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김현태기자] 2016년 10월 29일 처음 시작된 촛불집회, 2016년 마지막 집회까지 모두 천만 명이 넘어 참가하는 역사를 만들었다.
대통령은 물러나라고 준엄히 외쳤지만, 집회는 어느 때보다 평화롭고 활기찬 '기적'으로 남았다.
한파에도, 눈, 비에도 광장은 매번 꽉꽉 들어찼다. 집회는 그 자체로 기적이었고, 경찰에 입건된 참가자는 천만 명 가운데 단 한 명도 없었고, 경찰도 과잉 대응하지 않았다.
법원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믿고 유례없이 청와대 앞 100m까지 행진을 허용했다.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도 어느 때보다 많았으며 고사리손에 붓을 쥐고 '좋은 세상'이 되길 소망했고, 저마다 꿈꾸는 세상을 그린 현수막은 차가운 경찰 차벽을 감쌌다.
이는 지난 10월29일 첫 촛불집회 이후 63일 만이자 64일째인 10차 촛불집회에서 이뤄낸 수치다. 또한 단일 의재로 1000만명이 집결한 헌정 사상 첫 번째 기록이다.
앞서 퇴진행동은 이날을 '송박영신(送朴迎新·박근혜 대통령을 보내고 새해를 맞음) 10차 범국민행동의 날'로 선포했다.
10차례의 촛불집회 참여 인원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Δ10월29일 3만여명 Δ11월5일 20만명 Δ11월12일 100만명 Δ11월19일 96만명 Δ11월26일 190만명 Δ12월3일 232만명 Δ12월10일 104만명 Δ12월17일 77만명 Δ12월24일 70만명 Δ12월31일 110만명 등이다.
이날 집회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구체적으로 Δ서울 광화문 광장 Δ부산 서면 중앙로 Δ대구 대중교통전용지구 Δ인천 구월동로데오거리 Δ광주 금남로 Δ대전 둔산동 타임월드 Δ울산 롯데백화점 앞 Δ세종 도담동 싱싱장터 광장 등 전국 각지에서 같은 시각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진행됐다.
퇴진행동에 따르면 Δ세종 150명 Δ경북 570명 Δ강원 800명 Δ충남 1200명 Δ제주 1500명 Δ충북 1500명 Δ울산 2000명 Δ경남 2500명 Δ대전 3500명 Δ대구 4000명 Δ전북 4500명 Δ전남 5500명 Δ광주 2만명 Δ부산 5만7000명 등이다. 다만 경찰은 전국 45개소에서 1만8000여명의 인원이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탄핵 이후 박근혜 적폐 및 부역자 청산 요구로 집회가 확대됐다"며 "헬조선의 현실을 직접 부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열망으로 촛불은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북 전주시 풍남문 앞에서 열린 '제8차 전북도민총궐기' 현장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비롯해 김춘진 전북도당 위원장, 이춘석, 안호영 의원 등이 참석했다.
행사는 도민들이 옛 선비들이 사용하던 유건을 쓰고 부패한 박근혜 정부에 호령하는 '유건 퍼포먼스'로 시작을 알렸다.
도민들은 부패한 정부에 앞장서 저항 운동을 벌여온 전봉준, 정여립 등 수많은 선비의 정신을 기려 "박근혜야! 네가 네 죄를 알렸다! 최순실아! 네가 네 죄를 알렸다!"라고 호령하며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비상시국 속초고성양양 시민행동 또한 강원 속초시 중앙시장 일원에서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학생의 공연에 노래를 불렀다.
집회는 연말 속초시를 찾은 관광객으로 혼잡했지만 서로 양보하며 안전하게 마무리됐다.
춘천시민들도 석사동 김진태 의원 사무실 건너편에서 '10차 박근혜 퇴진 춘천 시국대회'를 열고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기원했다. 시민들은 집회 후 각자의 염원을 적은 '소원지'를 태우고 폭죽을 터뜨리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광주에서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죄수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담긴 '국민심판의 벽'과 '내가 꿈꾸는 세상'도 설치됐다.
