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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기고글] 글쓰기에 왕도는 없다..
오피니언

[독자의 기고글] 글쓰기에 왕도는 없다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6/11/25 06:58

글쓰기에 왕도는 없다 
 
어느 분이 물어오셨습니다. ‘덕산님은 어떻게 매일 글을 쓸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어 오셨지요. 글쎄요? 제 생각에 글쓰기에는 왕도(王道)가 없다는 것입니다. 저도 잘 쓰지 못하는 글이지만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시절 일기쓰기 실력으로 친구들의 연애편지 대필하는 정도의 실력이었지요. 그런 제가 원불교에 귀의하고 나서 우리 <여의도교당의 회보>의 편집장을 맡고나서부터였습니다. 1주일 마다 돌아오는 회보를 쓰기 위해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쓰고 또 썼습니다. 심지어 밤에 자면 꿈속에서까지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8년 6개월간을 <여의도교당회보>를 단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써왔습니다. 그 결과 제 2회 <원불교출판문화대상>도 받았고, <진흙 속에 피는 꽃>을 펴낸 작가도 되었습니다. 심지어 어느 동지는 마치 ‘거미 똥구멍’에서 거미줄을 뽑아내는 듯하다는 찬사도 했습니다. 
 
돈도 들이지 않고 글 잘 쓰는 방법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반드시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많이 읽지 않고는 좋은 글을 쓸 수 없습니다. 글쓰기에는 철칙(鐵則)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습니다.

글쓰기에 예외는 없습니다. 책 읽기는 밥 먹는 것과 같습니다. 먹지 않고 힘을 쓸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책을 읽고 덮는 순간 내용까지 잊어버린다고 하소연합니다. 잊어버리는 것은 기억력이 나빠서도, 머리가 나빠서도 아닙니다.
 
굳이 단어나 문장을 암기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읽고 잊어버리고, 다시 읽고 또 잊어버리고, 그렇게 다섯 번, 열 번을 반복하면 단어와 단어의 어울림, 문장과 문장의 연결이 저절로 뇌에 ‘입력’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글을 쓸 때 그 단어와 문장을 자기도 모르게 ‘출력’하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되는 것입니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일까요? 말로 읽어서 좋아야 잘 쓴 글입니다. 글을 쓸 때는 이 원리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글을 읽을 때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잘 쓴 글인 것입니다. 쓰고 또 쓰고 글이 말과 같이 자연스럽게 될 때 까지 쓰는 글이 좋은 글이 됩니다. 
 
셋째, 훌륭하게 잘 쓰려는 욕심을 버리는 것입니다.

좋은 글을 쓰려고 욕심을 부리면 부릴수록 나쁜 글이 될 뿐입니다. 지금은 컴퓨터 시대입니다. 더 이상 손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러나 주머니 속에 수첩 하나를 챙겨놓고 좋은 글이나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메모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메모한 것들을 시간이 날 때마다 문장을 만들고, 문단을 만들며 다듬어 보는 것입니다. 
 
넷째, 단문(短文)부터 쓰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뜻을 분명하게 전하는 데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단문은 복문(複文)보다 쓰기가 쉽습니다. 주어(主語)나 술어(述語) 관계가 하나뿐이어서 문장이 꼬일 위험이 없습니다. 보이는 것에서 시작해서 귀로 듣는 것을 거쳐 마음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하는 것을 적으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뭐든 많이 쓰는 것입니다. 
 
다섯째, 쓰는 이유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글을 잘 쓰려면 왜 쓰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입니다. 표현할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습니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하지 않을 런지요? 
 
여섯째, 글은 몸으로 쓰는 것입니다.
 
글은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닙니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입니다. 삶이 없다면 글을 쓸 수 없습니다. 기술만으로는 훌륭한 글을 쓰지 못합니다. 글 쓰는 방법을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내면에 표현할 가치가 있는 생각과 감정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일곱째, 글쓰기의 과정을 살펴봅니다.

일반적으로 글쓰기는 다음과 같은 절차에 따릅니다.

     1) 무엇을 쓸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2)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재료들을 수집 합니다.

     3) 그 재료들을 선택하고 정리해서 개요를 작성합니다.

     4) 그 개요를 바탕으로 글을 씁니다.

     5) 글이 마음에 들 때 까지 검토하고 수정합니다. 
 
좋은 글이란 쉽고, 짧고, 간단하고, 재미있는 글입니다. 멋 내려고 묘한 형용사 찾아 넣지 않아도 됩니다. 글맛은 저절로 우러나는 것입니다. 그런 글은 훌륭한 생각을 하고 사람다운 감정을 느끼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야 쓸 수 있습니다. 
 
글쓰기를 잘하려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아야 합니다. 무엇이 내게 이로운지 생각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해야 합니다.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원칙에 따라 행동할 수 있어야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좋은 말을 하면 할수록 더 좋은 말이 떠오릅니다. 좋은 글을 쓰면 쓸수록 그만큼 더 좋은 글이 나옵니다. 그러나 눈앞의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쌓아 두었다가는 잊어버리거나 쓸 시기를 놓쳐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좋은 말이 있어도 쓰지 않으면 그 말은 망각 속으로 사라지고 더 이상 좋은 말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나중에 할 말이 없어질까 두려워 말을 아끼고 참으면 점점 벙어리가 됩니다. 우리의 마음은 샘물과 같아서 퍼내면 퍼낸 만큼 고이게 마련입니다. 나쁜 글을 써서 세상에 내놓으면 더 나쁜 것이 쌓입니다. 그러나 좋은 글을 써서 세상에 내어 놓으면 세상은 조금 더 맑고 밝고 훈훈한 덕화만발의 낙원(樂園)이 되는 것이지요. 글쓰기에 왕도는 없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글쓰기의 일곱 가지 철칙을 지켜 나가면 우리는 누구나 글쓰기의 달인이 되지 않을 까요! 
 
단기 4349년, 불기 2560년, 서기 2016년, 원기 101년 11월 25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프로필 :

법명 김덕권 1940년생

원불교 여의도교당 고문

원불교 청운회장

원불교 문인협회장

원불교 모려회장

덕화만발 카페지기 역임

덕화만발 <덕인회 상임고문>

저서 : 진흙 속에 피는 꽃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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