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체류하며 세대원 옮겨 혜택 "제가 혈액암 걸려 제대로 못 챙겨"
강희철 회장, 땅 투기 의혹 관련 출석 "일일이 기억해야 하느냐… 여보세요"
[연합통신넷= 김현태기자] 11일 국회에서 열린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이틀째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재산 증식 과정 등을 둘러싼 의혹이 도마에 올랐지만 새로운 ‘한방’은 없었다. 이 후보자는 고지를 거부했던 차남의 재산 내역을 공개하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증인으로 출석한 이 후보자 지인의 성의 없는 답변 태도를 두고 여야 의원들이 공방을 벌이며 한때 소란이 일었다.
“‘입당 대가’로 타워팰리스 재산 증식” 의혹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재산 증식과 부동산 자금 출처 등에 대한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후보자는 박봉의 경찰 봉급으로 서울 강남의 대형아파트를 계속 불려갔는데 그 자금 출처가 명확하지 않다”며 “강남에서 생활하는 것도 돈이 많이 드는데 미국으로 유학을 간 자녀들의 유학비용 등에 대한 해명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2002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차떼기 대선 자금’ 사건 당시 입당 대가로 돈을 받아 타워팰리스를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대선 선거운동 차원의 자금 지원이었다고 비켜갔고, 관련 사건에 대한 1,2심에서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음을 강조했다. 이에 홍 의원이 저녁 청문회 들어 “무죄 판결을 받아서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거냐”고 따져 묻자 이 후보자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뭘 잘 했다고 고개를 들겠냐”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진선미 의원은 이 후보자 차남의 건강보험료 부정수급과 소득세 탈루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진 의원은 “이 후보자의 차남은 해외에 체류하면서도 부친과 형의 지역세대원으로 옮기며 3년 내내 거주자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며 “그런데도 1년만 건보료를 낸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국외소득에 관한 소득세도 내야 하는데 일부만 냈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개인적인 말을 해서 죄송하지만 당시 제가 혈액암에 걸려 사경을 헤매던 때라 챙기지 못했다”면서 “본인은 외국 로펌에 근무하고 있어 국내 제도를 잘 몰랐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독립생계를 이유로 고지를 거부했던 차남의 재산이 20억원대 증여받은 분당 토지, 예금 1,300만원, 대출 5,500만원 등이라고 공개했다.
“나이 많아서 기억 안 나”… 李 지인 발언 논란
이날 청문회에선 이 후보자의 경기 성남 분당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강희철 충청향우회 명예회장이 야당 의원을 무시하거나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강 회장은 이 후보자가 경찰에 몸 담았던 1980년대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이 후보자의 분당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투기라는 건 아파트가 들어오든지 지하철이 들어서든지 해야 하는데 그 땅은 그런 게 들어 올 만한 자리가 아니었다”며 이 후보자를 적극 두둔했다.
하지만 강 회장은 해당 토지 매입 시점과 이 후보자의 장모에게 되판 경위 등을 따져묻는 야당 의원들에게 “일일이 기억해야 되느냐”는 식의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해 질타를 받았다. 그는 특히 질의에 나선 진선미 의원을 향해 “젊은 의원님께선 모르겠지만 제 나이가 많아서 15년 전 일은 기억이 안 난다”고 했고, 질문 도중 “여보세요, 뭔 얘기 하는 거야 지금”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진 의원이 “야당 의원을 희화화하는 거냐”며 “모욕적이다”고 발끈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 후보자의 방패막이를 자처해온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이 “(강 회장이) 맞는 말 했네”라고 거드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강 회장은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야당 간사인 유성엽 새정치연합 의원이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강 증인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이 후보자를 총리 시키면 안되겠다고 말하지 않겠냐”고 강 회장의 답변 태도를 지적하자, 강 회장은 “충청 후보 나오는데 호남 사람이…”라고 맞받으며 순간 청문회장이 술렁였다. 전북 출신의 유 의원은 “형편 없다”며 발언 취소를 요구했고, 강 회장이 바로 사과하며 상황은 일단락 됐지만 험악해진 분위기는 한동안 가시지 않았다.
野, 청문회서 언론관 이어 부동산 자금 출처 등 집중 추궁… 문재인 "그냥 넘어갈 수 없어"
與, 낙마 땐 국정운영 빨간불… 野 반대 땐 단독으로… 충돌 예고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틀간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언론외압 녹취록 공개 등으로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야당이 ‘인준 불가’ 입장으로 기울었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이 23, 24일 인준 절차에 들어갈 것을 정식 제의한 만큼 설 연휴 이후까지 인준안이 표류하면서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자에 대해 “이미 두번에 걸친 총리 후보자 낙마가 있었고 이번이 세번째라 웬만하면 넘어가려 했으나 더 이상 그럴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특히 전날 공개된 언론외압 녹취록과 관련, “언론인들을 교수도 만들고 총장도 만든다며 회유하는 내용은 듣기만 해도 총리 후보자의 발언인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말했고, “‘김영란법’ 관련 발언은 정치인 모두를 부끄럽게 한다”고 질타했다. 문 대표 외에도 회의 참석자 대다수가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새정치연합은 12일 의원총회를 열어 최종 당론을 결정할 예정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인준 처리를 위해 배수진을 쳤다. 이 후보자까지 낙마할 경우 개각과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까지 늦춰지는 등 국정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합의한 의사일정대로 가야 한다”고 말했고, 유승민 원내대표도 “내일(12일) 오후 2시 여야 합의대로 표결 처리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인준안 처리 자체를 반대할 경우 12일 오전 청문경과보고서를 단독으로라도 채택하고 오후에 국회 본회의 표결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어서 총리 인준 처리를 놓고 여야간 충돌이 예상된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이틀째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부동산 매입자금의 출처 등을 집중 추궁했다. 홍종학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 후보자가 2002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차떼기 대선자금’ 사건 당시 입당 대가로 돈을 받아 서울 강남의 타워팰리스를 매입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홍 의원은 “당시 함께 입당했던 원유철(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의원이 1억8,000만원 수령 사실을 인정했다”며 “이 후보자도 비슷한 액수를 지원받았을 테고 그 시점이 바로 타워팰리스를 사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당시엔 전체 의원이 중앙당으로부터 5,000만원씩의 대선자금을 받아 이를 선거운동에 썼다”면서 “더욱이 그 사건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의 친동생이 구속된 충남 천안 청당지구 아파트 사업 인가 과정에 이 후보자가 개입됐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충남개발공사가 도청 이전 사업에 전념해야지 아파트 건설과 같은 다른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청와대가 인사를 다하고 총리를 형식적으로 만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의에 "총리를 그만 두겠다. 그만 두겠습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