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통신넷= 이진용기자] 이달 초 강한 반등세를 보였던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하순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지난달 일시적으로 1900을 밑돈 후 진행된 기술적 반등이 일단락됐다는 평가다. 당분간 대형주 위주의 코스피에 비해 중소형주 위주의 코스닥이 갖는 상대적 매력도 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57% 내린 1935.86으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1930선으로 밀린 것은 지난달 26일(1935.68) 이후 11거래일만이다. 코스피는 지난달 26일 이후 이달 4일까지 1.4% 올랐다가 악재성 대외변수의 잇따른 출현으로 반등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이날 경기민감업종의 낙폭이다. KRX(한국거래소) 조선섹터지수는 장 초반만 해도 전일 대비 2.64% 상승했지만 오후 들어 낙폭을 키웠고 결국 전일 대비 3.26% 하락마감했다. 장중 변동폭만 5.9%포인트에 달한다. 장중 2.6% 상승했던 대우조선해양이 6.6% 약세로 마감했고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도 하락반전으로 마감했다.
KRX 에너지화학 섹터지수도 장 초반 1.92% 올랐지만 마감시점 상승률은 0.03%에 불과했다. SK이노베이션, S-Oil 등 정유주와 LG화학, 금호석유, 롯데케미칼 등이 장 초반 강세에서 하락하거나 상승폭을 크게 줄인 채 마감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간 낙폭이 컸던 이들 조선·정유·화학 등 경기민감주의 경우 최근 유가반등에 따른 강세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사라졌다"며 "코스피의 기술적 반등도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 팀장은 "이날 장중 중국 CPI(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5년2개월래 최저점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들린 것도 한국증시에 대한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요인"이라며 "향후 중국의 유동성 확대 등 정책기대감이 생길 수 있겠지만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기업에 대한 투심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날 연기금이 900억원 가까이 순매수했고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1300억원에 불과했는데도 시장이 크게 밀렸다"며 "대외요인이 악화되면서 수급환경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 점도 코스피에는 불안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달 중순까지 예정돼 있는 유럽발 이벤트들이 시장변동성을 키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리스 채무협상 과정에서의 불협화음 관련 뉴스는 이미 지난해부터 충분히 예상한 변수임에도 미국 금리인상 이슈처럼 새로운 뉴스가 나올 때마다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 팀장은 "11일과 16일에 각각 EU(유럽연합) 재무장관회의에서 그리스 채무조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다"며 "유로존 구성국간 입장차가 평행선을 그리면서 그렉시트(그리스 유로존 탈퇴)에 대한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주 설 연휴를 앞둔 관망심리도 현재 코스피가 부진한 궤적을 그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정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120일 이평선(1969.10)을 넘지 못하고 60일 이동평균선(1940.46) 밑으로 밀렸다"며 "국제유가가 여전히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그렉시트 우려도 남은 데다 설 연휴 3거래일간 시장이 문을 닫는다는 점도 관망심리에 힘을 싣는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코스피가 단기간 내에 1900선을 하회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코스피 대비 코스닥시장의 상대적 강세가 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IBK투자증권의 서 팀장은 "그리스 채무협상 뿐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군사갈등 등 시장 안팎의 변수들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급구조가 취약한 데다 중국 등 글로벌 거시지표 부진을 감안할 때 코스피가 1900을 다시 하회하는 흐름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대우증권의 김 연구원도 "코스피가 이날 마감시간 직전부터 낙폭을 확대했던 것과 달리 코스닥은 장중 1.4% 내렸다가 낙폭을 0.13%로 대폭 줄였다"며 "전일 8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한 외국인이 다시 닷새만에 코스닥에서 순매수를 하는 등 움직임은 여전히 중소형주에 대한 매기가 살아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