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한번 찾아뵙고 싶다" 제안에 孫 수락
(서울=연합) 송수경 송진원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주말인 오는 14일 전남 강진으로 내려가 지난해 7·30 수원 팔달 보궐선거 패배 직후 정계은퇴를 선언, 이곳에 낙향해 있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만날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이는 문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대탕평'을 내세운 뒤 이어온 통합 행보의 일환으로, 손 전 고문이 야권 내에서 갖고 있는 상징성이 여전히 작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읽힌다.
문 대표는 14일 호남을 방문, 광주 5·18 묘역을 참배한 뒤 강진으로 이동해 백련사 인근 산 중턱에 자리잡은 손 전 고문의 '토굴'(흙집)을 찾아 오찬을 함께 하기로 했다고 복수의 인사들이 전했다. 단독 회동으로 이뤄질 오찬은 백련사의 '점심 공양' 형식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는 당 대표 경선 기간 손 고문와 가까운 당내 인사를 통해 "당 대표에 당선되면 한 번 찾아뵙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했으며, 2·8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뒤 손 고문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고, 손 전 고문이 이에 응했다는 것이다.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밖으로는 국민통합 의지를 드러내고 안으로는 친노(친노무현)를 배제한 탕평 인사를 한데서 나아가 손 전 고문과 회동을 이어가며 통합 행보를 확장해가고 있는 것이다.
문 대표는 11일 단행한 2차 당직 인선에서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3선의 양승조 의원을 당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에 임명한 바 있어 이를 두고도 문 대표와 손 전 고문간 물밑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해석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각종 행사에서 만난 것을 빼고 두 사람이 따로 만나는 것은 당 대선 경선 후인 2012년 9월 이후 2년5개월여만이다.
두 사람은 당시 경선 과정에서 '라이벌'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드러낸 바 있어 이번 회동에는 '정치적 화해'라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손 고문이 경선 이후 당내 친노(친노무현) 그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 온데다 강진 칩거 후 정치인들과의 접촉을 자제해왔다는 점에서 손 고문이 이번 회동 제안을 수락한 것을 두고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있다.
문 대표는 이번 전대에서 경쟁했던 박지원, 이인영 후보와 조만간 만나 협력을 요청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문 대표의 호남행(行)에는 전대 과정에 낙담한 야권의 전통적 지지층을 끌어안으면서 전대 후유증을 조기에 씻어내기 위한 텃밭 달래기 차원도 깔려 있어 보인다. 문 대표는 세월호 참사 4·16 가족협의회가 꾸린 도보행진단이 진도에 도착하는 이날, 손 고문과의 만남 뒤에는 진도를 방문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