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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충신과 간신..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 칼럼] 충신과 간신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6/12/10 12:16
원불교 문인협회 회장

▲ 덕산 김덕권 선생, 원불교 문인협회 회장충신과 간신 

 

요즘 나라가 보통 소란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왜 우리들이 피와 땀을 흘려 세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요? 한 마디로 대통령은 무능하고 간신들만 우굴 거리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유 민주 국가에서 이런 대통령이 나오게 만든 것은 국민의 책임이 아주 큽니다. 이제 이 혼란을 수습하고 새 역사를 써야 할 때가 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한 자들과 수십 년 간 친자매처럼 지내온 ‘비선실세’등이 줄줄이 구속되고, 대통령마저 쫓겨날 위기에 내몰린 현재의 청와대 모습을 지켜보면서 권력이 참으로 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충신(忠臣)과 간신(奸臣)’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간신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습니다. 그들은 개인의 영달을 위해 온갖 비열한 수단을 써서 군주의 눈을 가리고 수많은 인재들을 해쳤습니다. 급기야는 나라 자체를 멸망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었습니다. 천하를 통일한 진(秦)나라를 3대 만에 망하게 한 환관 조고, 황제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나라를 전란으로 몰아넣은 ‘십상시(十常侍)’ 등이 유명한 간신들이지요.  
 

왕 실장으로 불리며 청와대 비서실을 총지휘했던 김기춘은 최순실을 전혀 모른다고 잡아뗐습니다. 하지만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구속된 김종 전 문체부차관은 최순실을 김기춘의 소개로 알게 됐다고 검찰에서 말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시절 유신헌법 작성에 관여하고 노태우 정부시절 검찰총장을 지낸 김기춘은 지역감정 조장의 화신이기도 합니다. 지난 1992년 대선 때 부산경찰청장 등 기관장을 모아놓고 “우리가 남이가!”라며 지역 표 몰이에 나선 ‘초원 복 집’ 사건의 장본이지요.  
 

간신은 말을 잘 하고 거짓말에 능하며, 권력자의 속마음을 손바닥 보듯 파악하는 재주가 뛰어납니다. 군주의 신임을 한 몸에 받는 간신은 위장술에 능해 눈속임으로 부정을 가립니다.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김종, 차은택, 장시호, 안봉근, 이재만, 우병우, 김기춘 등이 이 정부에서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되거나 수사대상에 오른 이름들입니다. 아마 역사는 이들이 간신인지 충신인지를 가려낼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조선 숙종 때 당하관(堂下官) 벼슬에 있던 이관명이 암행어사가 되어 영남지방을 시찰한 뒤 돌아왔습니다. 숙종이 여러 고을의 민폐가 없는지 묻자 곧은 성품을 지닌 이관명은 사실대로 대답했습니다. 
 

“황공하오나 한 가지만 아뢰옵나이다. 통영에 소속된 섬 하나가 있는데, 무슨 일인지 대궐의 후궁 한 분의 소유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섬의 수탈이 어찌나 심한지 백성들의 궁핍을 차마 눈으로 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숙종은 화를 벌컥 내면서 책상을 내리쳤습니다.  
 

“과인이 그 조그만 섬 하나를 후궁에게 준 것이 그렇게도 불찰이란 말인가!” 갑자기 궐내의 분위기가 싸늘해졌습니다. 그러나 이관명은 조금도 굽히지 않고 다시 아뢰었습니다. “신은 어사로서 어명을 받들고 밖으로 나가 1년 동안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하의 지나친 행동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누구 하나 전하의 거친 행동을 막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러니 저를 비롯하여 이제껏 전하에게 직언하지 못한 대신들도 아울러 법으로 다스려주십시오.” 
 

숙종은 여러 신하 앞에서 창피를 당하자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곧 승지를 불러 전교를 쓰라고 명하였습니다. 신하들은 이관명에게 큰 벌이 내려질 것으로 알고 숨을 죽였습니다. “전 수의어사 이관명에게 부제학을 제수한다.” 숙종의 분부에 승지는 깜짝 놀라면서 교지를 써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숙종이 다시 명했습니다. “부제학 이관명에게 홍문제학을 제수한다.” 괴이하게 여기는 것은 승지만이 아니었습니다. 신하들은 저마다 웅성거렸습니다. 또다시 숙종은 승지에게 명을 내립니다. “홍문제학 이관명에게 예조참판을 제수한다.” 숙종은 이관명을 불러들여 말했습니다. “경의 간언으로 이제 과인의 잘못을 깨달았소. 앞으로도 그와 같은 신념으로 짐의 잘못을 바로잡아 나라를 태평하게 하시오.” 
 

어떻습니까? 권력 앞에서 그릇된 것을 그릇되다 말하는 이관명의 용기도 훌륭하지만 충직한 신하를 알아보는 숙종 임금의 안목이 얼마나 훌륭한가요? 정의를 외칠 수 있는 신하, 현자를 등용하는 대통령, 상식이 통하는 사회, 이것의 진정 우리가 꿈꾸는 세상 아닐까요?  
 

중국의 춘추시대(BC 722~BC 403)는 인간의 양심과 도덕이 극도로 타락하고 약육강식의 논리가 횡행했던 사회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회에서도 도덕적 양심과 지성을 가진 사람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제(齊)나라의 재상인 안영(晏 : BC ?~BC 500)입니다.  
 

그 안영의 일화 중 ‘부도덕한 임금 깨우치기’가 있습니다. 어느 때 혜성이 나타나서 불길한 징조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경공은 재화(災禍)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 신관(神官)으로 하여금 빌도록 했지요. 이때 안영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혜성이 나타나는 것은 이 세상의 부도덕한 자를 없애기 위함입니다. 만약 임금에게 부도덕함이 없을 것 같으면 임금이 기도드릴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임금에게 부도덕함이 있을 것 같으면 기도드려 봤자 혜성은 꿈쩍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즉, 임금이 부도덕한 일을 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경고하기 위해 나타난 조짐이 자연의 기변이라면, 신에게 기도드리기 전에 먼저 자신의 부도덕한 처사를 바로잡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안영의 생각이었지요. 그렇게 말함으로써 은연중에 임금의 도덕성을 경고한 안영은 정말 만고의 충신이고 명재상이 아닌가요?  
 

윗사람에게 아첨하여 ‘지당한 말씀입니다’라는 말을 연발하면서 부화뇌동만 능사로 하는 사람은 간신입니다. 결과적으로 윗사람을 망치고 자기도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군자는 조화롭게 하되 부화뇌동하지 아니하고, 소인은 부화뇌동하되 조화롭게 하지 않는다(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는 공자의 말씀처럼 원활한 인간관계, 평화로운 사회, 번영하는 국가를 지향하는 조화로운 신하가 진정한 충신이 아닐 까요!  
 

단기 4349년, 불기 2560년, 서기 2016년, 원기 101년 12월 9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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