와 안종범, 차은택 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들은 한 결 같이 모르쇠입니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관한 질문일수록 그렇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는 의심을 받는 최순실 씨의 인사개입, 전경련을 통한 미르-K스포츠 재단의 모금, 대통령 한복과 액세서리 제공 의혹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묵살해버렸습니다.  
 
우리는 긍정적 내용이면 다른 사람의 핀잔을 받으면서까지 기꺼이 공개하고 싶어 합니다. 그만큼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끄럽거나 비난받을 내용은 가능하면 다른 사람에게 감추려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요. 그래서 비밀을 지키는 데는 그만큼 정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그 댓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비밀은 그 순간, 아니면 단기적으로는 지켜낼 수 있을지 몰라도 오랫동안 지켜질 수는 없습니다. 시간이 문제이지 언젠가는 밝혀지게 돼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다양한 접촉방법과 전자통신수단이 발달한 개방된 사회에서는 비밀을 영원히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게이트에 연루 된 저들이 스스로 비밀을 밝히는 것이 어떨까요? 인간은 완전무결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부족한 점을 스스로 밝히고, 지금까지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모르쇠로 일관한 자물쇠를 열고 이제는 마음 편히 살아가면 어떨까요. 자신의 실수나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하고 겸손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존경스러운 것입니다.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일 것입니다.  
 
어느 고을에 신기한 당나귀가 있었습니다. 그 당나귀는 거짓말 하는 사람을 가려내는 신통한 능력을 가졌습니다. 고을 사또는 거짓말을 할성싶은 혐의자들을 당나귀 우리에 들어가게 합니다. “나는 여기서 당나귀 울음소리를 듣겠다. 네가 모른다, 아니다 등으로 거짓말을 하면, 당나귀는 내 귀에 들릴 만큼 크게 울어댈 것이니라.”  
 
한사코 아니다 라고 우기는 최순실 게이트의 인간들을 모조리 이 당나귀 우리에 집어넣으면 어떨까요? 사람들이 다 알고 지탄을 하는데 본인은 ‘하지 않았다, 그 태불릿 컴퓨터는 내 것이 아니다, 전혀 얼굴도 모른다.’ 등으로 일관하는 저자들을 당나귀 우리에 들여보내는 것입니다. 그럼 당나귀가 요란하게 울어댈 것입니다.  
 
당나귀의 비밀이 궁금하신가요? 사또는 당나귀 꼬리에 먹물을 묻혀둔 것입니다. 떳떳한 사람은 꼬리를 잡아 손에 먹물 흔적이 남게 됩니다. 그러나 거짓말쟁이는 사람은 아예 꼬리를 잡지 않았기에 손이 멀쩡한 것이지요.  
 
거짓말은 들통 나기 마련입니다. 요즘에는 심리생리 반응으로 거짓말에 대한 판정을 내립니다. 사람이 중요한 생각을 하거나 말을 할 때 교감신경이 활성화됩니다. 특히 거짓말을 할 때는 불안, 초조, 긴장상태가 지속되는데, 신체적으로는 변화가 옵니다. 동공이 커지고, 땀이 많이 나고,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박동이 불규칙적으로 빨라지고 거칠어집니다. 
 
지금 거짓말이 공중에 떠돌고 있습니다. “그 사람 이름도 언론을 통해서 처음 들어보는데, 그를 어떻게 알겠습니까!” “저는 태블릿 PC를 다룰 줄 모릅니다. 제 것이 아닙니다.” “차명계좌니 다른 사람 이름으로 된 땅이니, 그런 거 모릅니다.” “제가 굿을 해요?! 무슨 굿거리장단 같은 말씀을 하시나요?”  
 
강한 부정은 절대 긍정입니다. 진실은 하늘도 알고 땅도 압니다. 당나귀도 거짓말을 다 알아내는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니 그들은 하늘이 두렵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그 정도로 누렸으면 부끄러움을 알아야지요. 그 부끄러움에도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우치(愚癡)요, 둘은 나타난 과오만 부끄러워하는 외치(外癡)이며, 셋은 양심을 대조하여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내치(內癡)입니다.  
 
노자(老子)《도덕경(道德經)》53장에 <부끄러움을 아는 삶>에 대해 나옵니다.  
 
「나에게 작은 지혜라도 있다면/ 오직 대도(大道)의 길을 걷고/ 그 길에서 벗어나는 것만을 두려워하리라./ 대도의 길은 아주 평탄하고 곧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샛길을 좋아한다./ 이것이 정부는 타락하고/ 밭은 황폐하고/ 곳간은 텅 빈 이유이다./ 화려하게 입고/ 날카로운 검을 차며/ 물리도록 먹고 마시고/ 쓰고도 남을 재산을 모으는 것은/ 도둑과 같아지는 것이다./ 남을 희생시키는 이런 호사는/ 도둑이 물건을 훔치고 자랑하는 것과 같다./ 이는 도가 아니다.」  
 
이 세상에 비밀은 없습니다. 세상이 온통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쳐댑니다. 민심이 천심이고, 거친 파도는 거대한 배도 뒤엎을 수 있습니다. 오는 11월 12일 토요일 오후 광화문 광장의 성난 함성이 무척이나 걱정이 되네요! 

▲ 덕산 김덕권 선생, 원불교 문인협회 회장프로필 :

법명 김덕권 1940년생

원불교 여의도교당 고문

원불교 청운회장

원불교 문인협회장

원불교 모려회장

덕화만발 카페지기 역임

덕화만발 <덕인회 상임고문>

저서 : 진흙 속에 피는 꽃외 다수

단기 4349년, 불기 2560년, 서기 2016년, 원기 101년 11월 11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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