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삼성서울병원
[뉴스프리존=심종완 기자]“딱히 아프거나 한 적도 없었는데, 난데없이 만성신부전이라고 하니 당황했어요. 더군다나 남편과 함께 아이를 기다려 왔는데...”
각각 한 살 터울로 태어난 이들 세 남매는 나병태(45).김은(43) 부부에게는 여느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들이다. 하지만 이들 부모는 자칫 세 남매를 아예 만나지 못할 뻔 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6년 11월. 이들 부부는 결혼 한 지 1년이 지나더라도 임신 소식이 없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가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김 씨가 만성신부전이라는 것으로. 큰 병원으로 가보란 말에 삼성서울병원에서 재차 검사를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1년여에 걸쳐 치료를 받았지만 이미 상당히 병이 진행됐던 탓에 이식 밖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다행히 당시 27살이던 남동생의 신장 기증으로 수술까지 할 수 있었지만, 김 씨는 못내 아쉬웠다.
“몸 상태가 예전과 달라졌고, 면역억제제 등 여러 약들을 먹어야 하는데 앞으로 어째야 하나 한숨만 나왔어요. 아기를 갖고 싶었는데 말이죠.”
장기 이식 후 임신은 쉽지 않다. 면역억제가 잘 돼야 하고, 이식받은 장기도 정상적으로 기능을 해야 가능하다.
대개 이식 후 1 ~ 2년이 지나서 임신을 시도한다. 임신에 성공하더라도 출산까지도 꾸준히 관리가 필요한 상황으로, 자칫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위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행운은 기적처럼 찾아왔다.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은 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치료와 건강관리에 집중하던 중, 수술 후 2년이 지나 첫 째 은서가 김 씨를 찾아왔다. 다행히 김 씨의 건강은 신장이식을 받기 전 보다 나아졌다. 2011년 은서 출산 후 3년에 걸쳐 예서, 준서가 새로운 가족이 됐다. 현재도 자전거를 타고 일을 다닌다. 아이들 역시 별탈없이 여느 아이들처럼 건강히 자라는 중이라고 한다.
김 씨는 “병을 알기 전 임신이 잘 안돼서 고민할 때와 달리 은서를 낳고 난 뒤 셋째까지 내리 임신하자 오히려 앞일이 까마득했다”면서, “모두의 노력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고 또 탄생까지 이어지게 됐으니 더욱 더 열심히 세 아이를 키우며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주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장기 기증은 생명을 잇는 소중한 기회이자 기부”라면서, “김은씨처럼 한 명의 기증이 한 사람을 살릴 뿐 아니라 더 많은 생명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종완 기자, litim@na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