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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칼럼]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칼럼]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6/11/28 08:43
원불교 문인협회 회장을 지낸 김덕권선생님의 칼럼 글

▲ 덕산 김덕권 선생, 원불교 문인협회 회장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가을이라 그런가요? 낙엽 지는 거리를 걷다가 문득 슬픔이 밀려오네요. 아마 행인의 발아래 마구 밟혀지는 낙엽의 신세가 얼마 있으면 낙조(落照)와 함께 사라질 저의 운명처럼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맑고 밝고 더 높아야 할 이 찬란한 계절의 가을 하늘이 잿빛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2016년 11월의 가을 하늘이 유난히 가을답지 못한 것은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를 너무나 슬프게 하고 못마땅하게 하는 데에서 오는 심리적 영향도 한몫을 차지하지 않았을까요? 그럼 지금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설 마 설마 하던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온통 거짓으로 얼룩져 마치 양파와 같이 까 도 까도 계속 터져 나오는 배신감 때문일 것입니다. 2014년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 박관천 행정관은 청와대의 권력지형에 대하여 “최순실씨가 1위이고 정윤회씨가 2위이고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때는 이 말을 믿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지요. 그러나 지금 이 말의 진실성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대통령,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의 억울한 옥살이, 그리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대통령의 마늘주사, 태반주사로 얼룩진 이 부조리한 시간들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304명의 채 피어나지도 않은 아이들과 시민들이 세월 호에 갇혀 어둡고 차가운 바다 속으로 수장되고 있는 데 나라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7시간 동안이나 어디로 사라지고 없었기에 아직도 그 행방을 얼버무리고 있는 것이 너무나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굿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성형수술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어느 날 갑자기 개성공단을 단칼에 폐쇄하고 철수 시킬 때, 그 때문에 사업체를 잃고, 투자비를 몽땅 날린 중소기업들의 피맺힌 절규가 계속되고 있는 데 대통령은 한 아낙네가 써준 원고를 읽는 것으로 세계 정상들을 만나고 나라 망신을 시키고 있는 것이 우리를 여간 슬프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때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이라 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 말을 믿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졌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보니 거짓말과 시치미 떼기, 말 바꾸기를 밥 먹듯 하는 불통의 대통령 모습에서 어찌 백성들이 슬픔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국정은 최순실에게 맡기고 최씨 집안의 민원해결사 노릇을 자처하며 기업들의 돈을 뜯고 청탁과 이권 밀어주는 데에 여념이 없던 그 대통령, 최순실이 시키는 것이라면 전쟁도 마다 않고 부정도 거절하지 못할 정도의 그 비정상의 혼이 우주의 기운으로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국정 농단의 벌거벗은 실체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성난 촛불이 삼천리강산에 넘실대고 있는 데도 대통령의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을 볼 때, 안쓰러움과 함께 우리를 여간 슬프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믿던 사람들마저 하나 둘 등을 돌리고 있네요. 그리고 호위무사들의 사표와 함께 국무위원들도 줄줄이 사의를 표하면 결국 내려올 수밖에 없는 대통령입니다. 그런데도 버티면 된다는 대통령의 입을 자처하는 여우같은 한 변호사의 사상누각 발언은 또 우리를 슬프게 함과 동시에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돈도 실력이니 니 부모를 원망하라”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막말, ‘박태환 · 김연아 불이익’ 이 나라 재벌들이 벌벌 떨면서 최순실 모녀에게 지불한 엄청난 돈 돈 돈, 어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이 이 뿐 이겠습니까?  
 
경제는 파탄 나고, 헬 조선을 부르짖는 청년들, 자살 율 세계 1위, 커져가는 빈부격차, 굳어지는 금 수저 논란, 영혼 없는 공무원들의 갑 질과 국민들을 개돼지로 보는 오만 등등, 이 모든 것들이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금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온 나라에 가득합니다. 삼포(三抛) 오포세대를 넘어 이제 엔(N)포세대가 우리를 또 슬프게 합니다. 돈 많은 부모한테서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자식들은 부모 재산을 물려받는다지만 더 많은 부모들은 흙수저도 물려줄 형편이 어려운 게 경제선진국 대한민국 현실 아닌가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을 삼포세대라고 하는 것은 이제 고전에 속한다고 합니다. 마침내는 학업, 취업, 정규직, 승진, 주택 등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이른바 엔(N)포세대! 지금 수많은 젊은이들을 절망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 슬픈 현실이 다 위정자들이 정치를 잘못한 탓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의로운 일에 굴곡과 고난이 많은 역사는 많을수록 만고(萬古)에 영예로운 것입니다. 그러나 옳지 못하게 환락에 젖었던 역사는 만고에 부끄러움만 남게 됩니다. 옛날에 신라의 이차돈(異次頓)은 부처님의 법음을 세상에 전하기 위하여 스스로 몸을 바쳐 이적(異蹟)으로 죄업중생을 제도 하셨습니다. 공중을 위 하여는 죽는 것도 이같이 아끼지 아니하는 것이 지도자와 공직자의자세입니다.  
 
그런데 하물며 나라를 이끄는 최고의 지도자가 한 쪽에 기울거나 사리사욕을 취한다면 그 나라는 마침내 멸망의 길을 재촉하는 것입니다. 교목세신(喬木世臣)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신이란 곧 대대로 나라를 받들어 나라와 운명을 같이할 중한 신하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나라가 망하면 나도 없어지고, 나라가 흥하면 나도 흥하는 것으로 알고 생명도 바칠만한 혈심의 인물이 다름 아닌 나라의 지도자이고 교목세신인 것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더욱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세를 믿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던 인사들이 하루아침에 모든 허물을 대통령에게 돌리고 저 혼자만 빠져나오려고 허우적대는 희대의 간신배들의 배신이 또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비록 대통령의 허물이 태산처럼 크다 하더라도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뒤집어쓰고 목을 매는 의리의 돌쇠 같은 자들이 하나만 있어도 우리를 이렇게 슬프게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지난 토요일 대통령 하야 궐기대회의 시위인원이 전국적으로 200만이 훨씬 넘는다고 합니다. 그 백성들의 함성을 이제는 더 거역하지 말고 대통령의 직에서 즉각 내려오면 좋겠습니다. 그나마 더 이상 우리를 슬프게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니까요!  

프로필 : 

법명 김덕권 1940년생

원불교 여의도교당 고문

원불교 청운회장

원불교 문인협회장

원불교 모려회장

덕화만발 카페지기 역임

덕화만발 <덕인회 상임고문>

저서 : 진흙 속에 피는 꽃외 다수
 
단기 4349년, 불기 2560년, 서기 2016년, 원기 101년 11월 28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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