울산에서는 시민대회가 끝난 뒤 강강술래로 서로 손을 맞잡고 새로운 대한민국과 희망찬 새해를 다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 도심에서는 보수단체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맞서 대규모 맞불집회를 열었다.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탄핵 기각을 위한 송화영태(送火迎太) 집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반드시 기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화영태는 촛불을 보내고 태극기를 맞이한다는 의미다.
이날 대한문 일대에는 보수단체 회원 140만여명(경찰추산 2만5000명)이 집회에 참석했다. 또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과 변희재 미디어워치 발행인 등 보수인사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탄핵을 지금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이를 조장하는 좌파언론과 정치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각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 등 일부 보수단체들은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11시 현재 행진을 마친 뒤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에 집결해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 참석했다. 퇴진행동은 타종행사 참가자들에게 양초와 손팻말을 나눠주고 함께 박 대통령 퇴진구호를 외친다.
이후 퇴진행동은 새해 1월9일 세월호참사 1000일을 맞아 7일 새해 첫 범국민행동의 날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 촛불문화제를 개최한다.
또 지난 10월27일부터 시작된 매일촛불은 1일에는 하루 쉬게 된다. 이후 2일부터 다시 광화문 이순신장군 동상 뒤에서 매일 촛불집회를 진행한다.
이제 남은 숙제는 조기 대선
대통령 궐위 시 60일 안에 대선을 치르는 규정에 따라 1월 판결의 경우 3월에 대선이 치러진다. 배 본부장은 "'속전속결'로 갈 경우 준비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었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5~6월 '벚꽃엔딩'으로 갈 경우 보수가 결집할 시간을 벌 수 있고, 여름을 넘겨 '더위사냥' 식의 대선이 되면 개헌을 고리로 한 빅-텐트(Big Tent)를 칠 여유가 생길 것으로 관측했다.
시점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해석도 있다. 속전속결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처럼 검증이 되지 않은 인물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반드시 야권에 유리한 시나리오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보수 VS 진보' 양자구도냐, 제3지대 '빅-텐트'냐
역대 대선에서 구도는 지역 기반에 따라 결정돼 왔다. 최근 17~18대 대선은 대구·경북(TK)에 기반을 둔 이명박, 박근혜 두 영남 후보의 승리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영남을 대표하는 여권 후보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야권의 유력주자인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영남(PK) 출신이다. 호남에서 야권의 지지세도 엇갈려 있다.
역대로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온 충청권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중심으로 대망론을 띄우고 있는 점도 주요 변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번 대선은 기존의 정치문법과 다른 흐름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흐름이 아닌 세력과 세력 간 대연합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른바 제3지대론에 따른 '반기문 자석 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설명이다. 반 총장이 귀국 후 특정 정당에 입당하지 않고 외곽에서 여야 각 세력을 끌어당길 것이란 얘기다. 반 총장이 '반(反) 문재인' 연합의 단일 후보를 노릴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을 연결할 고리인 개헌이 시기적으로 촉박한데다가 명분도 부족해 합종연횡의 동력이 약하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엄경영 시대정신 연구소장은 "반 총장은 기본적으로 보수 후보라는 인식이 강해 여권 내 후보 단일화의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촛불민심 '정책·검증·투표율' 등에 영향줄 듯
조기 대선이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탄핵에 의해 귀결된 결과이기 때문에 촛불민심이 주된 흐름이 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촛불을 주도한 20~40대의 '개혁' 요구가 대권의 승패를 가를 수 있고, 사회·경제 분야의 개혁 정책이 주요 공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2030 세대의 투표율이 높게 나올 것으로 보여 야권의 정권 탈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며 "거꾸로 보수층은 중도 쪽으로 '좌클릭'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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