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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역사 통해본 기관과 전시의 역학관계”

김재현 기자 입력 2017/01/01 18:07
SeMA 전시 아카이브 1988-2016: ‘읽기 쓰기 말하기’ 개최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뉴스프리존]김재현 기자]<SeMA 전시 아카이브 1988-2016: ‘읽기 쓰기 말하기>는 1988년 서울시립미술관이 개관한 이래 개최했던 전시를 선별적으로 조명한 아카이브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소장품과 함께 미술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방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시 아카이브를 통해 시대에 따라 미술관의 정책과 역할의 변화에 따라 전시의 개념과 형식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기관과 전시의 역학 관계를 살펴본다.


이번 전시의 중심을 이루는 과거 전시 관련 각종 문서, 도록, 사진자료, 인터뷰 등 선별된 자료는 시대의 요구에 따른 서울시립미술관의 변화양상을 보여준다. 시기별, 공간별로 정리된 기록은 그 자체로 미술관이 그려내는 대사서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윤지원, Sasa[44], 그리고 이번 전시를 위해 일시적으로 구성된 제삼의 독자들(김학량, 이정민, 현시원) 등의 참여 작가는 제도기관이 스스로 써내려간 서사에서 누락되거나 배제된 부분을 보충하고 또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하면서 미술관의 서사에 개입한다. 이러한 구성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 서울시립미술관 연대기

1. 서울시립미술관의 등장, 경희궁 시절

1985년 서울시는 척박했던 서울의 미술 토양에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보여줄 박물관, 미술관 건립 계획을 수립,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에 맞춰 신문로 옛 서울고등학교 본관 건물에 서울시립미술관을 개관했다.


이어 1994년 서울탄생 600주년을 기념한 전시 <서울, 새로운 탄생>을 위해 가설했던 임시 전시장 서울정도600주년가념관을 1995년 새롭게 단장해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공간으로 사용했다. 이 시기의 미술관은 서울시 문화국 산하기관으로 전문직 관장 없이 서울올림픽준비단 문화담당관실에서 10여 년간 운영했다.


2. 재개관을 준비하며...

관장 없이 운영 체제만 유지해오던 미술관에 1999년 초대 전문직 관장이 취임했고, 2002년에는 서소문본관으로 이전, 재개관했다. 이와 함께 미술관은 서울시 산하의 사업소로 개편됐고, 전문 학예직을 인용하는 등 미술관의 토대를 가추기 시작했다. 서소문 본관 개관 후에야 비로소 미술관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기획전이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대관전, 민전, 서울시 시정관련 전시 등 경희궁 시기의 전시 형식이 지배적이었다.


3. 서소문 시대를 열다

서소문동으로 이전, 재개관 이후 제2대 관장이 취임하면서 학예 인력을 확충하고 진용을 새롭게 정비하는 등 이러한 변화는 본격적인 전시 체제 확립의 신호탄이 됐다. 2003년부터는 기획전 수가 연평균 12회로 종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전시 형식도 다양해졌다. <신소장작품전> <미술관 ‘봄’/‘가을’나들이전>, <SeMA>, <아시아 현대미술 프로젝트 시티넷 아시아>와 같은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대표 연례전으로 자리 잡은 시기였다.


4. 대중성과 전문성의 균형, 시민을 위한 공간의 양날

이 시기에 미술관은 ‘찾아가는 미술 감상 교실’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신설을 통해 전시와 함께 (미술)교육 프로그램 강화에 주력했다. 또한 미술관 자체 기획전과 상설전을 무료로 개최했고, 운영 시간 또한 연장하면서 카페 시설을 확충했다.


5. SeMA, ‘포스트뮤지엄’ 시대 열다.

2012년 기획자 출신의 관장이 취임하면서 미술관의 전반적인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 방향에 변화가 두드러졌다. 기존의 재래식 미술관을 넘어선다는 ‘포스트뮤지엄’을 운영철학으로 삼아, 분관별 공간을 특성화하고, 관객 중심의 전시기획의 변화를 줬다. 실제로 대관형태의 유료 전시를 지양하고 공동 투자와 기획의 방향을 선회했고, 내용 또한 서구 명화 일변도에서 벗어나 시각예술 인접 장르로 폭을 넓혔다.


공간별 특성화 전략으로 서소문 본관은 글로벌 네트워킹의 중심지로, 남서울분관은 디자인과 공예분야(생활미술)를, 2013년 개관한 서울시립미술관은 지역연계 프로젝트 개최와 어린이 미술관을 보유한 커뮤니티 기반의 공공미술시설로 특화됐다.


6. 서울시 전역의 미술관화, 미술관의 탈중심화

서울시 전역을 박물관, 미술관화한다는 시 정책과 함께 서울시립미술관은 문화의 탈중심을 추구한다. 지역별로 시민의 삶을 파고드는 지역밀착형 문화 거점을 조성키 위해 상대적으로 문화 시설이 부족한 지역게 서서울미술관을, 창동에 사진미술관을, 평창동에는 역사문화자원 재생과 매개활동의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해 미술문화복합공간을 계획 중이다.


7. 미술관 연대기에 개입한 다섯 명의 목소리

Sasa[44]는 미술관의 연대기 속에 익명으로 등장하는 역대 관장을 위한 훈장을 만들었다. 미술관의 연대기가 익명을 의도적으로 택해 관장 개인의 업적과는 거리를 두고자 했던 것과는 달리 Sasa[44]는 관장들의 재임기의 중요한 사건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오브제, 기록, 인터뷰 발췌문뿐 아니라 개인의 배경과 성격을 드러내는 요소까지 함께 조합했다.


윤지원은 서울 시정의 영향의 잉여물처럼 남아 있는 장소들을 따라 현재의 시점에서 2000년 이전의 미술관의 역사를 살핀다. 특히 미술관과 도시(서울)의 역사가 얽힌 부분에 주목해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존재케 하는 토대를 반추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일시적으로 명명된 ‘제삼의 독자들’은 각자의 입장과 경험에 따라 서울시립미술관의 과거를 읽는다. 먼저 2003년 3월부터  2006년 2월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재직했던 김학량은 <세마잡록>으로 그 시절을 회고하고, 작가 이정민(옥인 콜렉티브)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격년제로 4회에 걸쳐 개최됐던 <SeMA>전에, 현시원은 전시와 함께 정체성을 만들고 보여주는 주요한 요소인 소장품에 주목해 미술관의 서사에서 누락된 소장품 관련 전시들을 돌아보는 그의 글은 4천 여점에 이르는 소장품을 미술관이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전시를 읽는 다른 경로를 만든다.


전시는 오는 3월 26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3층 프로젝트 갤러리.


김재현 기자, jaehyun3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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