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10일 상견례를 겸한 청와대 회동 직후 "박 대통령이 증세없는 복지라는 말을 직접 한 적이 없다"는 전언이 사실인지 여부를 놓고 때아닌 진실게임이 벌어졌다.
[연합통신넷= 온라인팀기자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신임 유승민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과 회동했다. 새 원내지도부 선출 이후 상견례 성격의 자리였다.
그간 증세없는 복지 문제를 놓고 이견차를 노출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비주류 지도부는 이 자리에서 서로의 입장을 설명하고, 경제살리기에 최우선 가치를 둔다는 데에 당청간 차이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문제는 원유철 의장이 국회에서 브리핑을 하며 박 대통령이 회동에서 "한 번도 증세없는 복지라는 말을 직접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소개한 지점에서 발생했다.
원 의장은 "전체적으로 재정이 어려우니까 경제를 활성화시키자, 대통령 말씀은 선(先) 경제활성화 후 세금논의로 보면 된다"면서 "박 대통령은 한 번도 증세없는 복지란 말씀을 직접 하신 적이 없다고 하셨다는 것을 소개해올린다"고 공개했다.
이어 불과 두시간도 지나지 않아 유 원내대표가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원 의장의 발언을 거론, "내가 들은 바로는 박 대통령이 '증세없는 복지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 적은 없다"며 브리핑을 전면 번복했다.
원 의장도 유 원내대표의 공개발언 직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선 "대통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복지논쟁보다 경제활성화를 먼저 해야한다는 취지"라며 "내가 박 대통령의 풀워딩을 잘못 전달한 게 있다"며 한발 짝 물러섰다.
김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오가긴 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만 말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당 안팎에선 이와 관련해 '증세없는 복지'라는 표현 자체만 보면 언론 보도를 통해 만들어진 '조어'인 만큼, 박 대통령이 증세와 복지 문제에 대해 본인의 입장을 설명하고 새누리당 지도부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는 가운데 비슷한 취지의 대화가 오갈 수는 있지만 정확히 해당 발언은 없었던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지도부가 이미 기정사실화한 브리핑 내용을 사후적으로 굳이 뒤집을 필요까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사이에 모처럼 형성된 관계회복의 기회를 엉뚱하게 날려버리지 않기 위한 '몸조심' 차원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에 대해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을 향해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 '증세 없는 복지'가 아니었는가"라며 2012년 12월4일 대선후보 TV 토론 당시 박 대통령의 발언을 환기시키며 "문 후보의 질문에 답했던 것을 잊으신 것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증세는 국민 배신'이라고 해서 서민 마음에 불을 지르더니 오늘은 또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라며 "대통령의 영혼없는 말씀에 국민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며 박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 정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