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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최순실 만나러 구치소까지,. 아무것도 몰라..
정치

국정농단, 최순실 만나러 구치소까지,. 아무것도 몰라

김현태 기자 입력 2016/12/27 07:24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김성태(오른쪽) 위원장과 황영철 위원이 26일 경기 의왕시 서울 구치소를 찾아 수감동 접견실에서 비공개로 최순실씨에 대한 신문을 벌인 뒤 걸어나오고 있다. 의왕=국회사진기자단


최순실 씨는 26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수감동 현장 신문’에서 청문회 증인들이 인정한 사안까지 모두 부인하며 방어막을 쳤다.

최 씨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 등은 물론이고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비서관마저 모른다고 했다. 위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안 전 수석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을 바꾸기도 했다.



#  박 대통령에게 ‘최 원장’으로 불린 최순실

26일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6차 청문회는 당초 예정된 ‘구치소 청문회’는 무산됐지만 위원들이 수감동을 찾아 핵심 증인에 대한 ‘감방 신문’으로 진행됐다. 신문에 앞서 위원들은 국민에게 최씨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카메라 반입 여부를 두고 구치소 측과 1시간 30분 이상 실랑이를 벌였다. 서울구치소 측의 완강한 거부 끝에 결국 위원들은 일체의 녹음ㆍ촬영 장비 없이 지정된 접견실에서 비공개로 2시간 30분간 최씨를 만날 수 있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수감된 서울 남부구치소를 방문한 위원들도 같은 시간 비공개 신문을 했다.

위원들에 따르면 최씨는 수감번호 628번의 연녹색 수의를 입고 접견실에 나타났다. 최씨는 김성태 특위 위원장의 테이블 맞은 편에 앉았고, 위원들은 김 위원장과 최씨의 양 옆에 나란히 앉아 질의를 진행했다. 최씨는 초췌한 얼굴로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두통과 심장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최 씨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소회를 묻자 “죄스럽고 가슴 아프다”면서도 “대통령에 관해 말하고 싶지 않다. 마음이 복잡하다”며 말을 피했다. 박 대통령을 원망하느냐는 물음엔 “원망하지 않는다. 나를 원망한다”고 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등을 비롯한 검찰의 기소 내용 중 박 대통령과의 공모 여부에 대해서는 모두 부인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박 대통령과 통화하거나 만난 적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나는데 어떻게 기억하느냐”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질문을 하지 마라”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다만 차움의원 시술 여부에 대해선 “(박 대통령) 당선 전에는 가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박 대통령 당선 이후 오히려 차움의원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청와대 출입 여부에 대해 답변을 피했지만 “자주 가지 않았다”고 일부 인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최 씨를 ‘최 원장’이라고 불렀던 점은 확인됐다. 최 씨는 “내가 유치원 원장을 해서 (박 대통령이) 그렇게 불렀다”며 “나는 박 대통령 당선 전까지는 ‘의원님’이라고 했고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님’이라고 불렀다”고 답했다.

최 씨는 “청문회 자리인 줄 몰랐다”며 “돌아가고 싶다”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위원들은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박 대통령은 ‘최 씨가 1%도 국정에 관여하지 않았고, 시녀같이 심부름하던 사람, 눈도 못 마주치던 사람’이라고 표현했다”고 하자 최 씨는 “그런 소리를 했느냐? 나도 그런 소리는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  딸 특혜 입학과 태블릿PC 사용은 강력 부인

최 씨가 가장 강하게 반발한 대목은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과 태블릿PC 사용 여부였다고 한다. 고개를 숙인 채 얼굴에 착용했던 마스크만 만지작거렸던 최 씨는 정 씨의 부정입학 의혹 관련 질문이 나오자 바로 고개를 들어 “왜 부정입학이냐, 정당하게 입학했다”고 항의했다고 한다. 김경숙 전 이화여대 체육대학장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딸아이가 입학하고 알았다”고 답했다.

특히 최 씨는 삼성에 딸을 지원해 달라는 부탁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삼성이 지원한 이유에 대해선 “검찰 공소장을 보라”고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내 정 씨의 자진출석 설득 여부 등 딸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최 씨는 눈물을 쏟았다. 또 딸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만들려고 박태환 선수를 견제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또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그동안 신나게 살지 않았느냐”고 하자 최 씨는 “신나게 살지 못했다”고 또박또박 답하기도 했다.

태블릿PC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며 “검찰에서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고 한다. 자신의 재판에서 핵심 증거로 제시될 태블릿PC 관련 내용을 무력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최 씨는 자신의 재판에 유리한 진술만 일관되게 했다”며 “훈련이 잘된 듯했다”고 했다.

그나마 최 씨가 인정한 건 자신과 함께 일한 “차은택 씨와 고영태 씨는 안다”고 한 정도였다.

# 독일에 한 푼의 재산도 없다?

최 씨는 독일 8000억 원 차명재산 축적 의혹에 대해선 “독일 탈세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독일에는 단 한 푼의 재산도 없다”고 했다고 한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최 씨가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 측과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황당하다. 뭐 하는 회사인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최 씨의 부친 최태민 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어 ‘사람을 죽이라고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너무 황당한 질문이다. 대답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신문이 끝날 무렵 최 씨는 ‘국민들에게 소회를 말해 보라’는 위원들의 질문에 “나라에 혼란을 끼쳐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공허하고 허무하다. 나라가 바로 섰으면 좋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날 국조특위가 최 씨와의 신문을 강행하자 최 씨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는 “특위 위원들이 불출석 사유서를 낸 최 씨를 신문한 것은 사실상 ‘불이익한 진술 강요’에 해당한다”며 “(특위 위원들에 대한) 형사고발 등 법적 조치도 검토하겠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날 특위 위원들이 최 씨 등을 접견한 데 대해 “현행법이나 규정상 문제가 없다”며 최 씨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 지난 19일 오후 국정농단 관련 첫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 최순실씨가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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