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이적료', '지사 사퇴' 위기는 돌파…이번 만큼은 양상 달라
[연합통신넷= 서울 김현태기자] 사상 초유의 '언론 통제' 발언으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생애 3번째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2002년 '이적료 수령' 위기, 2009년 '도지사 사퇴' 위기와 달리 이번은 '정치적 결단'이 아닌 '사회인식 노출' 탓에 불거졌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동아투위 등은 9일 서울 종로구 이 후보자의 사무실 앞에서 사퇴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의 시계는 과연 어디를 가리키고 있느냐. 지금이 70년대 유신 독재 시절인가, 80년대 전두환 군부 독재 시절인가"라고 한탄했다.
한국기자협회도 성명을 내고 "이 후보자는 세치 혀의 가벼움이 국민을 얼마나 분노케 하는지를 무겁게 반성하라"고 비판했다.
야당도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무참히 짓밟는 반헌법적 인사가 청문회장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 "지위를 남용해 보도와 인사에 개입하려한 정황이 뚜렷한 만큼, 수사기관 개입도 검토돼야 한다"(정의당 김제남 원내대변인) 등으로 공세를 이어갔다.
이 후보자에 대한 각계의 비판은 최근 공개된 '언론 통제 발언 녹취록'에 기인한다. 지난달 말 일부 언론사 기자들과 식사 도중 이 후보자는 '(방송국에) 저 패널 막으라고 했더니, (해당 패널을) 빼더라', '내가 (각 언론사 간부들과) 다 관계가 있다. (내가 말하면 말단 기자는) 지가 죽는 것도 모른다' 등의 발언을 했는데 이 내용이 TV에 나왔다.
지난달 총리 지명 때만 해도 이 후보자에게 우호적이던 야당의 반응은, 이를 계기로 사실상 180도 바뀌었다. 심지어 여당 친화적인 보수 일간지들조차 일제히 사설을 통해 이 후보자의 언론관을 비난했다.
국회 관계자는 "병역 기피,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등 정형화돼 있는 흠결이 아니라, 이전에 없던 초대형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당도 함부로 봐주기 어렵게 된 것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정치적 위기는 이번이 사실상 3번째다. 앞선 2번의 위기는 이 후보자 본인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불거졌는데 결과적으로 재기에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은 이 후보자의 '기본 자질에 대한 의문'을 낳았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양상이 다르다.
첫번째는 2002년 10월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나라의 장래를 맡을 수 있는 책임정당"이라며 '자민련→한나라당'의 철새 행각을 벌이면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의 한나라당으로부터 '2억원 이적료'를 받아챙긴 게 문제가 됐다. 문제의 돈은 국민적 공분을 산 '차떼기' 불법 정치자금의 일부였기 때문에, 이 후보자는 범죄수익은닉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 후보자는 2007년 3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으면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무죄 판결의 이유는 '돈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정상적인 자금인 줄 알고 받았을 뿐 범죄의 고의성은 없었다'는 것이었다.
두번째는 충남도지사 재직 중이던 2009년 12월 '세종시 원안 고수'를 내세워 MB정권에 맞서면서 발생했다. 당시 청와대와 주류 친이계는 세종시를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아니라 교육과학중심도시로 만들자는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면서 야당과 충청권의 반발을 샀다. 이 후보자도 지사직을 던지는 정치적 결단을 선보였다.
이 탓에 MB정권에서 '미운 털'이 박혔고, 지역 일각에서도 '원안을 위해 투쟁할 시점에 사퇴하는 것은 무책임'이라고 비난당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특히 혈액암까지 발병하는 등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을 겪었지만, 2013년 상반기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재입성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