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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계유오덕(鷄有五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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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계유오덕(鷄有五德)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7/01/02 09:31

계유오덕 ▲ 덕산 김덕권 선생, 원불교 문인협회 회장

 

정유년(丁酉年)의 새 해가 밝았습니다. 정유년은 희망의 새해입니다. 정유년은 닭띠해라 희망이 양양한 것입니다. 왜냐고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기 때문입니다. 한 게으른 일꾼이 늘 새벽에 “꼭 깨워(꼬끼오)~” 하고 우는 수탉 울음에 깨어나면서 잠을 실컷 잘 수 없는 것 때문에 투덜거렸습니다.
 

“저놈의 달구새끼! 저 놈만 없으면 실컷 잘 수 있을 텐데” 하다가 ‘그래 저 놈만 없으면 내가 편하게 살 수 있을 거야.’ 하고 몰래 수탉을 잡아 목을 비틀어 죽이고는 ‘이제 실컷 자야지’하고 다음날 한낮이 될 때까지 잠을 잤지요. 그러다가 농장의 주인과 일꾼이 그 게으른 머슴이 없는 것을 알고서는 머슴의 방에 달려갔는데 아직까지 자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주인이 다른 일꾼을 시켜 실컷 두들겨 패자 혼자서 중얼거렸습니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이 오는구나!” 닭은 새벽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동물입니다. 그 닭의 목을 비틀어서 입막음을 하더라도 결국 정도(正道)대로 새벽은 온다는 뜻입니다. 이 말은 민주화 운동시절 거산(巨山) 김영삼 전 대통령이 써 더욱 우리들의 뇌리에 박혀 있는 말이기도 하지요. 아무리 바른말을 못하게 하는 군부독재도 사필귀정(事必歸正)으로 반드시 민주화가 된다는 뜻으로 사용했었습니다.


닭은 십이지의 열 번째 동물로써 시간으로는 오후 5시에서 7시, 방향으로는 서(西)쪽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달로는 음력 8월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예로부터 닭은 다섯 가지 덕으로 상징되었습니다. 그걸 ‘계유오덕(鷄有五德)’이라 하지요.
 

첫째, 문(文)의 덕입니다.

닭이 머리에 관(冠)을 쓰고 있으니 글(文)을 배워서 벼슬을 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둘째, 무(武)의 덕입니다.

닭은 발 뒤에 날카로운 며느리발톱이 있어서 무기가 됩니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굳세게 자라는 성질을 갖고 있으니 무인 것입니다.


셋째, 용(勇)의 덕입니다.
적과 잘 싸우는 날렵함과 민첩함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용입니다.
 

넷째, 인(仁)의 덕입니다.
먹을 것을 보고 얻으면 서로 상대에게 "꼬꼭꼭" 하면서 가르쳐 주고 함께 나누어 먹습니다.

공생하는 어진 마음을 갖고 있어서 인이지요,


다섯째, 신(信)의 덕입니다.
해가 뜰 때를 알려주니 시계가 없었을 때(時)에 새벽녘 닭의 울음소리가 시보(時報)역할을 했기 때문에, 믿음이 있어서 신이 있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그럴싸하지요? 옛 선비들은 닭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며 ‘계유오덕’에서 겸손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심청가를 보면,「닭아 닭아 울지 말라/ 네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 죽는다.」라는 애절한 한탄이 나옵니다. 심청이 아버지와 이별하고 죽으러 떠나야 할 시간이 닥쳐옴을 안타까워하는 구절이지요.


이처럼 민요나 시조에서는 밤에 임과 함께 지내다가 날이 새면 이별해야 하는 것이 아쉬워서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를 원망하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민담(民譚)의 세계에서는 닭의 울음소리가 구원의 소리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둠과 음기(陰氣)에서 힘을 쓰던 귀신이나 도깨비가 광명과 양기(陽氣)를 알리는 닭 울음소리가 나자 도망을 가버려서 그것에 곤욕을 당하던 주인공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기르는 가축 중에서 닭은 소보다 덩치가 작고 힘도 약합니다. 개나 고양이보다 영리하지도 않은 미물에 불과하지요. 그러나 선비들은 닭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고 겸손해 한 것입니다.


그리고 닭은 예로부터 어둠을 쫓고 광명을 부른다고 합니다. 닭은 악귀와 도깨비를 쫓고 상극인 지네를 퇴치하여 인간을 구원합니다. 또한 닭은 풍요와 다산(多産)의 상징입니다. 그리고 닭소리는 좋은 일을 예고합니다. 십이지신도(十二支神圖) 중 닭(酉)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여명(黎明)을 알리는 상서롭고 신통력을 지닌 서조(瑞鳥)로 여겨져 왔습니다.


새벽을 알리는 우렁찬 닭의 울음소리! 그것은 묵은 세상을 끝내고 한 시대의 시작을 상징하는 서곡(序曲)입니다. 밤에 횡행하던 귀신이나 요괴(妖怪)도 닭 울음소리가 들리면 일시에 지상에서 사라져 버린다고 우리는 믿어 왔습니다.


작년 한 해 온 나라가 원숭이처럼 촐랑거려 아주 위태로웠습니다. 그리고 온 나라를 ‘박근혜 최순실게이트’로 인해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 우울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웃고 노래하며 풍요를 노래했어야 하는 백성들이 그 추운 한파를 무릅쓰고 촛불의 저항으로 나라를 지켰습니다. 원숭이 해 마지막 날, 10차 촛불집회는 연인원 1,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작년 10월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1차 촛불집회 당시 3만 명(경찰추산 1만2000명)으로 시작된 촛불집회입니다. 그런데 촛불집회 참가자 수는 갈수록 늘어나 지난 12월 24일 9차 촛불집회 참석인원 70만2,000명이 참가한 것입니다. 총 9차례 동안 전국적으로 참가한 인원이 892만7150명으로 추산됩니다.


새해 전날인 12월 31일에 열린 10번째 집회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뜻의 ‘송박영신(送朴迎新)’의 구호를 내 걸고 광화문 광장에선 새해를 맞아 ’하야의 종‘ 타종식을 갖는 등 최대 규모로 열려 마침내 1천만 명을 돌파한 것입니다.
 

이제는 그 요사스럽고 탐욕스럽던 추악한 구신이나 도깨비 악인들이 모두 사라지는 정유년 닭의 해가 솟아올랐습니다. 새 해에는 그 암울(暗鬱) 했던 시대는 가고 찬란한 새 역사가 펼쳐질 것입니다. 우리 닭의 해를 맞아 ‘계유오덕’의 덕을 길러 새 시대의 주인이 되시기를 진리 전에 간절히 축원 드립니다.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1월 2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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