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네이버에 댓글 9500개…"박통·전통 때 물고문했던 게 좋았던 듯"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판사가 익명성에 기대 그런 글을 올린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헌법은 판사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했고 판사는 그 권한을 무겁게 인식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통신넷= 김현태기자] 사이버 환경이 익명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법관으로서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법관윤리강령 2조는 “법관은 명예를 존중하고 품위를 유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는 “ ‘저런 판사에게 재판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게 하는 것이 문제”라며 “당연히 대법원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법원에 근무하는 ㄱ부장판사가 2008년부터 최근까지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에 단 댓글의 수는 발견된 것만 약 9500개에 이른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기사를 연결하고 글을 쓰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다음·네이버에서 기사를 읽고 댓글을 달았다. 남의 댓글을 반박하는 글을 달기도 했다. 하루에 10여개의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댓글의 상당 부분은 업무 시간 중에 작성됐다. 댓글 중 일부는 같은 글을 복사해 다른 아이디로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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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맡은 재판 기사에도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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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ㄱ부장판사가 쓴 댓글 가운데 자신이 선고한 판결이나 맡고 있는 사건에 관한 것도 있다.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피고인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뒤 관련 기사 댓글에 "1년6월이 가볍다고 다들 난린데 기사를 읽어보라"고 했다. 살인 혐의로 기소돼 자신에게 배당된 사건의 피고인에 대한 첫번째 공판 관련 기사에서 "보통 치정관계로 목졸라 살해하면 징역 10년이 선고된다"고 했다. 같은 피고인에게 "건전한 상식이 마비된 건 저런 살인마나 정치 중독자들이나(똑같다)"라고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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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적인 전라도 비하전라도 비하 등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댓글도 적지 않다. 최근 명동 '사채왕'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해 징계를 받은 최민호 판사와 관련한 기사엔 "전북 부안…"이라는 댓글을 달아 간접적으로 해당 지역을 비하했다. 실제로 최 판사는 그 지역의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삼성 직원의 '삼성 특검' 관련 증언에 관해서는 "너도 김용철 변호사처럼 뒤통수 호남 출신인가?", 안도현 시인의 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기사엔 "전라도에서 시민의 상식이란 새누리당에 대한 혐오감"이라고 썼다. 후보 매수 혐의로 기소된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3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는 기사엔 "(판사가) 전북 정읍 출신답게 눈치 잘 보고 매우 정치적인 판결을 했네요"라고 했다. 일부 누리꾼들이 호남 지역을 비하하며 사용하는 '전라디언'이라는 표현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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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에 편향된 인식유신독재나 권위주의 정권을 미화하거나 과거사에 편향된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서대필 사건의 피해자인 강기훈씨에 대해 "지가 무슨 민주화 인사쯤 되는 줄 착각하나보네. (생략) 배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맨 니 자신이나 탓하세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BBK 사건에 대해 누리꾼들이 비난 댓글을 달자 "이런 거 보면 박통, 전통 시절에 물고문, 전기고문했던 게 역시 좋았던 듯"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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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열한 표현 남발ㄱ부장판사의 댓글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표현은 '저능아' '도끼로 ×××을 쪼개야'이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촛불폭도'로 지칭한 뒤 기사 내용과는 상관없이 폭력적이거나 적대적인 내용의 댓글을 올린 경우가 많다. 집에 들어온 도둑을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에 대한 기사에는 "촛불폭도들도 그때 다 때려죽였어야 했는데 안타깝다", "도끼로 ×××을 쪼개기에도 시간이 아깝다"고 댓글을 달았다.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서 '증거조작' 문제가 불거지자 관련 기사에 "빨갱이 한 놈 잡는 데에 위조쯤 문제되겠나"라고 했다. 용산참사를 두고는 "실수로 집단 분신자살하면서 경찰 한 명 애꿎게 같이 죽은 사건"이라고 했다. 여름철 성범죄 증가 관련 기사에는 "미니스커트 입고 다니는 여자애들은 갑자기 차선 침범해 들어간 자기 차를 애써 피하려고 운전대를 돌리다 다른 차를 들이받고 사고가 난 차량을 보며 유유히 지 갈 길 가는 얄미운 운전자"라고 댓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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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상습 조롱ㄱ부장판사는 다수의 댓글에서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죽음이 노무현 전 대통령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기사에서는 "지금 청와대 주인이 노무현이었으면, 유족들의 연이은 비난과 항의에 고민하다 인천 바다에 투신하는 모습으로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줄 텐데 그게 좀 아쉽네"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